95년은 전반적인 경기 상승세 속에서 경기양극화 문제가 크게 부각된 한해였다. 올해는 경기가 하강세를 보이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가릴 것 없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경기둔화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욱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96년 상반기 중소기업 애로상담현황」에 따르면 전체 상담건수는 2천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1천7백61건보다 16.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운데 인력과자금에 관한 상담이 각각 6백63건과 4백57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차지하여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자금난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이와 함께 중소기업은행이 2천8백70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96년 3/4분기 경기전망조사」에서 3/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예측치가 1백2로 2/4분기 1백3(실적치)보다 낮아 중소제조업 경기가 당분간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이러한 시점에서 중기청 발족 6개월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에는다소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하에서 중기청의 그간의 활동, 즉 정책개선에 대한 성과를 제대로 판단하기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최근의 전반적인 경기둔화 문제와는 별도로 중기시책 자체를 놓고개선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전반적으로 중기시책이 이전에 비해 체계화,구체화되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정책개선이 이루어진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및 신용지원측면에서 「중소기업 금융지원협의회」를 통해 중소기업 부도방지 특별자금을 지난해 5천억원에서 올해 1조원규모로 확대하고, 신용보증제재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 것을 들 수있다. 또한 중소기업공제사업기금을 2호대출(상업어음할인)을 억제하는 대신 1호대출(연쇄도산방지) 위주로 운영을 개선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성장유망중소기업의 자동화, 정보화,신기술사업화 등 구조개선사업자금을 당초 1조원에서 2조원 규모로확대한 것도 중소기업의 경쟁력강화 측면에서 적절한 시책으로 평가된다.중소기업의 판로확대를 위해 중소기업전용백화점을 지난 4월 기공했고, TV를 활용하여 유망제품의 홍보를 강화했으며, 공동상표의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구두의 「귀족」과 가죽제품 「가파치」 등에 대한 해외공동판매망 설치 및 A/S망 구축 등은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중기청 직원이 1인당 매분기별로 한개업체를 선정하여 6개월간 후견인 역할을 맡게 한 것도 좋은 발상으로 평가된다. 기술개발 측면에서 자금이 부족한 기술력보유기업에대해 산업재산권을 담보로 한 대출 취급기관을 확대했고, 96년부터5년간 중소기업형 자본재 전략품목을 2백개 선정하여 품목당 1개업체를 선정, 집중 지원키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특허권 담보대출등 현실적 시책 추진해야이러한 긍정적 평가와 함께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아직까지 많이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 향후 역점을 두어야 할 시책으로 여전히 「금융지원 확대 및 지원제도의 개선」 「유망중소기업의 구조개선」 「공정거래질서 정착」 「인력난 완화」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시책이 제대로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장애물을 찾고 이를 제거하는데 보다 많은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중기시책하면 일반적으로 중소제조업체를 연상시킬만큼 제조업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중소유통·건설·운수업체의 불만이 크다는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기청은 많은 시책을 발표하는데 주력하기보다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알맹이 있는 시책개발에 보다 역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특허권 담보대출의 활성화라든지 신용대출의 정착, 인력난 완화시책과같은 중소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분야에 보다 무게를 두고 일관성 있게 시책을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특히 지방화시대를 맞아각 지방 중기시책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제고와 업무능력 배양에도관심이 요구된다고 하겠다.중기청은 정부부처에서 가장 우수한 공무원을 주축으로 발족한 신설기관인만큼 좋은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하나 하나 실천될 수 있도록 당초 설립취지대로 「발로 뛰는 행정」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터뷰 / 이우영 중소기업청장 인터뷰▶ 중소기업은행장으로 근무하시다가 초대 중소기업청장이 되셨는데중소기업에 대한 시각차가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만.사실입니다. 예전에는 자금측면에서 중소기업을 바라보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단면이 아니라 전체를 봐야합니다. 중소기업의 부도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난해 1만4천개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냈는데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한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뚜렷한 처방전이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지요. 자금만풀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발상으로는 중소기업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자금문제는 원인이라기보다 결과측면에서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신가요.한마디로 대내외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마케팅에 어려움을겪고 있습니다. 한 연구조사결과 중소기업의 42%가 판매난을 호소했습니다. 따라서 경쟁력을 키워주고 판매를 지원해주면 돈은 자연스럽게 돌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저는 정책의 축을 우수한 제품을만들기 위한 기술지원에 둘 계획입니다.(이청장 자신의 철학임을거듭 강조) 특히 전체 중소기업청직원 9백43명중 5백명이 엔지니어들이고 이중 87명이 박사여서 지원조건이 좋은 편입니다. 중요한것은 이를 활용하려는 중소기업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또 중소기업의 마케팅능력이 부족한 만큼 국민들이 중소기업의제품을 접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 귀족 가파치등과 같이 얼굴있는중기제품을 많이 만들도록 해야겠습니다. 언론에서도 기사로 많이다뤄주셨으면 합니다.▶ 최근 실시한 조사결과 중소기업청 설립이후 정부의 중소기업시책이체계화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중기청설립의 가장 큰성과라면 무엇을 들 수 있습니까.현장밀착형 지원기반을 구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기청은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피부에 와닿는 지원효과를 거두기 위해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지원체계를 마련했습니다.그동안 2천5백69개업체를 방문하고 1백5회의 업종별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또 전화 및 민원방문자에 대한 상담을 통해 1만5천건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생생히 수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가 직접 만난 중소기업사장등 관계자만 해도 6천여명이 넘습니다.▶ 청장께서 가장 무게를 두고 편 정책이 연쇄도산방지등 금융지원 분야인데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좀 나아졌나요.신용대출관행이 정착돼야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풀 수 있습니다. 최근들어 자금의 초과수요현상이 해소되면서 은행들이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쨌든 수급불균형현상이 해소된 것이지요.그러나 신용대출관행이 정착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은행나름의 기준을 만들고 건실한 중소기업을 거래업체로 유치하려는경쟁이 어느정도 진행돼야 합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정부지원을 최대한 늘려 보증여력을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주축이 돼 중소기업어음보험제도 등을도입키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중입니다.▶ 개청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지원규모는 얼마나 됩니까.중소기업에 대한 재정규모는 크게 증가했습니다.중소기업 전담은행의 부도방지특별자금을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였습니다. 공제사업기금에 대한 재정지원규모도 지난해의 두배인 4백억원으로확대했고 도시형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의 입지난을 덜어주기 위해 지방중소기업자금 2백2억원,구조고도화자금 1백64억원을 지원키로 했습니다. 중소기업의 자동화 정보화 신기술사업화를 집중지원하는 구조개선사업을 확대해 6월말 현재 2천9백77개업체(1조2천5백94억원)에 대한 추천을 끝냈습니다.▶ 신설에 따른 부처등 관계기관간 업무조정 및 협조에 어려움이 많았을텐데요.지금까지는 업무협조가 잘된 편입니다. 앞으로가 문제지요. 지금까지의 관례로 볼 때 시간이 흐를수록 정책의지가 약해지는 경향이없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실질적 지원기관인 재경원 통산부 노동부 조달청등 정부기관은 물론 대기업으로부터 지원책을 문서로 받아놨습니다. 중앙은행에 있을 때부터 절감한 것입니다만 전시행정과 같은 정책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책 발표는 쏟아져 나오는데그것이 제대로 시행됐는지 점검하는 사후행정은 미약했어요. 지난연말까지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도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우리 중소기업청은 발표된 중소기업정책들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입니다. 실권있는 기관의 발목을확실히 잡아놓고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할 생각입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많은 것 같습니다.대기업들의 현금결제확대, 기술 및 경영지도의 강화등 중소기업에대한 지원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 계열화 및 사업이양을 돕기 위해 관련 중소기업에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거래질서를 정착시키기위해 조만간 공공거래개선방안을 마련해 위반업체를 관련법에 따라시정토록하고 언론에 공표하는등 강력한 제도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지방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불만의 소리도 여전한데요.정보 및 자금이용 판매측면에서 지방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 중기청은 정부자금과 지방자금을연계해 지원하는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을 지난해 4천8백20억원에서올해 7천6백20억원 수준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지원대상도 중소제조업 중심에서 물류 유통 지식서비스산업까지 확대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중기지원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신용보증조합」의 설립을 유도, 경기 경남 광주에 조합설립을 마쳤습니다. 앞으로 모든 시도에 과단위이상의 중소기업육성조직을 설치토록 할 계획입니다. 물론 2백40만 중소업체에 고루 혜택이 돌아가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무제한적일 수 없습니다. 지원효과측면을고려하면 우량기업을 발굴해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만만치 않습니다.올바른 지적입니다. 정부는 과거의 무분별하고 획일적인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성장가능성이 크고 노력하는 기업위주의 지원정책을펴나갈 계획입니다. 경쟁력을 상실해가는 한계기업의 경우 합리적인 퇴출을 유도하거나 해외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해외투자에 관심있는 기업을 위해 「투자상담종합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습니다.해외투자촉진 및 해외투자자보호를위해 정부간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체결 등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OECD 가입,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 등으로 중소기업에 대한직접적인 지원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은데 향후 1~2년내에 정부지원을 대폭 늘려야 하지 않을까요.정부의 지원은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이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서는 중소기업들이 자생력을 확보하고 자기신용관리를 철저히 하는게 필요합니다. 되도록 재정자금을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 하겠습니다만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도 활성화해야 할 것입니다.고유업종이나 단체수의계약을 통한 지원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지않는 수준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방침입니다. 대외경쟁력강화를위해 업계의 공동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유관기관을 찾아 다니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늦기전에 규제를 더욱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중소기업이 요구하는 것중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무엇이든 풀기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특히 관리편의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제는 과감히 벗어던질 각오입니다. 이를 위해선 유관기관의 협조가절실합니다. 이미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 학계, 언론계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고있는 54건의 규제사항을 찾아내 관련기관에 통보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있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은 자신들이 사회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못하고 있다고말합니다. 중소기업의 인식제고도 중기청이 풀어야할 과제로 여겨지는데요.정부에 중소기업전담 기구가 별도로 세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중소기업인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은 실핏줄처럼얽히고설켜 우리경제의 토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당연히 사회에서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의 인식향상을 위해 중기관련행사를 마련하고 홍보도 할 계획입니다. 언론에서도 중소기업의 중요성 등을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인 자신들의 노력도중요한데요.물론입니다. 중소기업 스스로가 자생력을 키우고 자기신용관리를철저히 해야 합니다. 자신이 경제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업계의 발전을 위한 공동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경쟁력 있는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장기 추진과제를 들려주시지요.자생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 품질수준의 획기적인 향상과판로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하는데 시책의 중점을두겠습니다. 또 지원시책에 대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도움이 되지못하는 정책들은 과감히 철폐할 계획입니다. 조직이나 인력도 지원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로 집중하겠습니다. 행정낭비적인 형식주의나보고주의를 지양하고 「열린관청, 서비스기관」으로 거듭 나겠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은 이청장께서 가장 바쁜 관리라고 여기고 있습니다.하루 일과를 소개해주십시오.매주 5, 6회정도 중소기업인들과 조찬 및 오찬간담회를 갖고 있습니다. 금융지원협의회, 업종별 대책회의, 국무회의등 공식회의에이틀에 한번 꼴로 참여합니다. 바쁜만큼 보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