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대 87학번 정모씨(28). 그의 학창시절은 「대머리와의투쟁」으로 점철된 기간이었다. 선후배와 교수님들의 「우려반 호기심반」인 시선을 극복하느라 적지 않은 심적 고통을 겪었다. 유전적 원인인지 몰라도 20대 초반에 머리의 3분의 2가 민둥산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보인다는 얘기를수도 없이 들었다. 미팅에도 자신있게 나갈 수가 없었다. 복학후에는 취업하는데 장애가 될 것같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가발을 쓰는 것으로 낙찰을 보았다. 가발을 쓴 채 면접을 보았고 지금은 대기업체 샐러리맨으로 생활하고 있다.대머리가 더 이상 「정력좋은 남성의 상징」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탈모증세는 최근들어 40, 50대 중년남성만이 아니라20대 청년까지도 확산되고 있다.이에 따라 이들 대머리를 치료 또는 보완하는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가발 발모제 발모촉진용 물리치료기구나 모발영양제 발모건강효소 등이 현재 탈모증세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현재 약국에서 시판되는 발모제로는 현대약품의 「마이녹실」, 중외제약의 「볼드민」, 한미약품의 「목시딜」, 한국업존의 「로니펜」, 신풍제약의 「피랙시딜」 등이 있다. 이들 약품은 미식품의약국(FDA)이 유일하게 공인한 미녹시달을 수입해서 생산된 것이다.아직까지 제약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현대약품의 마이녹실이 지난해 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나머지 제품은 1억 5천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약품 유 부장은 『지금까지는 중년 남성들만 이들 제품을 찾아 업체들이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다』고 분석한 뒤 『최근 20대 탈모환자의 증가 등 탈모제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의약품으로는 이밖에도 태평양제약의 「닥터모」가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판되고 있는 이 약품은 30대 샐러리맨을 겨냥하고 있는게특징이다. 이는 최근 30대 직장인 사이에서「스트레스성 탈모현상」의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태평양측은 설명한다. 월 판매액은 1억 5천만원 정도.발모촉진용 모발영양제도 다양한 형태로 시판되고 있다. 대부분 샴푸와 린스, 치료제가 한묶음으로 판매된다. 현재 국산과 수입제품이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는 상태다.수입품으로는 초창기 국내에 보급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장광101」(중국)을 비롯, 「뉴제너레이션」(미국) 「블랙모아」(일본)「포뮬라」(핀란드) 「HR-7」(미국) 등이 있다.이들 업체중 HR-7을 수입판매하는 EMG코리아는 전 국민일보 사장차일석박사의 추천사를 무기로 국내 탈모환자를 공략하고 있다. 이회사가 판매하는 HR-7은 두피를 중화시키고 모공을 크게 해주는 샴푸와 린스, 그리고 발모제 「슈퍼차저」 등으로 구성돼 있다.손신충 대표는 『피부나 체질에 따라 HR-7과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암환자나 백혈병환자 등 약물치료에 의한것 말고는 모근이 살아 있는 대부분의 탈모증세에는 효험이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현재 전국 10여군데의 대리점을 통해 월 2백세트 정도 판매한다. 판매가격은 29만 8천원.국산으로는 대구의 중소제약업체 경일제약의 「그로비스」가 유명하다. 그로비스는 측백나무 등 5가지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에다 식물성 천연지방산과 알코올지방산 등 각종 영양분을 섞어 만든 발모용 물비누. 경일제약은 『모공에 쌓인 불순물을 제거해서 모근에충분한 영양을 줘 발모를 촉진한다』고 설명했다.지난 3월말부터 시판되고 있는데 기대만큼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시판가는 9만9천원.◆ 20대서 60대노인층까지 가발수요 증가최근에는 모근에 일정한 자극을 줘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두피를강화시켜 주는 발모보조기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신문 잡지등에 꾸준히 광고하는 「POWER COMB」이 대표적 예다. AD에너지의김영호 전무가 발명한 이 제품은 올 상반기에 개최됐던 「24회 제네바국제발명 신기술 및 신제품전시회」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AD에너지측은 『자석을 장착한 전자빗에서 발생되는 자외선이두피를 자극해서 노폐물을 축출하므로 모근이 건강하게 자랄수 있게 도와준다』고 설명했다.올해 1월중순부터 판매하기 시작하여 매월 1천개 이상 나가고 있다. 자체 유통망의 미비로 손명이란 총판에 위탁판매하고 있다. 제네바에서 은상을 수상하고 나서부터는 헝가리 루마니아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만합의되면 하반기부터 수출할 계획이다. 판매가격은 45만원.이들 제품 이외에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다시마엑기스. 「손송남다시마엑기스」「고려다시마엑기스」등 수십군데의 업체가식물섬유와 무기질 비타민 등이 풍부한 다시마의 엑기스를 복용하면 탈모예방·치료에 좋다고 탈모환자를 유혹한다.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판되기 시작한 손송남다시마의 김현석 사장은 『올해 1백억원의 매출액을 예상하며 내년부터 1백% 이상씩 급증할 것』이라며 시장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낙관했다.발모제나 효소식품 등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것이 바로 「헤어클리닉」. 탈모정도나 모근의 건강상태에 따라 특수가발을 제작해 준다. 대표적인 업체가 애드아트(ADART). 가발수출업체인 우민무역과 일본의 아트내이처가 공동으로 설립한 이회사는 전국에 10군데의 지점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탈모의 단계와 증상,고객의 두형에 맞는 특수가발을 제작해 준다. 「애드론-200」이란 기억형상모발을 이용해서 제작하기 때문에 샴푸 드라이어는 물론 사우나 수영 등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그리고 종교계 지도자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물론 비밀은 철저하게 보장해 준다. 가격은 다소 비싸 백만원이 넘기도 한다.구자익 애드 아트 상무는 『입사나 결혼을 앞둔 20대 남성과 부인이나 자녀들의 권유로 찾아 오는 중년층 등 고객층이 다양하다』고설명했다.이들 대머리 관련산업의 전망에 대해 업계 종사자들은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사회의 특성상 스트레스에 의한 대머리증세가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그 연령층도 20대 심지어는 10대까지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중앙대의대 용산병원의 유병인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유 교수는 최근 90년에서 95년까지 5년간 내원한 6백80여명의 원형탈모증 환자중에서 20대가 40%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하지만 이것이 곧바도 매출로 직결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제품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데다 업체가 영세하다 보니 성능을 입증할 임상실험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노다지를 캘 수 있는 첨단장비가 아쉬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