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한나라 경제의 초석이자 근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를 일으킨 역대정권들은 대기업위주의 자원배분을 통한 급속한 경제성장을 노렸다. 그 결과 중소기업들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대개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맺어지게 되는 하청-재하청의 사슬속에서 성장했다. 결국 대기업에 의존적인 성향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경영환경과 기술발달속에서 대기업과의 하청구조는 느슨해져가고 있다. 중소기업들 스스로 기술·경영혁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민간이나 정부 모두가 이같은 상황변화를 모르는 게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중소기업이 처해있는 경영환경은 열악하다. 만성병처럼 자금부족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구조적 모순으로 대형업체와 동반추락사통계를 통해서도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처해있는 경영환경을 짐작할수 있다. 툭하면 터지는 부도사례를 보면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을창업하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지키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지적에 수긍이 간다. 오죽하면 자주 부도를 내고도 재기한 중소기업인들의모임인 「팔기회」마저 생겨날까라는 푸념도 있다.지난해 국내의 부도업체수는 1만3천9백92개. 전년보다 24.3% 증가한 수치다. 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만도 무너진 업체가 5천여개에육박한다. 작년에는 특히 건설업체의 경우 한해전보다 45.8%나 늘어난 1천7백51개의 부도기업이 있었다. 덕산 유원등 대형건설업체들과 함께 「동반추락」하는 중소건설업체들이 많았기 때문으로고질적 구조적인 우리경제의 취약성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중소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91~95년간 국내 부도업체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22.8%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5.7%, 일본의 8.9%에 비해 높은 것이다.부도기업동향을 창업하는 신설법인수와 비교해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 한해동안 창업된 신설법인수는 1만7천2백45개로 한달 평균 1천4백37개였다. 겨우 3%남짓 늘어난 것이다. 부도업체대비 신설법인의 비율은 1.2배다. 이는 95년중 한편에서 12개의 기업이 생겨난데 반해 다른 편에서 10개의 기업이 쓰러졌음을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그 비율이 평균 9배에 달한다.이같은 부도와 신설법인수의 추세에 대해 정부측의 시각은 「우리경제의 거시적인 구조조정과정에서 생겨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는 쪽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일시적인 지원위주의 정부정책이 중소기업의 역할을 중시하는 쪽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국제무대에서취약한 경제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전체수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은 80년대이후 꾸준히증가해왔으나 95년들어 39.6%로 전년보다 2.8%포인트 낮아졌다. 1천2백50억달러의 수출중에서 4백95억달러가 중소기업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올들어서도 중소기업의 수출전선은 어려움이 여전하다.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제원자재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제조원가상승 국내업체간의 과당경쟁등으로 중소기업들은 수출상의 곤란을 겪고 있다.◆ 중기 물류비지출 연구개발비보다 높다중소기업들이 만성적으로 느끼는 애로사항은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시중은행들의 총대출중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져왔다. 지난해 1/4분기까지 총대출 1백11조7천5백억원중 중소기업에 대출된 것은 68조2천2백억원. 그 비중은 61%에 달한다. 정부에서도 중소기업들의 자금지원을 위해 각종 기금을 할당해놓고 있다. 96년예산에 배정된 중소기업지원기금만도 중기기반조성기금, 산업기술기금, 중소기업창업및 진흥기금 등을 합쳐 1조2천8백억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내는 「자금호소」의 목소리는 낮아지지 않는다. 그것은 은행등 금융기관의 대출을 얻어내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금결제란 측면에서도 회수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기협중앙회가 실시한 올1/4분기의 중소기업경영실태조사를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거래에서 현금결제는 24%뿐이며 어음이 67.1%, 외상이 8.9%로 나타났다. 특히 납품후 평균 50일이 지나야 어음을 받을 수 있고 어음을 받고부터 결제일까지도 평균 74일이 걸린다. 결국 물건을 전해주고 4개월이 더 지나야 현금화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중소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거래에서는 현금화에소요되는 기간이 5개월이상으로 늘어난다.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발빠른 대처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자구적인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그리 많은 편이아니다. 93년중 중소기업의 연구개발비는 평균 매출액의 0.42%에불과했다. 가장 높은 업종인 사무기기업체들의 경우도 매출액의 0.91%에 지나지 않았다. 연구개발비의 지출을 내역별로 보면 인건비와 기계장비의 구입·임대료가 각각 25.6%, 39.9%로 조사됐다. 한편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으로 물류비부담에 대한 지적이 높은 가운데 전체 중소기업의 물류비는 94년중 7천7백23억원으로 매출액의0.96%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보다도 물류비용으로 더많은 돈이 나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