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에너지(석유)의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전량 수입에의존해야 하고 또 세계적으로 한정된 자원이라는데 있다. 아직까지는 각국이 막연히 걱정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우선 연간 소비량만 놓고 보더라도 작년말 기준 7억배럴에 육박하는데 이러한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얼른 이해가 안가면 현대의 석유개발에서 그 규모로 대형급유전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한국이 현재의 소비량 기준으로도 매년 전세계 어딘가의 대형급 유전 1개씩을 고갈시키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전세계 확인매장량은 겨우 40년을 상회할 수 있는 정도이다.문제는 앞으로 지구상에서 현재의 가채매장량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신규 대형유전의 발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점에있다. 인류에게는 다만 일부 오지의 미탐사지역과 미개발 지역의제한된 규모의 유전 발견 가능성만이 남아 있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현재 산유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석유회사들의 행보는 이러한 극지에 대한 집중적 탐사 및 기개발 기생산 지역에서의 부분적 추가매장량 확보를 위한 투자 증대 등 두가지로 크게 요약할 수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80년대 초부터 석유개발 사업에 착수, 현재 국내 대륙붕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 탐사 생산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석유개발이라는 것은 모든 지하자원이 그렇듯이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닌 그 존재의유무부터 예측해야하고 그 존재가 확인되더라도 개발, 생산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성공률이 다른 어떤 분야의 사업보다 극히 낮다는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근래 첨단기술에 힘입어 탐사 개발 생산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석유를 찾는 기술적 방법의 원리는 달라진 것이 없다. 즉 다시 말해 땅 속의 석유가 있느냐 없느냐, 또 있다면 얼마나 되느냐를 파악하는 탐사에는 직접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땅속을 눈으로 들여다 보듯이 석유의 존재유무와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는 것이다.따라서 석유개발의 핵심요체는 탐사기술이고 개발·생산기술은 탐사의 성공을 전제로 한 후속적 성격을 가진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탐사에 성공하면 석유의 개발 생산으로 이어져 석유개발 사업의 성공을 의미하지만 탐사의 실패는 곧 석유개발 사업초기단계에서의 실패를 의미한다.◆ 한국 소비량, 대형유전 1개씩 고갈시킬 정도현재의 석유탐사는 물리탐사라고 불리는 방법을 쓰는데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지상에서 인위적인 지진파(폭약, 압축공기 등 사용)를발생시킨 뒤 그 파가 땅속으로 들어가 지층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것을 지상에서 기록하는 것이다. 이 자료를 전산처리하여 지하의지층 단면도를 그려내면 이 단면도가 실제 지하 단면과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으므로 이를 분석 평가해 석유의 존재 유무를 추정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시추를 해보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수개월에서 수년간에 걸친 시간이 소요되고비용도 막대하게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시간과 자본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그 결과는 현대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유전 발견 성공률은 아직까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그러면 우리나라의 석유개발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와있으며 앞으로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대륙붕과 해외의 여러 곳에서 석유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분 참여를 통한 비운영 광구중에는 탐사에 성공하여 이미 생산을 하는곳도 있지만 우리 손으로 직접 운영하는 석유광구는 모두 탐사단계에 있으며 개발, 생산 단계에 접어든 곳은 아직 없다. 이러한 여건상 자연스럽게 우리의 기술은 탐사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성공여부가 탐사에 달려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부분에 주력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탐사기술의 세부 전문분야는 지질 지구물리 저류공학으로 나누어진다. 현재 국내 기술진의 수준은 석유개발 역사가 짧아 고급기술로갈수록 그 인력이 제한되어 있으나 탐사대상지역에 대한 기술평가는 단독으로도 가능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80년대 초부터 국내의 해당분야 인력이 국내 대륙붕 개발에 투입되어 6광구에서 최초의 가스 발견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고 현재 베트남 등 해외 운영광구에서 운영권자로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는데서도 확인할 수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셸사 모빌사 등 외국 메이저들이 비운영권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한국의 탐사부문에 대한 기술력이 어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부문은 일정궤도에 올라 기술력과 인력만 계속 양성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향후 석유탐사는 보다 더 정밀하고 숙련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유전들과 같이 대형이거나 또는 찾기쉬운 유전은 대부분 발견·개발되어 있어 결국 탐사가 어렵거나 정밀한 평가 기술력을 요하는 심해저, 극지, 복잡한 지질구조지역에서만 사업기회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에 대비한 탐사기술 배양에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더욱이 우리보다 월등한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급 석유회사들이 이제는 과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소형 유전, 심지어 가스전까지 넘보고 있어 기술력과 정보를 바탕으로 탐사에 적극나서지 않으면 우리의 입지는 매우 좁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탐사기술도 기술이지만 그 동안 발전되어온 개발, 생산기술에 힘입어 소규모라고 하더라도 경제성 추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아직 우리의 취약한 개발·생산분야인데 그 동안 탐사에주력할 수밖에 없었으나 최근 생산유전 매입까지 필요성이 대두되어 탐사와 함께 기술력 배양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세계 유전 발견 성공률 5% 넘지 못해우리의 석유개발역사는 매우 짧다. 비록 우리의 석유소비가 세계6위권에 이를 만큼 산업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냉정하게 보면 우리의 석유개발기술과 경험은 우리보다 경제가 뒤떨어진 산유국보다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우리가 자국내에 석유자원이 없어 기술 보유의 필요성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데 주원인이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자체기술을 보다 강화하여 국내는 물론 해외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과거에 우리가 경험했고 앞으로 안 일어나리라 장담할 수도 없는 에너지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석유개발기술 중에서도 특히 탐사기술, 즉 석유를 찾는 기술은 다른산업분야의 기술과 달리 절대적으로 통일된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론적이고 추론적이며 이를 적용평가하는데에는 첨단과학이 주역할이 아니라 보조역할을 한다고도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미국 어느 곳에서 성공한 탐사기술, 기법이라고 해도 우리 대륙붕에서 우리 기술보다 우월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만큼 땅속은 다양하고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완전한 예측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오랫동안 많이 보고 연구해야하는 경험적 기술에 좌우되는게 석유 탐사 기술의 특성이다.우리가 과거와 같이 돈을 들고 석유를 사오기보다, 직접 석유개발에 나서 안정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조금만 경제적 여력이 있어도 국내든 해외든 석유개발에나서는 자원빈국들이 있고 또 산유국들조차 외국으로 석유개발에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인 기술확보 및경험축적, 그리고 해외개발에 직접 착수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보인다.이종화·석유개발공사 기술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