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들어 연해주 메콩강유역 등지에서 해외농업개발을 추진,눈길을 끌고 있다. 주무당국인 농림수산부는 이번 해외농업개발투자에 굳이 「민간주도」라는 전제를 달고있는데 이는 과거 실패의전례와 추진상의 어려움을 감안, 정부가 직접 나서지는 않겠다는뜻으로 풀이된다.정부가 해외농업개발투자를 시작한 것은 지난 68년 고박정희 대통령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라과이의 산페드로 농장 1만5천㏊를11만달러에 사들인 것을 시발로 아르헨티나의 루항 농장(71년)페루의 테노 농장(80년) 아르헨티나의 야타마우카 농장(78년)과 산하비엘 농장(81년) 등 남미지역에 5곳의 농장을 사들였다.그러나 당시 농업개발투자는 이민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고 실제농사를 짓기위한 인력이 파견되지도 않은데다 사후관리도 따라주지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5곳의 농장가운데 아르헨티나의 야타마우카농장만이 아직 외무부 국제협력단 소유로 남아있고 나머지는 모두매각됐거나 매각이 진행중이다.요즘들어 민간을 통해 해외농업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최근 국내 곡물수급사정이 불안해진데다 국제곡물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를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식량재고는 올 3월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22%가 줄어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올 재고수준은 2억3천만t으로 13%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곡물재고수준 17~18%선을 크게밑도는 수치다.식량의 해외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로서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국제곡물의 수급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하는 것이 긴요해졌다. 정부는 우선 주곡인 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자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대책을 강구하고 그밖에 사료곡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다양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해외농업개발은 그중 장기적인 대책으로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4월 해외투자자유화를 위한 완화조치가 취해지고 최근 민간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농업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콩 옥수수 등을 민간주도의 개발을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지역별로는 러시아 중국 인도차이나반도(메콩강유역) 호주 등지가 꼽히고 있다. 러시아 연해주지역은 고려합섬 세모 한일합섬이15만6천㏊에 콩 밀 등을 생산한다는 계획으로 개발을 추진중이다.특히 고려합섬은 이미 9만3천㏊에 1백42만달러를 투자, 지난해 2천t의 콩을 처음 생산했다. 이들 지역은 소유권을 이전받는 형태가아니라 70년 정도의 장기임차를 받아 토지사용료를 내고 개발하는방식이다.메콩강지역은 농어촌진흥공사가 93년부터 야수프강 농업용수개발등 다목적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진로가 캄보디아에서 옥수수 타피오카농장 개발을 검토한 바 있다. 지난 6월 메콩강유역에대한 민관합동투자환경조사때에도 현지정부로부터 농업투자요청을받았다. 삼성의 경우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 목장을 개발, 송아지를 사육한다는 방침인데 지난 7월부터 개발을 진행중인 것으로전해지고 있다.문제는 해외농업개발투자에 도사린 위험요소들이 많다는 것이다.농업분야는 자본투자에 비해 투자자본회수기간이 길고 수익률도 낮다. 또 생물을 다루는 것이어서 기후 토질 등의 영향을 받기쉽고국제곡물시세도 들쭉날쭉해서 위험천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설령 생산이 잘된다 해도 국내로 반입하는 것은 또 다른문제다. 대부분의 곡물이 우루과이라운드협정에 따른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의 적용을 받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3백~4백%의 엄청난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목장·농장경영 무턱대고 덤비는 것은 금물결국 목장이나 농장을 경영할 경우 제3국에 판매,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다해도 저장시설문제 곡물시세 그밖의 유통하부구조등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과제다.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덤벼서는 큰코다치게 마련이다.투자수익률이 낮고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도 길다보니 웬만한 규모의 기업이라도 혼쭐이 나는 수가 있다. 만주삼강평원일대를 개발하고 있는 대륙개발의 경우 지난 92년 계약을 체결, 1만3천㏊를 개발해서 콩 밀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투자수익률이 낮고 개발기간도오래 걸려 자금사정이 나빠졌다는 소문이다.대기업들이라해도 단지 농업 자체만을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물물교환 또는 다른 산업과 연계한 사업 등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것이현실적이다.해당국의 정치적인 환경도 반드시 염두에 둬야할 사항. 자칫 잘못하면 농사 잘 지어놓고 남좋은 일 하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한편 농림수산부는 외교통상협력이나 현지자원조사, 국내 수요업체와의 연계알선이나 기술지원 등을 통해 민간의 해외농업개발을 지원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토질조사나 수리 수확기술 등과 관련, 정부가 전문가를 파견하고 경제개발협력자금(EDCF) 등을 알선해준다는 것이다. 과거 외무부와 보사부의 남미투자 실패사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런 행보다.농업개발투자는 사실상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어서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 위기' 대비 기금준비 현황에너지 공급비상시 정부가 재원으로 쓸 수 있는 돈이 바로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 자금이다. 이 자금은 원래 석유사업기금석탄산업육성기금 석탄산업안정기금 에너지 이용합리화기금 해외자원개발기금 등 5개로 나뉘어져 있던 에너지관련 기금을 효율적으로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1월 통합한 것이다.이 회계 안에서 석유공급 차질때 당장 갖다 쓸 수 있는 돈은 유가완충 준비금. 국제 원유값이 급등해 정유회사들이 수입손실을 입었을 때 보전해줄 목적으로 마련된 돈이다. 특히 유사시 정부가 국내석유가격의 최고액을 지정할 때 이로인해 발생된 정유회사들의 손실이나 국내 석유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한 명령에 따라 생긴 손실을 보전해 줄 수도 있다.올해 에너지특별회계 예산은 작년 보다 16.7% 늘어난1조7천5백87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투융자간 전출입을 제외한 순규모는 1조6천4백78억원.이중 유가완충준비금은 2천9백억원 정도이다. 정부는 이를 오는99년까지 1조2천억원으로 늘려 국제유가가 배럴당 5달러 인상됐을때 6개월간 국내 석유값을 올리지 않아도 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배럴당 1.7달러씩 걷고 있는 석유수입부과금을 인상하는 등 자체 세입을 확보하는 다각적인방안을 검토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