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를 기억하라」.「엉클샘」의 거만함과 속물주의에 대한 세계언론의 비난열기가 애틀랜타의 무더위를 무색케 한다. 폭탄테러 등 참가선수단의 신변위협은 물론 방송장비나 교통시설 등의 준비소홀에 대해서도 이구동성으로 비판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올림픽으로 기억될만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형편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애틀랜타를 기억할만한 사건이 관중의 환호성에 묻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비자카드사가 운용하는 전자화폐 「비자캐시」가 바로 그것이다.이번 26회 애틀랜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과 관광객들은 비자캐시릍 통해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햄버거를 구매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자화폐 사용에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계산대점원이 상품대금 총액을 전용단말기에 입력하면 사용자는 이 단말기에 자신의 카드를 집어넣는다. 그러면 단말기에 기존잔액에서 신규구매금액을 뺀 잔액이 나타난다. 잔액표시내용에 이상이 없으면승인버튼을 누른다. 사용금액은 나중에 은행구좌에서 빠져나간다.◆ 몬덱스 성능 우수하나 유통망 열세 만회해야현재 애틀랜타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자캐시는 일반 신용카드에IC(집적회로)칩을 내장한 형태다. 가로 8.5cm, 세로 5.4cm의 크기로 IC칩에 각종 신용과 화폐정보를 담고 있어 「전자지갑형 화폐」라고 불린다. 비자인터내셔널과 퍼스트유니언은행을 비롯한 3개 은행이 비자캐시의 시범운영에 참가하고 있다. 비자측은 올림픽기간중에 모두 2백만장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비자카드사가 비자캐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IC내장형 카드에대한 홍보효과다. 일찍부터 비자카드사는 신용카드에 IC를 내장하는 전자화폐를 일반화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호주의 골드코스트,캐나다 토론토, 영국, 스페인 등지에서 전자화폐를 운영해 왔다.이는 전자화폐의 표준화를 둘러싼 경쟁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비자카드사는 또한 비자캐시를 통해 10달러 미만 소액결제 시장에대한 공략의 발판을 마련하길 원한다. 연간 3조달러로 추정되는 이시장은 신용카드의 경우 수수료가 붙어 10달러 미만의 소액결제는사용실적이 저조했다. 그러나 전자화폐기능을 첨가함으로써 새로운수요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애틀랜타 이후 비자의 전자화폐 실험은 한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서 체이스 맨해턴은행, 시티뱅크 등 2개 은행, 그리고마스터카드와 공동으로 IC내장형 카드의 상용화 실험을 계속할 예정이다.그러나 비자가 IC카드형의 전자화폐를 전세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자지갑형 화폐의 원조 몬덱스(Mondex)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 현재 영국의 소도시 스윈든(Swindon)에서 실험되고 있는몬덱스는 ATM(자동현금지급기)이나 전용전화기를 이용해서 은행계좌로부터 화폐가치를 이전시켜 각종 거래에 이용되고 있다. 성능이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유통망의 열세를 어떻게 만회하느냐가 비자캐시와의 승부에서 관건이다.이밖에도 미국 사이버캐시(Cybercash)사와 GCTech사, 네덜란드 디지캐시(Digicash)사의 「네트워크형 전자화폐」의 도전도 만만치않다. 이들중 미국시장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가 디지캐시사. 이 회사가 개발한 이캐시(Ecash)를 세인트루이스소재 마크트웨인 은행이 상용화하고 있는데 현재 50여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전자화폐가 활발히 보급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 반해서 일본은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 정보인프라의 부족과 높은 현금 선호도때문이다. 최근에서야 후지은행과 사쿠라은행이 공동으로 도쿄 소재 2개의 고층빌딩을 대상으로 IC형 전자화폐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또한 일본대장성은 전자화폐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대비해서 지난달하순 전자화폐의 보급방안을 협의하는 전문연구회를 설치했다. 이연구회는 전자화폐 보급에 장해가 되는 프리페이드 카드규제법이나외국환율관리법등 관련법안을 수정하며 필요에 따라 법률의 개정작업도 담당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