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한가지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이호윤 무역협회 도쿄지부장은 대일무역적자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데 대해 이같은 평가를 내놓는다. 한가지 사안을 찾아내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얽힌 문제라는 이야기다.그의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한국의 대일무역적자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항상 최대현안으로 꼽히면서도 언제나 별다른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흐지부지돼왔다.대일무역적자의 심각성은 수치만 살펴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지난93년 84억달러를 기록했던 적자액이 94년엔 1백18억달러를 나타내1백억달러선마저 넘어섰고 지난해엔 1백55억달러로 더욱 악화됐다.95년은 광복50주년을 맞는 해였지만 경제적으로는 대일무역누적적자 1천억달러를 돌파한 수치스런해로 기록되기도 했다.올상반기의 경우는 71억달러 적자를 나타내 지난해 상반기의 82억달러보다 10억달러가 감소했지만 한국의 경기가 수그러들어 설비투자가 냉각된 점이 주요 원인이어서 적자구조가 개선조짐을 보이고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형편이다.전체무역적자와 대일무역적자를 비교해보면 심각성은 더욱 확연해진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의 총적자는 1백억달러다. 대일무역이 균형만 이뤘다면 5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전체적자가 63억달러였던 94년의 경우도 마찬가지 결론이 가능하다.이처럼 심각한 대일무역적자도 따져보면 원인은 너무나 단순하다.수입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품 설비등의 자본재 수입이 많다는 이유 단 하나다. 자본재수입만 줄일 수 있다면 무역적자도 발생할 이유가 없다.그러나 적자가 크다고 해서 대일수입을 나쁜 것으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설비나 부품등을 수입한 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해 국내시장에 보급함은 물론 해외수출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일수입을 중단한다면 우리기업들은 하루아침에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고급상품도 싸구려상품도 아니다수입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해결책은 단한가지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이 역시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다.최근 수년간(달러기준)을 보면 대일 수입증가율은 대부분 수출증가율을 웃돌아왔다. 지난 93년 수출은 0.3%가 줄었지만 수입은 2.9%증가했고 94년엔 수출이 16.9% 늘어난 반면 수입은 26.9% 확대됐다. 지난해에도 수입증가율이 28.4%를 기록해 수출증가율 26.1%를웃돌았다.올상반기중 대일수출증가율은 0.9%로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일본의 수입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힘입어 전자제품은 5.1%의 소폭적인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철강(?27.7%) 섬유(?12.7%)등은 감소세를면치 못했다.최근들어 한국의 수출이 얼마나 부진한지는 일본측 자료를 봐도 뚜렷이 드러난다. 대장성이 발표한 지난 상반기중 일본의 수입증가율은 23.4%지만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6.7%증가에 그쳤다.(엔화기준.달러기준인 한국정부치와는 차이가 있음)경쟁국의 경우는 대만이 38.4%, 싱가포르가 42.6%, 말레이시아가34.0%, 중국이 32.6% 등으로 모두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일본시장에서 한국상품의 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뚜렷한 이미지를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급상품도 아니고 「싼맛」에 구입할수 있는 싸구려상품도 아니어서 소비자를 끌어들일 만한 매력의 포인트가 없다.대일수출부진 및 적자확대는 한국경제가 일본과 경쟁적인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원인의 하나다. 자동차 전자 철강등 한국의주력사업은 일본에서도 주력산업이다. 따라서 관련부품등의 수입이많을 수밖에 없고 일본보다 좋은 상품을 만들지 않는한 대일수출도부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업하기 힘든 풍토 및 반일감정 등으로 외국기업(특히 일본)도 진출하지 않으니 동남아국가들과 같은「외자(外資)효과」도 보기 어렵다.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좋은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 드물고 우수한 설비를 생산하는 기계업체도 키워내지 못한 우리경제내부에 있다. 공장을 차리려면 세계최고의 땅값과 이자를 물어야하고 은행문턱도 넘나들기 힘든 환경에서 자본재산업이 제대로 자랄 리 없다. 「중소기업하는 사람은 멍청이」라는 말마저 나도는한심한 풍토다. 대일무역적자문제는 그런 점에서 한국경제가 안고있는 문제점을 농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자본재산업은 온갖 지원을 해주더라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최소한 10년이상의 장기적 기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물가를 잡고땅값을 내리고 금리를 인하해 기업환경을 만드는데 생명을 걸어야하고 기업들도 좋은 상품만들기와 기술개발에 온힘을 집중해야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대일적자 극복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