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24만1백95건의 산업재산권을 출원, 세계 5위의출원대국으로 자리잡았다. 외적인 지표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특허행정은 심사적체, 전문성확보, 특허청이전문제 등에서 크게 미진한게 사실이다. 특허제도도 특허 실용신안 의장 상표를 제외한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등 신지적재산권을 강하게 보호하려는 국제적 추세에도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특허법원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 기술전문가가 참여할수 있게 문호가 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심사적체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기술개발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95년말 특허법통일조약시안을 마련할때 심사처리기간을 2년으로 못박음으로써 심사기간이2년을 넘길 경우 외국에 산재권분쟁이나 통상마찰의 빌미를 주게되는 셈이다.현재 특허청 심사인력은 2백14명으로 심사관 1인당 평균 3백여건의산업재산권을 심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90여건, 일본의 2백50여건에 비해 많고 내버려둘 경우 출원후 5년정도 지나야 특허나 실용신안을 획득할수 있게 된다. 그래서 특허청은 2000년까지 8백명의 심사관을 확보, 1인당 심사건수를 1백70건수준으로 낮추고 심사처리기간을 현재 3년이상에서 2년으로 단축키로 했다.그러나 심사인력의 양적증가에 맞춰 심사의 실적이나 질을 동시에높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허청은 첨단산업현장에 심사관을 파견하고 지난해와 올해 박사급 심사관을 특채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또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평가하는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런데 충실한 교육을 받지 않은 심사관이 심사업무에 투입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심사·심판업무부서의 고위직을 맡는 낙하산인사가 이뤄지고 있어 이런 노력에 옥에 티로 작용하고 있다.◆ 낙하산인사 특허행정 전문화의 걸림돌특허청의 한 과장은 『심사관의 잦은 이동으로 전문성의 확보가 힘들고 승진경쟁에서 밀린 통상산업부 재정경제원의 행정관료나 집권당의 당직자가 심사국장 항고심판소장에 배치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일본에서는 특허청심사관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다른 부처로 옮길수 없게 지위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결국 낙하산인사가 특허행정의 전문성을 심화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것이다.특허청의 대전이전문제도 산업기술전쟁시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김명신 대한변리사회장은 『인구분산과 국방문제만 생각해 98년 특허청을 대전으로 옮긴다는 것은 기술두뇌가 경인권에 집중돼있고 통일시대를 대비해야하며 산업재산권이 산업발전의 관건으로 작용함을 고려할때 부적당하다』고 주장한다.특허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 기업들의 시간적 인적 비용이 엄청나게 늘고 서울에 들어설 특허법원과 조율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허청과 청와대에서도 이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정책변경으로 생기는 잡음을 고려해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특허제도는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신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에 미흡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정보통신등 첨단산업에 필수불가결한 반도체의 집적회로 배치설계에 관한 권리는 통산부가 관리하고 있다.생물다양성 확보에 각국의 관심이 지대한 가운데 특이·개량동식물에 대한 권리는 종자법에 의해 농림수산부가 맡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램은 정보통신부, 데이터베이스는 문화체육부에 각각 그권리가이관돼 있다. 김명신회장은 이에 대해 『신지적재산권을 포함한 모든 산업재산권을 통합관리할수 있도록 특허청이 부처급으로 승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98년 3월에는 현재의 특허청 심판소및 항고심판소 기능을 통합한특허심판원, 2심을 맡는 특허법원이 등장하게 된다. 변리사회는 『심판의 전문화를 위해 발족된 기관에서 기술심리관을 법률판사의보조적 위치로 간주하면 제기능이 발휘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있다. 독일처럼 심판부에 2~3인의 전문기술판사가 배치돼야 비로소심판의 전문성이 확립될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기술심리관이 판사에게 기술적 조언만을 하게 된다면 일본처럼 그 역할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한 지금까지의 평면적인 서면심리를 벗어나 입체적인 구두심리가 이뤄져야 심판관련당사자의 의견이 다양하게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