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을 주축으로한 우리나라 지식산업계는 요즘 정신이 없다.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으로서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을 반영한 개정 저작권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됨에 따라 이에대한 적응을해야하는 상황에서 선진국에 의해 개방압력이 거듭되고 있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보의 디지털화에 따른 새로운 저작권상황도 그중의 하나다. 저작권의 소급보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앞에 미국은 계속 지적재산권 보호공세를 늦추지않고 있다. 그런압력에 대한대응책을 지금부터 준비를 하지 않으면 또다시 선진국의 패권논리에 이끌려 우리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소지가크다.변호사로서 저작권법분야에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한 한승헌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부위원장을 만나 개정저작권법이 우리 출판업계에미칠 영향과 멀티미디어시대에 따른 대응전략 등을 들어봤다.▶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저작권법이 우리 출판계에 미칠 영향은.개정저작권법이 저작권의 소급보호를 주요골자로 하고 있어 출판계는 이에따른 부담이 상당할 전망입니다. 그러나 어차피 국제 저작권질서에 편입된 이상 이에 대한 적응 노력이 지금부터 활발히 펼쳐져야 합니다. 외국 저작물보호를 둘러싼 회피적인 애국론은 개방화시대에 걸맞지 않습니다. 세계어느나라에서든지 저작권이 보장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우수저작물과 창작물을 수출할 수 있는 학문적성과를 높이는 작업을 지금부터 전개해야 된다고 봅니다. 개정저작권법시행에 따른 적응노력이 이런 방향에서 추진될 때 지적 문화적인면에서 선진국에 진입할수 있을 겁니다.▶ 개정저작권법시행은 우리 출판계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칠 것으로보이는데.우선 우리 출판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고치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중복출판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동안 우리 출판계는 한 사람의 외국인 저서를 여러 출판사에서 중복출판하는 출혈경쟁을 벌여왔는데 저작권보호가 확대됨에 따라 이런 폐습은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됩니다.▶ 멀티미디어시대는 기존 저작권개념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인데.이미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멀티미디어는 기존 저작권개념에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멀티미디어시대는 만인이 저작자가 되고 저작이용자도 될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사람이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도 될 수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기존의저작권법은 낙후된 규범화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예를 들어 기존 저작권법에서 복제권은 인터넷을 이용한 복제에 있어서는 그 개념이 무의미해집니다. 사용자가 인터넷을 이용,프로그램을 보거나 다운받을 수 있는데 어디까지를 복제로 규정,저작권을보호해주어야 하는 문제가 바로그런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등 선진국의 움직임과 국내의 대응전략은.미국,일본,유럽연합등 선진국은 멀티미디어와 지적재산권에 대한연구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와 업계는 선진국의보고서를 입수,번역해 대비책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학계와 출판계,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등은 최근 세미나 등을 열어 보완책마련에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그러나 학계와 정부,업계등 어느 곳에도 이에대한 전문가가 적어서선진국의 저작권공세가 가시화될 때 우리 입장을 적절히 지켜나갈수 있을지 의문이 갑니다. 현안이 터졌을 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보일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전문가를 키워나가는 것이필요합니다.▶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도 저작권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된배경은.70년대중반 사형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썼다가 반공법으로 위반으로 구속된 적이 있고 또 80년 5.17사태로 구속돼 감방생활을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저작권분야에 대한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당시 교도소에는 책차입이 금지되었는데 저작권관련 책은 정치성이없다는 이유로 차입이 허용됐습니다. 본의아니게 이 분야에 대한책을 집중적으로 읽게 된 셈이지요.출감한 뒤 마침 우리출판업계에는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졸지에 할일 이 많아졌습니다. 8년여동안 변호사자격이 정지돼 궁여지책으로 삼민사라는 출판사를 경영한 것도 저작권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