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국내통신판매 전문업체는 뚜렷한 패자없이 그만 그만한 업체들이세력다툼을 전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통판업체는 5백여개가 넘는다. 사장과 여직원 단 2명인 업체가 있는 반면「비이마케팅」 「명승물산」 「훼밀리마트」 「더하우스」 「웅진통신판매」 등 제법 일정 규모를 갖춘 업체까지 다양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통신판매시장 4천억원중 이들 전문통판업체의 매출은 8백억원. 전체시장의 20%를 차지한다. 업체당 평균매출액은 1억 6천만원으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연간 매출액이 1백억원이 넘는 업체도 있다. 비이마케팅(3백50억원) 명승물산(2백억원) 훼밀리마트(1백억원) 더하우스(1백20억원)웅진통신판매(1백억원) 등이 대표적 업체들이다.자본과 인력의 부족으로 국내통판업체들은 통신판매의 핵심인 회원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황소의 눈」이란 독자브랜드를 가진 비이마케팅, 더하우스 그리고 웅진통판 정도가 소규모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상태다. 이것도 소비자의 주소와 연령성별 전화번호 등 가장 기초적인 자료만 입력했을 뿐 통신판매에대한 선호도나 구매취향 재구매시점 등 실제 마케팅에 필요한 자료는 부족한 실정이다.◆ 카드수수료 명목 매출액 12% 부담조영주 더하우스 이사는 『신용카드사의 회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카탈로그를 발송해서는 결코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 수 없다』며 『전문 통신판매업체로 발전하기 위해선 힘들더라도 독자적인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이사는 신용카드사를 이용할 경우 소비자가 판매회사보다는 신용카드사만 기억하기때문에 회사나 상품의 인지도 제고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주장했다.이들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통판업체들은 신용카드나 백화점카드의 통판사업 벤더로 참여하고 있다. 즉 카드결제날에 받아보는 카탈로그에 제품을 광고하는 수준이다.「M-mart」의 명승물산은 매월 30여만부의 카탈로그를 발송한다.웅진통신판매는 독자적으로 확보한 내부회원 10여만명과 LG카드사의 카탈로그를 통한 10만여명 등 매월 20만부를 내보낸다. 훼밀리마트는 BC 국민 외환 LG카드에 카탈로그 광고를 게재한다.통판업체들이 신용카드사 카탈로그에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광고료도 무시 못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서 명승물산 사장은 『카탈로그 제작비와 발송비 용역비 등 매월 3억원에서 4억원 가까운 돈을 쓴다』며 『한달 20억원 정도를 판매하는 업체로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금액』이라고 인정했다. 자체 확보한 35만명의 회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카탈로그를 발송하는 비이마케팅은 연간 30여억원을 지출한다. 총매출액의 10%나 되는 금액이다.카드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통판회사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올해 4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는 통판전문회사 무한유통의 이동균사장은 카드 수수료가 너무 높아 『재주는 통판업체가 부리고 이윤은 카드회사들이 챙긴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인켈 필립스태광 등의 전자제품과 키보드 의류 등을 통신판매하는 이 회사는한달 평균 3억원 정도를 판매한다. 이 사장은 카드회사 가맹료와판매대행료 무이자할부판매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매출액의 12%가 나간다고 밝혔다. 3천6백여만원을 카드회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수수료 이외에 카탈로그 광고비로 매월3천만원을 별도로 지출한다. 이것 저것 제외하면 이익률은 7~10%에불과하다고 이 사장은 밝혔다.통판업체들이 막대한 광고비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선전하는 제품은 의류나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 수천가지에 달한다. 더 하우스는의류 레저용품 골프용품 건강보조식품 등 1천개 상품을 통신판매한다. 황소의 눈도 3백여개의 고정 아이템을 비롯한 2천여개 상품을 확보하고 있다. 웅진통판의 경우 3백여개 품목을 취급한다.M-mart도 1천5백여 상품을 확보하고 있다.이들 업체가 확보한 제품중 80% 이상이 국내 중소기업제품이다. 독자적인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업체 제품을 위탁판매해 준다.나머지 20%는 OEM방식이나 자체 생산라인을 갖고 생산하는 제품들이다. 주로 의류나 시계 등이 이같이 생산된다.통판업체들은 중소업체 제품만으로는 소비자의 신뢰도를 얻기 어려워 대기업제품도 손을 대고 있다. 황소의 눈에 납품하는 한국샤프의 이재곤 영업계장은 『사실 통신판매에 기대를 거는 것은 아니나 30여만부에 달하는 카탈로그의 광고효과를 고려해서 제품을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다른 통신판매회사도 납품을 요청했으나 신뢰도와 판매조건 등을 고려해서 황소의 눈에만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세성 고물류비 저수익률 극복이 관건이들 제품은 주로 전화나 팩스 PC통신 등으로 접수받는다. 대부분신용카드사가 대행해 준다. 통판업체들은 주문자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신용카드사로부터 통보받는다. 통판업체들은 등기나택배 그리고 직접배달 등으로 이들 제품을 배달해 준다. 최근에는보다 신속하고 안전한 전달을 위해 택배 이용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통판업체들의 물류비도 꾸준히 늘고 있다. 훼밀리마트의 김광철 전무는 『올해 1백억원의 매출을 기대하는데 물류비로7억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명승물산은 5%, 웅진통판은 4% 등대부분의 통판업체들이 4~10%정도를 물류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업체난립과 과도한 광고선전비, 카드수수료 그리고 점증하는 물류비로 인해 통판업체들의 채산성은 일반인의 예상보다 훨씬낮다. 대부분 업체가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이 확대될거란 기대감속에 적자를 감내하는 형편이다.전문통판회사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있다. OEM방식이나 생산공장을 확보하여 판매원가를 낮추기도 한다. 훼밀리마트는 의류제품을 OEM방식으로, 명승은 시계를 자체 조립생산한다. 무한유통의 경우는 가전제품을 현금으로 대량구매, 단가를 낮추고 있다.전문통판업체의 미래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위지홍 비이마케팅 상품기획부장은 『지난해 1백억원에서 올해 3백50억원으로 무려 3백50%의 매출액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통신판매에 대한 인식변화 그리고 소비자보호장치의 마련 등으로 전문통판업체가 발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놨다.통신판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초로 통신판매를 시작한 미국과 국내 통신판매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일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미국의 통신판매는 1792년 몽고메리워드사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돼 1886년 시어즈로벅에 의해 발전됐다. 현재 미국의 통신판매 시장규모는 약 2천4백억달러. 일본 통신판매 시장의 10배 규모다. 통신판매시장이 전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에 달한다.미국에서 통신판매가 발달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전체 국토가 광활해서 소비자가 쇼핑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쇼핑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통신판매가 도입된 초기에 농부들을대상으로 씨앗을 통신판매하는 것이 유행했던 것도 농촌지역에서는쇼핑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서였다. 둘째는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경우 밤에는 현금을 가지고 돌아 다니는 것이 힘들정도로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 직접 점포에 나가 물건을 구입하기보다는 우편을 통해 상품을 배달받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게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런 두가지 이유로 미국에서는 통신판매가 확실하게 정착할 수 있었다.일본의 경우 통신판매가 붐을 일으킨 때는 1970년대 들어서였다.신문 잡지 TV 등 미디어를 이용한 통신판매가 활발하게 진행됐고백화점과 신용카드회사들은 회원 명단을 가지고 통신판매 시장에뛰어들었다. 이 시기 소화물 배달업인 택배업의 발달도 통신판매발전을 도왔다.현재 일본에는 4천∼5천개의 통신판매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있다. 소매업계 전체가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데 비해 통신판매 업체는 최근 10년간 매년 약 15%씩 성장하고 있다. 이에따라 통신판매가 전체 소매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0년의 0.5%에서 94년에는 1.5%로 높아졌다. 94년 일본 통신판매 시장 규모는 약 2조엔.일본 통신판매 시장이 소매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1.5%는 미국의 3.5% 독일의 4.8% 영국의 2.5% 프랑스의 2.6% 등 구미 선진국에비해서는 적은 수치다. 통신판매 비중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성장잠재력은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고 전망되고 있다. 2000년대에 일본의 통신판매 시장은 3조5천억엔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전체 소매업시장의 2%를 통신판매가 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일본 통신판매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점쳐지는 첫번째 근거는 고령화 사회로의 진전이다. 노인인구가 늘어날수록 통신판매 이용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멀티미디어의 발달이다. 케이블TV위성방송 컴퓨터 등을 이용한 온라인 쇼핑 및 전자 카탈로그가 이미 시도되고 있어 조만간 뉴미디어를 이용한 통신판매가 광범위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주부의 사회진출이 늘고 있는 점도 통신판매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