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선봉이 우리 기업들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그동안 막연한 구상에만 머물렀던 국내 기업들의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 투자계획이 점차 실현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오는 9월 13~15일 나진·선봉에서 열리는 투자포럼에 우리 기업들의 참가가 허용된게 그 첫 신호다. 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는홍지선 북한실장이 북한을 방문,나진·선봉에 무역관을 설치하는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게다가 토지공사에서는 이 지역에 한국기업전용공단을 조성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했다.이에 앞서 정부는 삼성그룹의 나진·선봉 통신설비 투자에 대해 협력사업자 승인을 내주기도 했다. 이 모든 일들이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지하세월로 여겨졌었다. 우선 우리 정부쪽에서 나진·선봉에 대한 투자에 신중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막혔던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급진전되고 있다. 이에 나진·선봉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그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이번 투자포럼 참가신청에 약 2백개사가 응해 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게 이런 관심도를 말해준다.◆ 잘훈련된 노동력등 각종 투자유인책 제시그러면 나진·선봉은 과연 어떤 곳인가.북한이 나진·선봉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포한 것은 지난 91년말이었다. 당시 UNDP가 제의한 두만강지역개발에 대비해 인근 지역인 나진시와 선봉군 6백21㎢를 동북아의 국제화물중계기지 수출가공기지 관광기지로 개발한다는 게 북한의 전략이었다.이어 북한은 청진항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하고 93년에는 외국인의1백%투자허용 등 여러 우대조치를 담은 자유경제무역지대법을 제정공포했다. 이렇게 시작된 나진·선봉지역 개발계획은 그동안 북한측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투자유치실적이미미한 편이다.북한측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40건 3억5천만달러의 투자계약이 이루어졌다. 이중 투자가 실행된 것은 22건 3천4백만달러에불과하다.계약이 성사된 주요 내용을 보면 네덜란드의 쉘사가 선봉항 주변에1천만달러를 투자해 원유 및 석유비축기지를 건설중이다. 쉘사는1.7㏊에 원유부두기지를 건설하는 공사도 진행중이다. 태국의 록슬리사는 통신분야에 3천만달러를 투자해 30년간 합작사업을 벌이게된다. 현재는 설비납입단계로 오는 9월중 통신을 개통하고 98년에는 통신센터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이밖에 네덜란드의 ING은행은 3천만달러를 투자해 금융업을 준비중이며 홍콩의 페레그린 은행도 합작은행 개점을 추진하고 있다.나진·선봉에 대한 투자유치가 이처럼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은 그동안 이 지역의 산업기반시설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측은 최근 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시설의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진-원산간 도로포장공사가 내년 4월 완료될 계획이며 나진시내의 도로포장공사도 계획돼 있다. 또 9월중에는 물류센터가 완공되고 공항은 우선 헬리콥터 착륙시설부터 착수해 앞으로 4천m 활주로를 만들 계획이다. 이중 헬리콥터는 오는 9월중 북경-나진간노선이 임시개통된다.북한측은 사회간접시설 구축과 함께 각종 투자유인책도 제시하고있다. 우선 땅값이 싸다. 50년간 임대조건에 공업단지는 ㎡당5~20달러, 주택 공공용지는 10~25달러, 금융 오락 상업지구는20~30달러선이다. 또 나진·선봉에는 잘 훈련된 14만명의 노동력이있으며 앞으로는 북한 전역에서 노동력을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투자기업들이 원하면 자국에서 기술자나 관리인력도 데려올 수 있다.북한측은 특히 올해중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임대료를50% 깎아주고 토지사용료도 10년간 면제해준다는 조건을 제시하며투자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이와함께 투자유망업종으로는 도자기공업 수산물가공 천연수개발 식품 약재 제약 플라스틱 봉제 목재가공 전자제품 등을 꼽고 있다.한편 국내기업중 이 지역에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업체는 10여개사에 이르고 있다. 삼성그룹이 스피커공장과 통신설비 진출계획을 갖고 있으며 LG는 통신 및 도로망사업에, 선경은 통신 수산물분야에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쌍용은 시멘트공장과 컨벤션센터건립을추진중이고 한화는 화학과 통신분야 투자계획을 선언해 놓고 있다.중견 또는 중소기업으로는 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필름 가정용기)대호건설(공단개발) 등이 나진·선봉 투자진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이들 외에도 이번 투자포럼 참가신청에 2백여 업체가 몰린 것으로미루어 조만간 나진·선봉은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사업기지로 각광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