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를 「만화산업 도약의 해」로 선포했다. 만화산업의 주무부서인 문화체육부는 지난 1월18일 올해중 15개 사업에 16억원을투자하고 만화문화연구법인을 설립하는 등 만화산업을 세계 3위로끌어 올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안을 발표했다.이 「만화산업 육성방안」에는 캐릭터 및 애니메이션 공모전 만화제작 지원금제도 등이 포함되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기획 창작력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7월 개최된 「대한민국 캐릭터 공모전」으로 석굴암 팔만대장경 종묘 등의 세계적인 문화유산과 태권도 축구 등의 주제전을 통해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캐릭터를 개발하는 계기로 삼았다.또한 만화관련 학생들이 해외 유명만화페스티벌에 참여할 기회를넓히기 위해 적극 지원하는 한편 전문제작사들을 위한 5억원의 기금을 마련, 연리 3~4%로 건당 1억~2억원씩 지원해 우수만화영화제작을 부추기기로 결정했다. 또한 국내 10개대학 만화관련학과의 영상제작물에 1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 미래 전략산업으로 만화산업 인식작년에 8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지난 8월15일에는 13억원을 투자,30여개국이 참가한 「96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을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개최해 만화산업을 세계화 전략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대외에 공표하기도 했다.정부가 만화산업을 출판 뿐아니라 영상 출판 전자오락게임 캐릭터팬시상품과 광고 관광산업에까지 연계된 산업적 연관효과와 파급효과가 큰 미래 전략산업으로 인식했다는 증거다.만화는 문학을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삼고 미술을 표현수단으로 하여 고도의 창작능력과 기술이 요구되는 응용예술분야다. 만화산업은 이러한 속성을 지닌 만화를 여러 사업분야에 응용하여 막대한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관련분야들을 일컬으며 이러한 분야는날로 확대되고 있다.만화는 그리는 사람의 혼이 선이나 색 형태 등에 스며 있어 감수성이 많은 어린 세대에 전통적인 고유의 혼과 정신을 넣어 줄 수 있어 청소년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 또한 매우 크다.정부가 올해를 만화산업 도약의 해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육성방안을 세운 것도 경제적인 효과와 더불어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엄청날 것으로 예견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 만화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만화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인 배려란 측면도 충분히 감안됐다고 볼 수 있다.현재 국내전체 만화시장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 4천5백여개의 만화도서실 시장이 약 5백억원이며 만화잡지시장은 주간지 격주간지 월간지를 합하여 대략 2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잡지로 파생되는 서점용 단행본 시장이 약 1백억원과 스포츠신문과 일반 단행본의 판매를 포함한 인쇄매체 만화산업의 시장규모가 약 1천6백억원에 달한다. 불법만화 유통시장을 포함할 경우 출판만화시장 규모는 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7천억원, 팬시 및 캐릭터 1조원, 음반관련시장 2천억원, 전자오락게임시장 4천억원, 테마파크시장 3천억원 등 전체만화시장은 총 3조원에이르고 있다.최근 영상기술과 정보통신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만화시장규모가급속히 확대되자 대기업들도 만화산업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있다.영화제작에 뛰어든 삼성영상사업단은 올초 애니메이션팀을 발족시키고 만화책 및 잡지 출간을 검토중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금강기획도 4월초 기획조정실안에 신사업추진팀을 신설, 만화잡지 및단행본 출판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 계열의 두산동아 역시 94년 시도했던 만화잡지사업의 재개를 추진중이다. 94년말 「보이즈클럽」이라는 만화잡지를 창간했다가 6개월여만에 폐간했던 두산동아는 단행본 출판으로 얻어진 캐릭터를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와 팬시용품 제작 등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대기업은 독립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보다는 대원동화 서울문화사 등 기존의 만화전문업체와 손잡고 지분참여 등 우회적인 방식을채택하고 있다.◆ 일본 수입만화 군국주의 부활 부추겨대기업들이 이처럼 만화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만화가 갖는 엄청난파생효과 때문이다. 창작만화는 만화영화와 각종 캐릭터상품,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에서 대규모 테마파크조성 등에 이르기까지 그활용범위가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계몽사 계열의 영프로덕션이 만화영화 「헝그리베스트5」를선보인데 이어 올해 (주)쌍용과 쌍용정보통신이 「전사 라이언」제작에 참여하고 제일제당의 제이콤애니메이션이 만화영화사업을본격화하는 등 관련기업들이 만화영화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한 것도 만화산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진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국내만화산업이 안고 있는 최대과제는 기획과 창작면에서 노하우가부족하다는 점이다. 만화영화의 경우 기술적 수준이나 제작물량면에서는 세계 3위에 올라 있으나 대부분 제작가가 미국이나 일본의하청 및 주문제작에 머물고 있다. 또한 만화도서실 중심의 유통구조와 일본만화 베끼기 풍조 그리고 일류작가 위주의 시장형성등의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만화시장을 노린 일본만화의 대거 침투는 국내만화시장을 혼란시키고 있다.하루 50권꼴로 쏟아져 나오는 일본만화가 선정성과 폭력성을 주제로 국내만화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면서 일선 만화도서실 진열대의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국내에서 출간되는 대부분의 일본만화는 불법해적판이거나유령출판사들이 발간한 것이어서 규제는 커녕 유입규모도 제대로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인기있는 상당수 수입만화는 일본의 군국주의부활이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는 내용들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간행물 윤리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93년 3백37건이던 일본만화심의 건수가 94년 6백23건, 95년 8백70건으로 폭증했으며 올상반기에만도 5백28건의 일본만화가 심의를 거쳤다.한국만화학회의 한창완 간사는 『국내만화시장은 기본적인 기술력과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는만큼 거대한 양성 자본이 유입되고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한다면 멀지않아 국제경쟁력을 갖춰 일본만화의 침투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