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등 대형 생명보험사가 아닌 신설 생명보험사는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회사PR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이씨의 말대로 계약자의 돈을 몇년 이상씩 받아가는 보험회사로선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신설 생명보험사라는 핸디캡을 딛고 고객을 안심시키려면 부득이 「H그룹 계열」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지난 80년대말 세워진 H생명은 그러나 법적으로 H그룹 계열사가 아니다. 그런데도 보험업계에선 이 회사가 H그룹 계열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혼인관계로 얘기하면 동성동본 혼인금지 때문에 「사실혼」관계이면서도 호적상 「법률혼」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생명보험업계의현실이 딱 들어맞는다. 여기서 동성동본 혼인금지란 정부가 5대재벌은 생보업에 새로 참여할 수 없다는 「진입장벽」을 쳐놓은 것을 말한다.재정경제원은 지난 5월 6~15대 재벌에 대한 생보사 주주참여를 허용했다. 그러면 5대 재벌안에 드는 삼성 현대 LG 대우 선경그룹은모두 생명보험사를 갖지 못하는가.아니다. 삼성그룹은 이미 자산 24조원 규모의 「공룡 금융기관」인삼성생명을 소유하고 있다. 또 선경그룹은 공정거래법상 5대 기업집단이면서 여신관리상 5대 계열기업에 속하지 않은 「반쪽짜리5대 그룹」이라는 이유로 생보업 진출이 공식 허용됐다. 쉽게 말해정부가 말한 『5대 재벌은 안돼』라는 잣대는 삼성생명을 위협할수 있는 현대생명(가칭)의 생보진출을 막고 선경그룹 정도는 풀어주자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선경그룹은 지난해 관계사인 안국상사를 통해 중앙생명(대전 본사)를 인수했다. 중앙생명은 현재 정부의 진출허락이 떨어지자 조만간 증자를 하면서 상호를 「선경생명」으로 고칠 것을 적극 추진중이다.재정경제원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와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현대 LG 대우그룹의 생보진출은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머지 재벌에겐 생보진출을 허용했다. 또 신설 생보사에 지급여력(계약자의일시해약에 대비한 준비금)확충을 위한 증자명령으로 계속M&A(기업인수합병)압박작전을 펴고 있다.따라서 98년 보험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국내 생보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보사 M&A는 정부의 의도대로 차근차근 진행되리라고 기대한다.과연 과천 「정부나리」들의 이같은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가. 지금까지는 「글쎄 올씨다」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금호그룹이 지난달초 『아주생명은 내 거』라는 걸 공식선언하고 이름을 금호생명으로 바꿨을 뿐이다.◆ 정부의도대로 진행될 생보사 M&A삼성생명의 로비로 생보진출이 아직 막혀있는 현대 LG 대우그룹은생보를 하겠다고 안달이 나있다. 이들 그룹은 사실상 H, H, S생명등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다.자본능력이 있는 그룹엔 생보진출의 족쇄를 채워놓고 능력이 모자라는 기업에만 풀어놓은 비현실적인 규제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최근 총리실산하 공정거래위원회가 재정경제원에 재미있는 공문을하나 보냈다. 금융규제완화 차원에서 생보업 진입장벽을 철폐하라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위장계열사 적발차원에서 일부 재벌의생보사 불법소유를 찾아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한 게임」차원에서 진입장벽 철폐를 요구한 건 아이러니다. 정부내에서 생보장벽철폐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건 이번만이 아니다.지난 5월초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당시 구본영 수석비서관(현 과학기출처장관)이 『은행을 제외한보험등 제2금융권에 재벌들의 참여를 막아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옆에 있는 기자들에겐 이 말이 곧 재벌의 생보진출 완전허용으로 해석됐음은 물론이다. 당시 나웅배 부총리겸 재경원장관도 구수석과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몇차례 한적이 있어 생보업계가 한때 술렁거리기도 했다.물론 재경원에서 아직까지 생보업 진출규제를 완전해제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려는 물밑 작업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의 경우 몸집불리기나 업무다각화차원에서 신설 생보사 인수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안테나에 잡힌 생보 M&A설도 많다.롯데그룹은 지난해 두원그룹이 인수한 두원생명의 실질적인 대주주로 알려져 있어 상호를 롯데생명으로 바꿀 것이라는 그럴듯한 루머가 돈다. 두원생명은 기아자동차와도 주식매매나 자금지원 등을 통해 이미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실제 주인이 누구냐를 놓고얘기가 분분하다.쌍용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현재 한일생명(춘천 본사)의 지분을30%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쌍용그룹출신 임원 1명이 한일생명에서 일하고 있다. 대구가 연고지인 쌍용그룹은향후 한일생명과 대구를 기반으로 한 C생명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구도설도 있다.효성그룹도 생보진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 신설 생보사를 찔러보고 있으나 흥정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한보그룹의 경우왕성한 식욕을 발휘,금융업에 적극 진출한다는 목표아래 전담팀(태스트 포스)을 운영하면서 지방의 T, C생명을 대상으로 인수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한진그룹과 한화그룹도 신설 T생명과 본격 인수협상을 진행중이라는 루머가 작년말과 올봄에 강력히 돌았다.그러나 해당 한진 한화그룹이나 T생명은 인수추진이나 매각설을 완강히 부인했다.생보진출규제가 풀린 두산그룹은 최고경영층의 지시에 따라 기획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생보인수작업을 검토중이라는 얘기도 보험가에 떠돌고 있다.특히 「눈높이 학습교재」로 짭짤한 현찰장사를 하고 있는 대교도생보참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내국 생보사는 물론 외국사나 합작생보사에도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이렇듯 생보사를 사려는 인수추진자는 있으나 실제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매매가격을 둘러싼 프리미엄의 시각차 때문. 그러나생보사 프리미엄도 정부의 잇단 M&A 압박작전에 몰려 종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 짝짓기=생명보험+손해보험두원생명의 경우 올초 주당 2만원씩 약 3배의 프리미엄을 붙여 사들였다가 정부의 증자 명령이후 약 20%가까운 지분을 기아그룹측에 주당 7천원에 팔았다. 불과 5개월만에 65% 떨어진 것이다.보험 M&A의 또다른 유형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간의 짝짓기형이다. 생·손보 겸영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비상장사인생보사가 상장사인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것이다.지목대상은 「생보 빅3」의 하나인 교보생명. 교보생명과 비그룹손보사인 대한화재 또는 해동화재 M&A설은 심심찮게 돌고 있다. 때문에 대한화재나 해동화재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때가 가끔 있다.현재 교보생명은 기존 손보사를 인수하기보다는 맘에 맞는 손보사와 업무제휴를 통해 손보업무를 익힌 뒤 기회가 되면 손보사를 직접 자회사로 세운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한편 지난 7월부터 투자금융사에서 종합금융사로 간판을 바꿔 단전환 종금사를 중심으로 한 종금 M&A설도 증시의 단골메뉴다. 지난주 신한종합금융 김종호 회장은 자사에 대한 M&A루머로 주가가 춤을 추자 남충우 타워호텔대표 등 대주주들과 만났다. 이 모임은M&A설을 차단키 위한 과시형 회동이었다고 신한종금은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대부분 종금사의 경우 대주주 지분이 30~40%에 그쳐 이론적으로는M&A가 쉬워 보인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차명으로 돼있는 실질지분을 합치면 대주주들의 지분은 총 50%를 넘기 때문에 M&A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이에대해 증권쪽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리 없다』고반박한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보험등 제2금융권의 M&A를 촉진하기위해 각종 정책을 신설, 생보사 M&A는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