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반도체부문의 종가반도체산업에 있어 부동의 챔피언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반도체산업은 뿌리를 방위산업에 두고군수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스탠퍼드등 대학을 기반시설로 해 전쟁의 효율적 수행이란 목적아래 주요한 수단으로 반도체산업이 이용된 것이다. 이때 축적된 기술로 48년 전자혁명의 주역이자 세계최초의 반도체인 트랜지스터를, 59년 세계최초로 집적회로(IC)를 개발하는 등 반도체부문의 「종가」역할을 한 것이 미국이다.뿐만 아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미국경제를 되살리는데 있어 「명의 편작」의 역할을 한 것도 반도체산업이다. 지금도 미국의 반도체산업은 쾌속순항을 계속하고 있다.이처럼 미국반도체산업이 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탄탄하게 구축된 기술인프라,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 잘갖춰진 산· 관· 학 협력체제다.기술면을 보면 미국의 반도체산업은 설계·기초기술면에서 독보적이다. 이 같은 기술력은 어플리케이션중심의 일본을 따돌리는데 가장 큰 힘이 됐다. 게다가 메모리나 마이크로컨트롤러분야에서 비록일본에는 뒤지지만 비메모리분야에서 세계최고라는 소리를 듣는 미국의 반도체기술은 패권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정부지원도 반도체산업의 정상회복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원래 미국정부는 최소한의 시장개입을 원칙으로 삼아 자유로운 기업활동을최대한 보장해왔다. 그래서 일본의 통산성처럼 민간기업을 지원하거나 특정한 산업분야에 대해 기술향상을 촉진하는 정책을 보이지않았다. 유일하게 정부가 개입해온 산업으로 꼽을 수 있는 분야는군수산업정도. 그러나 반도체산업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분위기는변했다. 반도체업계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력히 건의하는 한편 연구개발프로젝트에 대한 자금보조와 산업보호를 위한법률제정 등을 포괄적으로 요구했다.이에 따라 정부는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자국산업보호와 외국산 반도체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개발연구기관인 반도체연구조합(SRC)세마테크(SEMATECH) 등 세개의 반도체산업지원단체가 탄생했다. 이들은 지금도 세계 반도체업체들로부터 산·관·학협력체제의 모델로 불릴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마테크, 미 반도체산업의 견인차77년 설립된 SIA는 업계의 요구를 정부당국에 전달하는 창구로 장기적인 반도체산업의 기술발전정책을 수립하는데 주력해온 단체다.미일반도체협정을 이끌어 내고 세마테크의 결성에 앞장서는 등 미국 반도체산업육성의 중심축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지난 92년 미국반도체산업의 미래요소를 평가하기 위해 지속적인 반도체기술의 진보와 관련한 과제들을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규명한 15년간의 중장기계획인 「반도체기술중장기계획(로드맵)」을 작성한 것은SIA의 가장 큰 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로드맵은 미래의 반도체기술능력과 수요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과 예측을 제시하고 미국 반도체업계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SIA가 미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제시와 함께 대정부창구역할을 했다면 제품개발로 반도체강국이 되는데 있어 실질적인견인차역할을 한 것은 14개의 업체가 모인 컨소시엄형태로 구성된세마테크다. SIA가 투자리스크를 줄이고 개발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업체간 공동개발·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87년 정부의 지원을받아 탄생시킨 첫번째 산·관·학컨소시엄으로 구성한 것이다. 세마테크의 장점은 미 국방성, 국가연구소, 대학연구소들을 연계해제조기술확보를 위한 튼튼한 인프라를 구축했다는데 있다.세마테크는 SIA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계, 세계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회원사를 축으로 한 반도체장비업계, 정부, 반도체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학들과의 제휴를 통해 연구개발에 발벗고 나섰다. 또 핵심기술의 적기개발을 위해 연구소간 역할분담을 추진했다. 이 같은 세마테크의 노력덕분에 미국 장비업체들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장비업체들의 경쟁력이 곧바로 소자업체들의 제품개발력제고로 이어져 90년대 들어 반도체산업의 폭발적인성장을 이끌어 냈다. 세계최고의 반도체업체 인텔도 세마테크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특히 세마테크의 공에 대해 「제조기술향상을 위해 연방정부가 지원한 컨소시엄모델중의 모델」(클린턴대통령), 「미국의 미래를 결정할 아메리카생명의 새로운 근원지」(엘 고어부통령)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미국 반도체산업에서 세마테크의 비중은 크다.연구기관의 강화도 미국반도체산업회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82년 SIA가 대학연구소나 개별연구소의 지원과 기술개발의저변확대를 위해 만든 SRC가 그 주인공이다. 60여개 이상의 반도체업체와 정부기관이 참여한 SRC는 반도체기술개발에 대한 장기연구계획의 수립 및 수행, 자금지원 등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제까지 정부로부터 약 3억달러의 기술지원금을 받아 연구인력을 지원하는 한편 기초기술개발과 산업현장으로의 기술이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와 공동으로 9백50여회 이상의 기술이전회의를 가졌으며 8천여개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62개의 기술특허를 등록했으며 1백19개의 특허를 출원중이다.◆ 대만-실리콘아일랜드의 '꿈'반도체산업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나라, 대만의 반도체산업은 한국처럼 70년대초 미일 등 선진업체들의 원가절감을 위한 조립생산기지로 출발했지만 대기업위주가 아니라 일본처럼 정부가 발전을선도해 왔다.대만정부(행정원)는 반도체초창기부터 정부출연 연구기관·대학·기업 등이 역할을 분담하는 분공(分工)합작체제를 구축했다. 정부산하의 국책연구소인 공업기술연구원(ITRI)이 기술개발을 이끌며개발기술을 민간기업들에 이전, 상용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대학은 연구인력확충과기술개발을 지원하며 기업들은 연구개발부담을줄이면서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는 삼각체제를 구축한 것이다.특히 ITRI산하에 있는 전자산업진흥연구기관(ERSO)의 경우 85년ASIC중심의 반도체개발안을 제시해 반도체산업발전의 분수령을 만들기도 했다. 이 안에 따라 설계·웨이퍼가공생산·조립등으로 균형있는 발전을 추구하면서 중소기업위주로 짜인 대만반도체산업 특유의 적응력을 높여나갈 수 있었다. 이밖에도 ERSO는 4MDRAM·256KSRRAM·컬러CCD칩세트·6인치 TFT LCD 등을 개발하는성과를 올리기도 했다.비록 후발주자이지만 「한국추월」을 1차 목표로 삼고 차분히 전진을 계속하는 대만의 반도체산업. 궁극적인 목적은 물론 세계제패다. 대만최초의 반도체메이커 인 UMC의 조흥성회장은 일본 전파신문과의 회견에서 대만의 반도체기술은 3년 이내에 세계의 리더가될 것이며 더 이상 선진국을 따라잡는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또 화방전자의 양정원사장은 대만의 반도체산업을 「대만의 하이테크산업의 기관차」라고 말했을 정도로 대만이 반도체산업에 거는기대를 표시했다.그만큼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실제로 94년 2백27억달러에 이른 아시아반도체시장에서 대만이 가장 많은 28%를 차지했다. 게다가 세계 곳곳에 자리잡은 화교자본과 결합한 수요창출의 기대감은 대만반도체업계에게 더욱 큰 힘이 되고있다. 그래서 오는 2000년에 1백69억달러의 반도체생산, 세계시장에서의 5.6% 점유라는 커다란 목표도 세웠다.이러한 반도체강국에 대한 자신감의 근원은 신죽과학공원. 반도체컴퓨터 등 하이테크업체·연구기관·대학들을 한군데에 모아 그로인해 생기는 시너지효과를 얻고 산·관·학협력의 공고한 틀을 다지기 위해 조성된 「대만판 실리콘밸리」다.◆ 신죽과학공원 반도체 도약의 날개대만의 수도인 타이페이 서남쪽에 위치한 신죽과학공원은 반도체강국으로의 비상을 꿈꾸는 대만의 날개인 셈이다. 입주업체들에 대한세제혜택등으로 진출기업이 계속 늘어 현재 1백80여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0.35~0.25미크론의 프로세스기술을 도입한 최첨단공장으로 1개 공장당 투자액은 1백만달러정도.대부분이 중소업체인 관계로 기본기술을 ERSO로부터 제공받는다.생산실적도 급증해 지난해만도 1백2억2천만달러의 생산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1백82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정부는 신죽과학공원의 성공에 힘입어 타이난에 미화 29억2천만달러를 들여제2의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했다.대만 반도체산업의 발전에 있어 또 다른 주요한 요인은 우수한 인력자원.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유수의 반도체업체나 연구소에대만인력들이 없는 곳이 없다. 심지어 기술자의 30%이상을 대만출신이 차지한 반도체업체도 있을 정도다.이들은 미국에서 반도체기술을 배워 고국으로 돌아와 대만의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10년전부터 정책적으로 하이테크산업을육성해왔던 대만정부의 정책에 따른 것이다. 불황기인 올해에도 대만 반도체업체들은 공장설립과는 별도로 고급인력확보를 위해 평균분기수익의 4분의 3까지 쏟아붓고 있다. 우수한 인적자원과 첨단산업단지조성 등 정부의 지원시책에 힘입어 대만기업들은 반도체가격하락이 계속된 올해에도 「불황은 기회」라는 인식으로 과감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세계 PC용 마더보드시장의 65%를 점유한 세계최대의 PC생산국 대만. 섬 전체를 「PC아일랜드」에서 실리콘아일랜드로 탈바꿈하기위한 대만정부와 반도체업체 연구기관들의 삼각편대가 향하는 좌표는 세계정상. 그만큼 대만은 더 이상 한국에 뒤처진 나라가 아닌새로운 강력한 경쟁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