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인수합병(M&A)은 당장 현실화될수 있을 것인가. 이에대한대부분 관계자들의 대답은 「아니다」다. 물론 거의 모든 사람들은「합병의 당위성」에 대해선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실현가능성」에 들어가면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이경식 한국은행 총재조차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합병대상으로 거론되는 은행들의 은행장들조차 자신을 합병의 주체로생각하지 절대 합병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는게 이총재의설명이다.따라서 이총재는 『은행간 경쟁이 본격화돼 백기를 드는 은행이 출현, 흡수 합병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국내현실상 인위적 합병이나5대5의 대등한 합병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다.이총재의 진단에 대해 대부분 관계자들은 동의하고 있다. 특히 은행산업에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그렇다. 은행간 합병이 당위이긴 하지만 당장 실현가능성은 힘들다는게 현재의 컨센서스인 셈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간 합병의 시나리오」는 상당한 정도로진행되고 있다. 비록 일부 정책관계자들이나 학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갈래로 얘기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은행들도 합병이 언젠가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특히 은행합병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인원감축의 어려움 △소유경영체제의 부재 △합병유인동기의 미약 △과거관계 중시의 문화 등은 정부가 맘먹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제거될 수 있어 합병이 의외로 빨리 실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은행들은 판단하고 있다.이런만큼 은행들은 언젠가는 실현될게 분명한 M&A에 대비,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물론 그 방법이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다.적극적이지도 않다. 합병에 대비한 외형키우기를 비롯, △M&A연구팀 구성 △은행내실다지기 △장기경영전략수립 및 특화전략모색 등방어적인 대책이 고작이다.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은행간 합병시나리오는 크게 상호보완적인기능을 갖고 있는 은행간 합병과 업무특성이 비슷한 은행끼리의 합병으로 나뉜다(구체적인 합병구분은 아래 표 참조).어떤 경우는 대형화라는 명분을 충족하기위해, 어떤 경우는 합병의효과를 최대화하기위해, 또 다른 경우는 합병의 실현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얘기돼 왔다. 그러나 대부분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시나리오는 아직 없다. 고작 외환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이 「명분」과 「현실」을 모두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얘기된 적이 있을 뿐이다.상호보완적인 은행간 합병 은행간 장점이 뚜렷한 은행을 짝짓기함으로써 단기간에 합병의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차원에서 제기됐다.이 경우가 바로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이다. 국민은행은 자타가 공인하는 소매금융에 노하우가 있는 은행이다. 국내영업점만해도 4백94개로 5백개에 육박한다. 총수신은 31조원에 달한다. 거래고객도 1천2백만명이다. 대기업거래는 전무하다. 부실여신도 거의없다. 탄탄한 기반을 고려하면 금융환경변화에 따른 영향에도 굳건히 견딜 수 있다. 반면 국제부문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해외점포래야 고작 9개에 불과하다.외환은행은 국제금융과 외환부문의 선두은행이다. 해외점포만 53개다. 비록 일반은행으로 전환한뒤 외환에 관한 각종 「혜택」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선진국은행과 겨룰수 있는 유일한 은행으로 평가된다. 반면 국제부문에 비해 국내부문, 그것도 소매금융부문이 아무래도 뒤진다.따라서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친다면 업무적으로나 외형적으로나 가장 이상적인 합병형태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 합병도 이 경우에 속한다. 영업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방은행과 전국적인 영업망을 가진 시중은행을 합친다면 대형화뿐만 아니라 합병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경우에 얘기되는게 △대동 대구은행간 합병 △동남 부산 경남은행간 합병 △대형시중은행 지방은행간 합병이다.업무특성이 비슷한 은행끼리의 합병 비슷한 특성을 가진 은행을짝짓기함으로써 규모의 경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제기됐다. 구체적으론 △중소기업지원전문은행인 기업 대동 동남은행간 합병 △국책은행인 기업 주택, 기업 산업, 수출입 산업은행간합병 △시중은행간 합병이 거론돼 왔다.이중에서 특히 기업 대동 동남은행은 업무성격이 중첩되는데다 대동 동남은행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은행을 중심으로 세은행을 합치는게 합리적인 것으로 얘기된다. 또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도 일본흥업은행(IBJ)과 같은 국제투자은행으로 특화하기 위해선 「통합을 위한 해산」이 바람직한 것으로논의된다.◆ 국민+외환, 상호보완적인 합병될듯외환은행은 국민은행과의 합병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다. 임원들은 물론 일반직원들조차 『국민은행과 합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을 정도다. 노조에서는 아예 「합병대책위원회」를 구성, 합병시 직원지위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있다. 경영진에서도 종합기획부 산하에 전담직원을 두고 합병가능성과 대응책을 다각도로 저울질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합병에 다소적극적인 것은 「이상적인 합병」이라는 명분외에 국민은행과 합할경우에도 외환은행직원들은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는게 사실이다.국민은행은 공식적으로 합병추진이나 대응책 마련을 부인하고 있다. 이규증 행장은 『현재로선 합병을 추진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이 사실을 전체직원에게 공지했다』며 『합병은 상황이 무르익으면검토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실제 국민은행엔 합병에 대비한 어떤조직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합병상황이 도래하더라도 「국민은행주도의 합병」만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팽배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들어 뉴질랜드에 오클랜드사무소를 세우고 국제금융전문인력을 특채하는 등 합병에 대비한 취약점 보완하기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인만큼 합병결정은 전적으로 대주주인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선호 수출입은행전무는 『인위적인 합병은 쉽지 않을것』이라며 『수출입은행의 경우엔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대형시중은행들은 겉으로나 내부적으로나 합병에 관한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가끔 노조에서 「합병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게 고작이다. 그러나 조흥 상업 한일 제일 서울등 대부분 은행은 종합기획부 등에 전담조사역을 두고 합병의 이론과 실제 및 효과 등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우찬목 조흥은행장은 『실질적인 주인이 없는 은행 현실을 고려하면 인위적인 합병은 힘들다는게 기본 인식』이라며 『그러나 개방과 자율화가 진전될수록 합병의 필요성은 커지기 때문에 그에 대비한 내실다지기에 주력하는 것이 최선의 합병대응책』이라고 밝혔다.지방은행중 합병의 주체로 거론되는 대구은행도 겉으로는 합병에초연한 표정이다. 『합병의 당위성에는 찬성하지만 무리를 해가면서 다른 은행을 합병할 필요성은 느끼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서덕규 대구은행장)라는게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대구은행이 대동은행을 합치는게 바람직하다는 「가상시나리오」를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또 지방은행으로선 으뜸은행이지만시중은행과의 경쟁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하고 있어 상황이 무르익으면 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계는보고 있다.이밖에 합병의 대상으로 얘기되는 은행들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은행 또는 기업은행과의 합병대상으로 거론되는 대동은행은 일단 은행규모상 피합병대상으로 얘기되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다. 허홍 대동은행장은 『은행형편상 우리가 합병의주체로 나서겠다고 주장하기 곤란한건 사실이다.그러나 합병에 대한 논의가 아직 탁상에 머무르고 있는걸 감안하면구체적인 대응책 마련도 곤란하다. 언젠가는 가시화될 합병에 대비, 외형키우기와 내실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동은행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괄목할만한 영업신장으로 나타나고 있다.동남은행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적어 피합병대상으로 거론되는 은행들도 「일단은 혼자만의 길을 간다는걸 전제로한 경영이 최상책」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야만 실제 합병이 됐을 경우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어쨌든 은행합병은 아직까지 「실제상황」이 아니다. 경계경보가내려진 것도 아니다. 단지 공습경보가 언제가는 울릴 것이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위만 존재하는 상태다. 그러나 지금부터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실제상황에서 얼마나효과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