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새 외식산업의 꽃은 단연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넓은 매장에 미국의 유명 도시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인테리어, 「손님은 왕」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기분 좋은 서비스, 정통 스테이크 요리부터 멕시칸 요리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메뉴와 음료. 맛과 멋과 서비스가 어울린 고객 만족 3박자로 패밀리 레스토랑은 한국의 외식산업을 뒤흔들고 있다.패밀리 레스토랑이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사실은 2∼3년사이에 늘어난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93년까지 국내에서 볼 수 있었던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는 코코스TGI후라이데이즈 판다로사 등 3개에 불과했다. 3년이 지난 현재는스카이락 씨즐러 베니건스 등 14개가 더 늘어나 모두 17개의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칠리스 그릴 앤드 바, 우노, 이탈리아니스, VIPS 등 내년 상반기까지 출점이 확정된 새 브랜드만 4개에달한다.매장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93년까지 패밀리 레스토랑의매장수는 코코스 21개점, TGI후라이데이즈 2개점, 판다로사 1개점등 모두 24개. 현재는 78개로 늘어났다. 3년간 2백25%가 증가한 숫자다. 매년 75%가 늘어났다는 계산이 나온다. 패밀리 레스토랑 한매장에 최소 20억원에서 많게는 50억원까지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상당한 증가율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매장이 늘면서 시장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91년에 2백5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이 지난해에는1천1백억원대로 커졌고 올해는 2천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새브랜드 소개, 1년에 서너개씩 늘려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이 급성장하는 1차적인 이유로 대기업의 참여를 들 수 있다. 대기업이 참여, 새 브랜드를 소개하고 매장을 일년에 서너개씩 늘려나가는데 시장이 늘지 않을 수가 없다. 대기업이돈을 들여 매장을 꾸미고 음식을 고급화하고 서비스를 고품질화하니 소비자가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 찾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사실 패밀리 레스토랑 한 매장을 내는데 몇십억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이 드는데도 매년 매장이 급증하는 것은 대기업의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코코스(미도파)씨즐러(대한제당) 스카이락(제일제당) 토니로마스(타워호텔) 베니건스(동양제과) 등 잘된다 싶은 패밀리 레스토랑 뒤에는 대기업이버티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을 황금시장으로 보고 뛰어드는기업도 줄을 잇고 있다. 아미가호텔이 마르쉐란 브랜드로 패밀리레스토랑 시장에 참여했고 신동방은 판다로사라는 브랜드를 인수,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코오롱은 내년에 우노 1호점을 개점한다.대기업이 외식시장 중에서도 유독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 눈독을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첨단화된 외식산업이라는 점과 외식형태의 고급화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 세계화와 맞아떨어진다는점 등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고도의 급식경영 기술과 서비스 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갖춰야 시도할 수 있는 분야다. 일단 한 매장이 2백∼3백평 가량으로 넓고 메뉴도 보통 50여가지 이상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제시간에 백 명 이상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첨단 조리시설을 갖춰야 한다.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대량으로 빠른시간에 조리해 낼 수 있는 첨단 시설과 그 기계를 작동할 수 있는운영 노하우가 성공의 기본적인 관건이다. 서비스의 질이 우수해야하기 때문에 직원 교육에 대한 매뉴얼도 갖춰야 한다. 대량 생산체계와 고객 개개인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점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음식점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기업이 자본력을 가지고 할 만한 사업이란 말이다.점점 더 고급화되는 외식형태에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장 적절한 분야라는 점도 매력이다. 고품질의 음식, 세련된 매장, 넓은 주차장,고객만족 서비스 등으로 외식산업 고급화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갔다 온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패밀리 레스토랑의 미래를 밝게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경험했던 맛과 분위기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다. 한마디로 세계화에걸맞는 외식 장소다.◆ 패밀리레스토랑시장 빈익빈부익부 현상 심화그러나 주말이면 패밀리 레스토랑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섣불리 「패밀리 레스토랑은 황금어장」이라고 속단하는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 패밀리 레스토랑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의 90% 이상이 적자를 보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지 1∼2년밖에안 돼서 아직 손익분기점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적자 폭도 심하고 미래도 불투명하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는 산업이다. 최소한 점포가 5개, 안정적으로 장사를하려면 10개는 있어야 한다. 『원자재를 일괄구매해서 원가를 낮춰야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어느 정도 이익을 바랄 수 있다. 1,2개 점포로는 손익을 맞춘다는게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 투자액이워낙 큰데다 인건비 부담때문이다』(강인선 판다로사 팀장).패밀리 레스토랑 한 매장에 필요한 인원은 보통 1백명이다. 이 1백명은 다른 패스트푸드점과 달리 90%이상이 정식 직원이다. 서빙하는 사람들은 다 정식 직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업계가 인건비 부담이 크면서도 정식 직원을 고수하는 이유는 서비스를 고품질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서빙하는 직원을 뽑아 연수원에서 일주일간 합숙훈련을 시키고 한달간 매장에서 보조 서빙요원으로 교육 시킨다.그 후에 정식 직원으로 매장에 보내 서빙을 하게 한다』(문영주 베니건스 본부장). 서비스 교육비와 인건비에 만만찮은 돈이 들어간다. 손님들의 팁으로 임금을 대체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레스토랑과는 다르다.이수열 씨즐러 기획팀장은 『초기 투자액과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어느 정도 손익을 맞추려면 한 매장당 일일 매출액이 1천만원이 넘어야 한다. 그런데 평균 일천만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는 매장은몇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TGI후라이데이즈가 8개매장에서 매일 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매장당 평균 일일 매출액이1천만원을 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업체들은 보통 7백만∼8백만원 선을 유지할 뿐이다.체인 점포가 최소 5개 이상 돼야 하는데 출점에 적당한 부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이다. 현재최소 매장수라는 5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은 코코스 TGI후라이데이즈 스카이락 등 3개뿐이다. 나머지는 1∼3개 점포가 고작이다. 당연히 매장을 늘리려고 한다. 그러나 장사가 되겠다싶은 곳에 입지를 구할 수가 없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가장 잘 되는 지역이 압구정동 청담동 도곡동 양재동 잠실 등 강남이다. 실제로 대부분 패밀리 레스토랑이 강남에 밀집해 있다. 그 다음으로 선호되는 지역이 명동과 대학로 등 20∼30대가 즐겨찾는 지역이다.그러나 인기 지역은 기존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쓸만한 장소를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다. 그래서 패밀리 레스토랑 업체가 차선책으로 눈독을 들이는 지역이 분당이나 일산 등신도시와 대구 부산 등 광역시들이지만 투자액을 건질만큼 장사가잘 되지 않는다.『분당 서현역 부근에 매장을 마련했지만 일일 평균 매출액이 5백만원밖에 안 된다. 서울 강남 매장의 절반 수준이다』(이수열 씨즐러 기획팀장). 패밀리 레스토랑 중 매장당 매출액이 가장 높고 장사 잘하기로 소문난 TGI후라이데이즈도 지방 상권에서는 제 힘을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TGI후라이데이즈는 지난해 7월 코코스에 이어 업계에서 두 번째로 지방에 진출, 대구 범어점을 열었으나 매출액이 기대 수준에 못 미쳐 고전하고 있다.패밀리 레스토랑 매장이 늘어나면서 장사 잘되기로 소문난 강남에서도 투자비를 뽑을만큼의 매출액을 올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매장이 생기고 있다. 『겉만 번드르하지 30억∼40억원 하는 투자비에 임대료, 인건비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게 없이 오히려 뒤로깨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업체도 여럿』이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내년에는 3천억원,98년에는 4천5백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리라는 것이 업계의관측이다. 그러나 모든 업체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치열해지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리라는 전망이다. 잘되는 업체는 크게 흥하지만 중간에 도태되는 업체도 속출할 것으로예상된다는 말이다. 김헌희 외식정보 전무는 『점포가 급증하면서패밀리 레스토랑이면 다 잘 되는 시절은 끝났다고 봐야한다』며 『뚜렷한 특징과 차별화된 메뉴 및 경영노하우, 자본력, 우수한 서비스 인력을 가진 몇몇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