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의 빈약한 연구기능 이 선진국 진입의 최대 걸림돌」.우리나라가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본한국교육의 현주소이다. OECD는 저명학자들로 팀을 구성, 지난 2년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 체계, 교육실적 등 12개분야에 대한조사를 벌여 이달초 우리 정부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종합평가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 대학교육현실에 대해최초로 국제적 눈높이에서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이 보고서가 분석한 한국대학교육의 실상은 이렇다. 『한국대학들은 교육에 너무 치중하느라 연구를 소홀히 해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분야의 신기술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이는 한국이 외국의 기술의존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최대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대학의 연구투자 대폭적인 확대, 장기간 연구만하는 교수제도도입, 연구시설의 현대화 등이 시급하다.』OECD는 우리 대학의 실상을 총론적으로 분석, 점잖게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 자체집계한 자료를 살펴보면 더 충격적이다. 지난 93년부터 2년동안 단 한편의 연구논문도 발표하지 않은교수가 무려 1천93명에 달하고 정부 학술연구조성비를 받고도 정해진 기간에 논문을 제출하지 않은 배짱좋은 교수도 상당수된다(95년 교육부 국정감사자료, 전국1백31개대학대상). 이 자료는「직업중에서 대학교수가 최고」라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나도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해준다.◆ 실질 수업일수 지켜야 고밀도 수업 된다이로인해 우리 대학교수의 연구실적은 선진국대학과 현격한 차이가난다. 교육부가 지난 90년부터 5년동안 화학 물리분야 논문초록집에 수록된 서울대교수 논문수를 집계한 결과 게재논문은 모두9백58편이었다. 그러나 도쿄대는 93년 한해동안 3천1백49편, 미국하버드대는 1천6백2편이 게재됐다. 서울대의 5년간 논문발표수가일본 도쿄대 1년 발표수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고 있다.지난해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이 두가지 사례는 우리 대학의연구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선진국의 경우논문을 발표하지 않으면 그저 쫓겨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대학교수는 그저 무위도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대학의 연구수준이 이렇게 된데에는 무엇보다 교수업적평가제의 미도입 등 경쟁없는 연구풍토의 산물이라는 것이 교육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외국대학의 경우 교수채용은 일단 계약직으로 했다 정규교수직은 연구업적을 최종적으로 평가해 발령낸다. 이 과정에서 능력이 없는 교수는 자연도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은 그렇지못하다. 일단 전임강사발령을 받으면 정교수까지 무난히 올라가는것이 현실이다. 물론 조교수 부교수 승진시 연구업적을 평가하나이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이고 재단과의 사적인 관계가 연령, 재직연수 등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지난해부터 국내대학 일부에서는 연구업적제를 도입, 시행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이같은 경쟁없는 대학풍토는 자기대학 출신위주로만 교수를 채용하는 이른바 「동종교배」가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94년 교육부가서울대 고려대 등 전국 17개 대학을 대상으로 모교출신 교수채용현황을 보면 작게는 50%,많게는 90%정도를 모교출신자로 임용했다.서울대의 경우 본교출신자는 95%,연대는 80%, 고대는 57%에 달한다.빈약한 연구·실험시설도 연구부진의 요인이다. 우리나라 최고학부라는 서울대 자연대의 경우 지난 90년이후 10년간 9백20만달러를실험실습기자재도입에 사용했는데 이는 포항공대 물리학과 1개과가보유한 2천7백만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어지간한 미국대학들이 1개학과에서 5천만에서 1억달러의 기자재를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게임이 되지 않는다. 이와함께 이공계열의 교수대 학생비율은 교수 1인당 50명꼴로 실험실습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있다. 캘리포니아공대가 교수대 학생비율이 1대 7인 것과 비교해볼때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은 연구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이런저런 이유로 교수들이 연구에 무관심하다면 학생들은 공부에거의 신경을 쓰지않고 있다. 선진국대학생들에 비해 우리 대학생들의 수업밀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한학기 수업일수는 정도 차이가있지만 대부분 16주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축제 중간고사 학기말고사 현장실습 답사등을 빼고 나면 실질수업일수는 얼마되지 않는다.◆ 학생1인당 도서확보 불과 28.7권에 불과따라서 대학당국은 학생들의 실질수업일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강구해야한다. 한 학기당 주어진 수업일수는 철저히 지켜야 하고한 강좌당 참고서적등 수업준비물이나 시간량을 늘려야 한다. 이같은 고밀도 수업은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유학한 교수들에 의해시도되고 있으나 보편화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5~6년전 마련한 강의안을 갖고 구태의연한 강의를 하는 교수가 우리 대학가에는 아직도 많다.연구안하는 교수,공부안하는 학생들은 우리 대학의 빈약한 시설이양산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우리 대학은 80년대 이후 엄청난 양적인 팽창은 하였으나 이에따른 시설확장등은 이뤄지지 않아 연구및 강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소한의 대학교육을위한 기준으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한 법적인 기준령에 따른현재 대학교육 기본 시설확보율은 전국대학평균이 80%밖에 되지 않는다.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대학운영자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나대학은 재정난을 핑계로, 정부는 교육재정부족 등을 이유로 서로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대학의 심장이라 할수 있는 장서확보수준도 선진국과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도서관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전국 3백40개 대학도서관이 보유한 장서수는 모두 3천6백75만여권으로 대학당 책보유수는 평균 10만8천여권이다. 이는 미국 애리조나대학이 한해동안 사들인 책수와 같다. 학생 1인당 도서확보수는영국 옥스퍼드대가 5백93권, 일본 도쿄대가 2백96권인데 비해 우리나라 대학평균은 28.7권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최근 서적은 거의없으며 해외학술지는 6개월이나 1년이 지나서야 구입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교수들은 입을 모은다.『교육은 곧 기회를 의미한다. 오늘날 교육은 어떤 학생이 성공할것인지는 물론 세계 자유경제체제속에서 어떤 나라가 성공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부시 전미국대통령이 미국의 교육개혁을 다룬 「America 2000」보고서에 밝힌 이 말을 우리 대학당국과정부는 되새겨봐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