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금융회사가 출범한지 9개월이 지났다. 현재 영업중인 할부금융회사는 모두 31개사다. 그러다보니 회사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또 고객자신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가 어딘지를언뜻 알기가 쉽지 않다. 31개 할부금융회사별로 서비스의 특징을알아본다.31개 할부금융회사는 출자한 모회사의 성격에 따라 크게는 주택할부계열 가전계열 자동차계열 금융기관계열 기계할부금융 등 5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먼저 주택할부금융만을 전담으로 취급하는 회사는 10군데다. 모두건설회사가 출자한 회사다. 10군데 할부금융회사중 선두주자는 중견주택건설업체들의 모임인 주택사업공제조합등이 출자한 대한주택할부금융(자본금 6백억원)이다. 대한주택할부금융은 9월말에 벌써 주택할부실적이 1천억원을 넘어섰다. 이밖에 청구 우방 등 신흥재벌급 건설회사가 세운 우리주택할부금융이 있다. 우리주택할부금융은 대구 경남지역의 주택수요를 충족시켜가며 업계 최초로 최장30년짜리 대출상품을 개발했다. 우리주택할부금융은 또 현재 주택할부금융사중 금리가 가장 싼데다 다양한 상환방법을 개발해 개인별로 자금사정에 따라 대출금을 갚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장점으로내세우고 있다.또 대형건설회사인 금호건설과 태영이 세운 금호주택할부금융은 나이가 들수록 소득이 많아지는 점에 착안해 소득연동식 상환방법을개발한 것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성원그룹계열의 신대한주택할부금융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신용도가 다소 취약한 고객도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할부금융으로도 모자라는 주택구입자금은계열사인 신대한금고의 대출을 알선해 주기도 한다.◆ 주택할부, 주택에만 취급상품 한정 ‘약점’이밖에 동부그룹의 동부주택할부금융도 본격적인 엽영확장에 뛰어들고 있고 동아주택 신안주택 영남주택 우성주택 한국주택할부금융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주택할부금융회사는 그러나 다루는 품목이 주택에 한정된 것이 약점이다.한편 상호에 「주택」이란 말이 붙지않은 20개 일반할부금융회사도모두 주택할부금융을 다룬다. 일반 할부금융회사는 이밖에 진성어음할인과 외상매출채권을 인수하는 팩토링업무도 부업으로 하고 있다. 일반할부금융회사는 출자회사가 어디냐에 따라 가전계열 자동차계열 일반금융계열 기계할부금융으로 나누어지고 영업의 중점도여기에 맞추어져 있다.먼저 가전계열중에서 가장 큰 회사는 삼성할부금융과 LG할부금융이다. 자본금이 각각 1천억원에 이르는 대형사다. 이들은 삼성전자와LG전자의 신용사업부문이 독립해서 별도의 회사로 만들어졌다. 삼성할부금융은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기본으로 주택 수입자동차의할부금융을 취급한다. 또 한샘과 에넥스사의 부엌가구, 이바하 피아노, 대원 보일러, 태양열주택설비, 제트스키, 모터보트 등의 구입때 할부금융을 제공하고 있다.LG할부금융은 LG전자의 모든 제품과 주택 수입자동차를 기본 품목으로 하고 삼익악기 영창악기의 악기, 부엌가구, 컴퓨터, 태양열온수기 등을 취급한다.이밖에 가전계열은 신도리코와 미국의 GE캐피털이 공동출자한 신도GE, 아남전자와 한미리스가 자본을 댄 한미아남할부금융이 있다.신도GE는 아직 영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으나 신도리코의 사무용기기 GE냉장고 등을 중심으로 할부금융을 대주고 있다.한미아남은 의료기기를 많이 다루었다. 한편 코오롱할부금융과 서울할부금융은 가전계열은 아니지만 무역업체인 코오롱상사와 고합물산이 각각 출자해 다루는 품목이 다양하다. 코오롱할부금융은 일찌감치 중고자동차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자동차할부금융계열은 현대 대우 쌍용 기아포드할부금융을 꼽을 수있다. 현대자동차의 신용판매부문이 독립한 현대할부금융은 자본금이 7백40억원으로 대형사로 분류된다. 현대할부금융은 현대자동차의 각종 차량과 주택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업무영역이 아직도 중첩돼 다소 교통정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대우할부금융은 대우자동차와 대우그룹 관계사인 세진컴퓨터의 컴퓨터에 대한 할부금융를 주로 취급한다. 대우할부금융도 아직 대우자동차와 업무영역이 제대로 나누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쌍용할부금융은 주로 쌍용자동차가 생산한 지프와 주택을 다룬다. 기아자동차와 미국포드자동차신용판매사가 합작한 기아포드할부금융은 기아자동차와 포드수입차의 할부금융에 주력하고 있다.기계할부금융계열로는 연합기계할부금융이 유일한 회사다. 일반소비자보다는 중소중견기업이 주된 고객이다. 연합기계할부금융은 정부가 지난해 대일무역적자 해소차원에서 기계제조업체들을 독려해만든 다소 공공적 성격의 회사다. 국내기업이 국산기계를 구입할때 할부금융을 제공하는 회사다. 그러나 외자도입 등이 허가되지않아 할부이자율이 은행의 외화표시 국산기계구입자금보다 높은 실정이다. 따라서 다소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할부금융사중에서 주종을 차지하는 것은 금융기관 출자사들이다.이들은 제조업계열이나 주택할부계열들이 모회사의 생산판매물품에대해 할부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물건을 안만드는 금융기관이라 할부대상품목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약점 때문에 금융계열 할부금융사들은 오히려 다양한 할부 품목을개발하려 하고 있다.금융계열중 영업이 활발한 곳이 지난해에 이미 팩토링이나 파이낸스회사로 영업을 하다가 올해부터 할부금융사로 전환한 동서할부금융과 동양할부금융이다. 동서증권 자회사인 동서할부금융은 도요타수입자동차할부금융을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주택과컴퓨터 정수기 등에도 영업중점을 두고 있다. 동양할부금융은 컴퓨터 자판기 복사기 태양열온수기 정수기 식기자동세척기등 품목을다양화하고 있고 해외여행객을 위한 할부금융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금융계열할부사 생산품 없어 품목 개발 박차이밖에 한국개발리스가 출자한 한국할부금융과 장은카드자회사인장은할부금융도 최근 활발한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할부금융은 주택과 수입자동차에 치중하고 있고 장은할부금융은 주택 자동차외에 사진기자재 착유기 등 특이한 대상도 할부금융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외 금융계열 할부금융사로는 국민 부산 산업 외환 한일할부금융 등이 있는데 이들의 영업상의 큰 차이는 별로 눈에 띄지않는다.할부금융사들은 다루는 품목만을 보면 마치 만물상과 같다. 그러나할부금융사들이 어떤 제품에 할부금융혜택을 제공하려면 그제품을만든 제조회사나 판매회사와 사전에 약정을 맺어야만 가능하다는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고객이 할부금융사를 알아보지 않고 판매회사나 제조회사에 먼저 할부금융을 요청하면 안되는 경우가 아직은많다. 할부금융사가 출범한지 얼마 안돼 아직 영업기반을 충분히못닦은데 이유가 있다. 이는 마치 카드사가 초창기에 가맹점을 많이 못두어 고객이 불편을 겪은 것과 같은 이치다.그러나 할부금융사들이 할부금융제공 약정을 맺는 회사수를 늘리고있고 제조업체나 판매회사는 자금을 일시에 회수할수 있는 장점이부각돼 웬만한 제품은 모두 할부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도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인터뷰 / 강현이 동서할부금융 사장할부금융의 묘미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가있는 상품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고객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그래서 31개 할부금융사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 손님끌기에 여념이 없다. 반드시회사규모가 크다고 튀는 아이디어가 많은 것은 아니다. 제조업을끼고 있지않아도 경쟁력을 갖고 싸울 수 있는게 할부금융이다. 신혼여행패키지, 중고차 등의 할부금융상품을 선보일 정도로 의욕적인 경영을 펼치고있는 강현이 동서할부금융 사장으로부터 영업전략과 국내 할부금융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할부금융이 도입된지 9개월이 됐다.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우려가있었는데 실제 어떤 파급효과가 있었는가.할부금융을 과소비의 주범인양 사시로 보는 경우가 적지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는 기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할부금융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오히려 합리적인 계획소비에 익숙한 분들이다. 할부금융이 확산될 경우 소비자교육에도 적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할부금융이 도입되면서 신용사회가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용의 중요성도 부각돼 신용불량거래자가 설땅을 잃게됐다. 또 할부금융은 보증에 의존한 기존 금융기관의관행을 깨며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있다. 무턱대고 보증보험이나 인보를 요구해선 경쟁력이 없는 풍토이다. 동서의 경우는30분이내에 신용심사를 완료, 대출을 결정하고 있다.▶ 할부금융시장이 처음 형성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는가.가장 큰 문제는 업체간 과당경쟁이다. 과당경쟁은 결국 업계의 손해로 이어질게 뻔하다. 출혈을 무릅쓰고 일단 고객을 확보하려는데서 오는 후유증이 우려된다. 한국적 소비감각에 바탕을 둔 아이디어상품을 개발하기보다 경쟁업체의 상품을 모방하려는 풍토에서는업계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제조및 판매업체와 할부금융사와의 관계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건전한경쟁풍토를 마련하기 위한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서의 영업전략은.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상품을개발하자는게 제1의 경영전략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를찾으면 영업은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다. 혼수 등을 패키지로제공하는 상품을 선보이고 보증없이 중고차에 대해 할부금융을 실시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아직은 검토단계이지만 오래된 일반주택의 인테리어를 해주는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싱크대 조명 가구 등 대부분의 상품이 내구소비재여서 실용화에 큰 문제가 없을것으로 보인다. 가계에 큰 부담을 주지않고 집단장을 새로 할 수있다면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가.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해준다는게 동서의 신념이다. 장기상품의 경우 6개월에 한번씩 실세금리를반영시키는 변동금리제도 적용하고 있다.▶ 조직은 어떻게 나누어져있는가.할부금융 팩토링 심사 연체독려를 위한 부서가 별도로 있다. 일본신판회사의 경우 전직원의 40%이상이 연체독려를 하는데 투입된다.앞으로 동서는 할부설계사를 양성해 고객밀착형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또 신상품을 개발하는 전문인력과 전산인력을 확보하고있다.▶ 동서의 장기사업비전은.한마디로 21세기의 우량여신전문기관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최고의서비스와 조사분석능력을 갖춘 여신전문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법이 허용하면 카드 리스 신기술금융 등으로 업무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래야 개방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99년까지 자본금을 1천억원으로 늘리고 15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할 방침이다. 영업실적도 1조원을 넘을 것이다.▶ 할부금융사를 이끌어오면서 제도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인가.여러번 언급됐지만 채무부담한도를 늘려주고 할부금융회사들이 자금조달을 쉽게 할수 있도록 해줘야 다른 금융기관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다. 다중불량채무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신용정보교환소 등이 설립돼야한다. 또 아직은 영업초기여서 불량채권에 대한 부담이 덜하지만 앞으로 할부금융의 부실화를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제도가 마련돼야한다. 할부보험제도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대변화에 맞춰 할부대상품목도 확대돼야 건전한 시장이 육성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