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탈출」. 요즘 재계를 휩쓸고 있는 화두이다. 현대 삼성그룹등 대기업들은 최근의 경기불황이 일시적 순환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빚어지고 있다는 판단아래 나름대로 생존전략마련에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의 불황은 80년초 오일쇼크이래 최대 경제위기국면이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인식이다.그래서 대기업들은 이에따라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갖가지 묘책마련에 분주하다. 그 초점은 우선 감량경영에 맞춰져 있다. 불을 댕긴 곳은 선경그룹계열사인 선경인더스트리. 선경인더스트리는 지난달초 최근의 불황국면을 정면돌파하기 위해서는 감량경영밖에 다른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부 과장급을 대상으로한 명예퇴직제를 단행했다.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50대이상 고임금자를 대상으로 실시돼 왔던 명예퇴직제가 기업불황탈출의 한 처방으로 전용된 셈이다.◆ 버블제거운동등 내핍경영에 박차서로가 공감하면서도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기업들은 선경인더스트리가 선수를 치고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명예퇴직제를 주요골자로 한 감량경영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이같은 바람은 재계 전체로확산됐다. 전경련은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와 회장단회의를 잇달아열어 내년도 총액임금동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고임금을 해소하지않고서는 현재의 위기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는 것이 전경련을 중심으로한 재계의 입장으로 정리된 것이다.이와함께 기업내에서는 버블제거운동이 한창이다. 삼성그룹이 인건비,자재구입비등 모든 비용을 앞으로 3년동안 30%감축키로 하는 「3·30운동」을 내놓았고 현대그룹의 현대전자는 지난봄부터 접대비와 일반관리비의 10~20%를 절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내핍경영에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오너가 이면지를 사용키로 하는가하면(코오롱) 1개월이상 출장시는 호텔대신 하숙생활(미원그룹),임원해외출장시 비행기좌석의 하향조정 및 골프자제(삼성그룹), 사적전화자제(LG건설) ,복사기 관리키설치(제일모직), 회식은 점심때를 이용하고 2차는 가지않기(한라그룹)등 기업들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내핍경영에 돌입한 셈이다.문제는 이같은 감량경영과 거품제거운동이 불황탈출의 특효약이 될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상황을 놓고볼 때 감량경영 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데 공감을 표시하고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불황탈출의 임시처방전은 될지 몰라도 특효약은 될 수 없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경기가 안좋다고 해서 직원의 목을 자르고 제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불황탈출법으로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경제전문가들은 이에따라 제품원가, 의사결정과정, 사업구조, 임금제도, 제품의 경쟁력, 기술력, 재무구조 등 경영전반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불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천후형 경영전략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감원보다 임금구조 개선통한 생산성향상 추진먼저 제품원가절감을 위한 경영혁신노력이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90년대초 우리 경제는 한때 호황을 누렸다. 엔고가 결정적인기여를 했는데 이때 우리 기업들은 열매따먹기에 급급했을뿐 코스트절감 등 경영혁신에 등한시한 면이 많다. 이당시 일본의 유수기업들은 엔고가 1달러당 80엔대까지 갈 것으로 보고 경영혁신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물론 일부 기업에서는 인원감축 등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일본 기업들은 인원감축보다는 기술혁신,신제품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직원재교육 등을 활발히 펼쳤다. 역전의경영을 한 셈이다.획일적인 감원책보다는 임금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한 생산성향상도 추진돼야한다. 현재 우리 기업의 임금체계는 연공서열식으로해가되면 본봉이 오르고 일을 잘하든 못하든 똑같은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임금대비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소장은 『지금 임금이 높다고 아우성을 치는기업은 앞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며 임금에 걸맞는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이 선행되는 것이 난국타개의 지름길이라고 주문했다. 연봉제,성과급제도 등을 도입해 임금구조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제도는 금호그룹이 이미 실시하고 있고 현대 코오롱 쌍용그룹등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대기업의 능력급제는 앞으로 새로운 임금체계로 자리잡을 전망이다.사업구조의 전면적인 재편도 추진돼야 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모은다. 사실 우리 기업들은 엔고시 사업구조조정은 등한시하고 양적인 성장에만 치중했다. 공장자동화,수직계열화등 사업의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는 사업구조조정은 후순위로 밀려났고 이 결과는우리 기업들의 제품경쟁력저하로 나타났다.조직슬림화의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팀제를 도입,조직슬림화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내부결제단계의대폭적인 축소와 함께 업무의 효율성을 기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취지. 기업들은 이제도 도입을 통해 잉여인력을 영업전선에 배치하고 불필요한 인원은 명예퇴직방식으로 내보내는 등 어느 정도 인건비절감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팀제는 팀원의 능력부족 및 업무추진력미비 등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팀제는 이에따른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와함께 작은본사를 지향하는 현장경영의 추진,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곧바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소사장제의 실시등도 검토되어야 할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결론적으로 우리 기업의 불황탈출책은 감량경영이라는 응급처방보다는 경영의 모든 프로세스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는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찾아져야 한다. 올해는 기업들에 있어서 「리엔지니어링 원년」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만이 감량경영이 보다설득력을 가질수 있고 국경없는 경제전쟁시대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