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불황을 극복하는데는 왕도가 따로 없다.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저 불황극복의 방정식을 풀기위해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한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른다. 감량(다운사이징)으로 해법을 찾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불황에 공격적인 경영(업사이징)으로 돌파구를 뚫는 기업도 발견할 수 있다.기업인수합병(M&A)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곳도 있고 분사(스핀오프)로 활로를 모색하는 매머드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한쪽에서각사업부문의 독립성을 강화하는가 하면 다른 편에선 본사기능을강화하고 사업운용체제로 복원을 꾀하기도 한다. 어디에서도 획일적인 불황극복테크닉을 발견할 수없다. 그저 기업의 성격과 문화에맞춰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마련하고있는 것이다.그렇다고 막무가내식 경영혁신방법은 통하지 않는다.최고경영자(CEO)의 철학이 합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또 메스를들이댈 때는 논리적으로 타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저 불황만을 탓하며 뚜렷한 비전없이 회사를 떠나라고 하면 누가 순순히 받아들이겠는가. 선진기업의 불황극복이 대증요법적인 전술적 대응을넘어서 「사람」 「사업」 「일」에 걸친 삼위일체형의 다각적인전략으로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이제는 유명브랜드만 만든다고 일류기업이 될 수 없다. 불황타개책도 일류로 경쟁업체보다 한발앞서 마련해야한다. 경기는 어차피 사이클을 타게 마련이다. 적기에 어떻게 리엔지니어링을 하느냐가 선진기업의 사활을 나누고 있다.경영효율화를 위한 감원의 예를 들어보자. 존슨앤존슨사는 사업환경의 변화로 감원이 불가피해졌을 때 일단 사내의 다른 일자리를알아봐줬다. 손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시간은 걸리지만 후유증을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래도 맞는 자리가 없으면외부회사에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사내취업알선제도」를 도입했다. 자사직원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짙게 깔려있는데 따른 것이다.따라서 감원에 따른 사기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사내취업알선제도’등 후유증 최소화휴렛패커드사도 「비해고정책」을 중시하고 재교육을 통한 재배치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최종적으로 감원대상인 사원들이 새로운 직업을 잡을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해줬다. 휴렛패커드사는 이미70년대부터 탄력적인 고용정책을 펼쳤다. 경기가 꺾여도 즉각적인감원에 나서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무급휴가를 줬다. 지난 85년 불경기에는 3개월동안 한달에 하루 또는 이틀간 모든 공장 및 사무실을 폐쇄하고 수만명의 노동자들에게 무급휴가를 가도록 해 9%의 인건비 절감효과를 거둘수 있었다. 이같은 정책은 종업원의 사기를높여 생산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불황의고통을 몇몇사람에게 떠넘기지않고 경영자 및 종업원 모두가 분담한 셈이다. 그결과 호황에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있었던 것도 사실이다.BMW는 탄력적인 작업시간제를 도입해 신규인원을 창출하기도 했다.이회사는 비용절감 생산성향상을 위해 지난 90년부터 근무시간을1교대제와 2교대제로 나누어 운영해봤다. 회사의 한관계자는 시험운용결과 2교대근무시간이 탄력적인 경영 및 고용창출에 긍정적인것으로 나타나 수백명을 새로 고용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경영효율화를 위한 감원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폭스바겐도 BMW와 마찬가지로 탄력적인 작업모델을 채택해 감원위기에 몰린 수만명을 구해낼수있었다. 폭스바겐은 근무일과 근무시간을 줄여 10~15%가량 임금을 줄이고 생산물량이 늘 경우 초과작업을 실시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3만명의 감원에해당하는 비용절감효과를 거두었다.일본에서도 인원삭감없이 불황을 이긴 기업들이 적지않다. 광학업체인 호야사는 불황기인 지난 3년간 단 한명도 해고하지않고 기업을 성장시켜왔다. 지난 92년이후 매출성장률이 평균 10%를 넘는다.이회사가 불황기에 무풍지대를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경쟁력있는제품을 꾸준히 개발한데 따른 것이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용 유리자기, 대규모집적회로에 사용되는 포트마스크등 첨단제품을 잇따라출시했다. 이회사가 히트상품을 끊임없이 내놓을 수있었던 것은 미래시장을 예견하고 과감한 기술투자를 했기에 가능했다. 호야의R&D투자는 전체 매출액의 10%정도이다. 회사측은 창의력이 있고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직원이라면 아무리 불경기에라도 해고하지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같은 경영전략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했고 따라서 영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됐다.물론 선진기업에서도 군살빼기전략이 경영효율화의 방법으로 동원된다. 감량경영은 매머드기업의 리엔지니어링 방법으로 주로 채택된다. IBM은 리스트럭처링 기법을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중 하나이다. 지난 80년대말 전세계적으로 40만명에 달하던 직원수를 현재는21만여명으로 줄였다. 93년에는 회사의 수익 전부를 퇴직금으로 충당할 정도였다. IBM 의 군살빼기의 주된 방식이 무차별적인 퇴직유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신규채용을 억제하고 인력을 재배치했다. 그래도 적정규모의 인원감축이 어렵자 자발적 퇴직제도를 마련했다. 감량을 위한 재정적인 대가를 치르겠다는게 이회사의방침이다. IBM출신들이 퇴사후 세계최고의 컴퓨터회사출신이라는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또 싱글 IBM을 선언, 지역별 사업구분을 산업별로 재조정했다. 이같은변화는 지난 93년 루이스 거스너사장이 취임하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한 과감한 의사결정과 전략이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도 ‘인원삭감없이 불황 이긴다’공룡기업인 GM사도 몸무게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M오토모티브사를 모회사로 4개 계열사로 이뤄진 이 매머드기업이 정보처리시스템업체(EDS)에 대한 분리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데 이어 전자방위산업자회사, 자동차부품업체마저 분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AT&T도 지난 1월 4만명의 종업원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그런가 하면 GE사는 경영혁신의 전략을 인원삭감등 조직혁신에서제품경쟁력강화쪽으로 옮기고 있다. 잭웰치회장은 최근 2000년까지제품의 결함률을 현재수준( 3.5%)의 1만분의 1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GE는 제품의 개발 생산 판매등 회사전체체제를 혁신, 제품결함에 따른 연간 1백억달러이상의 비용을 삭감할 방침이다.불황기에는 CEO의 냉철한 결단이 중요하다. 역량있는 CEO의 영입으로 어려움을 타개한 이스트만코닥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모토로라의 회장이던 조지 핏셔는 필름산업의 사양화로 급격한 경영악화를맞이한 91년 신임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제약 가정소비재 의료기기 등 시너지를 내지못하는 사업을 정리하여 이미지사업(포토CD, 디지털카메라, 영상전송등)을 핵심역량으로 하는 사업구조로 바꿨다. 이같은 노력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인원감축없이 조기에 수익성을 높였다.이스트만코닥은 이밖에 전략적 제휴를 통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주력했다. 다시말해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는 지양하고 기존의 핵심역량을 활용한 전략적 제휴를 활성화하여 미래형 디지털이미지제품의 경쟁력기반을 구축했다. 또 애플사와 제휴, 이미지를 곧바로 매킨토시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도 생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제휴를 통해 사진을 개인용컴퓨터로 현상할 수 있는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도요타는 「전문직 제도」라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해 경영효율화를이뤘다. 이 제도의 목표는 고연령층과 장기경력자의 활용에 있다.나이가 들고 월급만 많이 나간다고 고령자들이 박대받는 상황에서상식을 뛰어넘는 인력활용방안을 찾은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장의 「목표관리제도」다. 쉽게 말해 부장들은 한해동안 스스로 목표관리를 한다.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책임이 주어진만큼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쉽게 유도할 수 있는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능력주의에 기초한 근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발빠른 해외진출로 환경변화 대처키도소니그룹은 올들어 조직개편을 통해 본사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소니그룹은 각 사업부문(컴퍼니)의 독립성을 크게 낮추는 대신 본사기능을 강화하는 기업구조재편을 단행했다. 외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사업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기위한 것이다. 각 컴퍼니에 속해있는 상품개발 및 영업기능을 본사로집약, 일원화해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사업을 강화하고 사업운영체제를 횡적으로 바꿔 경영의 기동성을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발빠른 해외진출로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혼다는 70년대 미국에 생산기지를 조기에 건설하고 현지화에 주력해왔다. 제품의 컨셉, 디자인등 핵심사항을 현지공장에 일임한 결과미국인의 취향에 부합된 자동차를 개발, 매출이 급신장했다. 혼다아메리카의 주력차종인 어커드웨건의 경우 상품기획, 디자인이 모두 현지에서 완결됐으며 부품의 현지화율도 82%에 이르는등 완전한미국차인 셈이다. 90년대 초반 일본의 버블이 꺼지면서 본사가 어려웠지만 혼다아메리카는 안정적 성장을 지속해 효자노릇을 톡톡히했다.유능한 외부인사 영입도 경영혁신작업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세계최대 페인트제조업체인 영국의 임페리얼케미컬 인더스트리사는 앞으로 18개월동안 전체임원(1백50명)중 3분의 1을 외부인사로 교체키로 했다. 이 회사는 수익위주의 경영을 위해 각 사업부문책임자들을 참신한 외부인사로 교체, 침체된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새로운경영혁신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후지쓰 히타치 NEC등 일본의 대표적인 컴퓨터메이커들도 미국에서의 퍼스컴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 경쟁기업의 임원스카웃에 나서고 있다. 후지쓰는 지난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한후지쓰PC코퍼레이션사장에 조지 에버하트 애플컴퓨터부사장을 스카웃, 임명했다. 미국에서 노트북개발생산에 나선 히타치도 최근 미국 인터넷기술개발 벤처기업인 벨로시티사의 데빗 핸코크사장을 스카웃했다. NEC의 미국 현지법인인 NEC·USA도 러스 어윈 전애플컴퓨터임원을 멀티미디어신규사업담당부사장으로 스카웃했다또 아웃소싱 인소싱을 통해 경쟁력을 도모하려는 기업들도 줄을 잇고 있다.무엇이 가장 바람직한 경영혁신전략인지에 대한 답은 현재로선 알수 없다. 다만 경영혁신을 위한 바람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역기능도 적지 않다. 따라서선진국의 사례를 원용하기보다 국내실정에 맞게 변형시켜 수용하는것도 리엔지니어링 원년의 우리기업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