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현대그룹은 대기업으로서는 맨처음으로 대대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을 공식발표했다. 소위 「10-10운동」으로 명명된 현대그룹경쟁력강화방안은 생산성 투자 중소기업 자금지원 등을 10%씩 늘리는 대신 내년도 임원보수 동결을 비롯해 경비 에너지 부품조달 비용 등은 10%씩 줄여나간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삼고 있다.계열사별 조직진단에 의한 유사부문통폐합 한계사업정리 계열사간인력교류제도 능력급임금체계도입 팀제실시 등을 통해 절감한 경비를 제조부문의 기술개발투자나 협력업체지원 사원교육과 같은 인력투자에 돌리겠다는 것이다. 대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경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생산성 제고에 필요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서로 상반된 개념으로 보이는 감량경영과 공격경영을 동시에 펼치겠다는 것이 현대그룹의 경쟁력 강화방안의 핵심이다.삼성 LG 대우그룹 등 다른 대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세우고 있다. 삼성이 펼칠 「3·30운동」은 매년 경비의10%를 줄이고 생산성을 10% 높여 99년까지 경비를 30% 줄이고, 생산성은 30% 제고시킨다는 내용이다. LG도 10% 경쟁력 높이기 운동을 위해 인력재배치와 한계사업정리를 지속적으로 단행할 계획이다.대기업들의 이러한 경쟁력 강화방안은 「조직 슬림화」에 따른 경비절감을 겨냥한 것이다. 조직슬림화가 경비절감에 대해 효과가 가장 큰데다 경비절감의 정도에 따라 생산성향상을 위한 투자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적인 경비절감 대책도 병행하고있다.조직슬림화는 조직개편을 통해 이루어진다. 중복된 업무를 일원화하고 불필요한 인원을 없애며 결재라인을 축소해 경비를 줄이는데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개편은 그룹내 유사업종 통폐합에서부터회사내 관련부서통합 그리고 부서내 업무일원화에 이르기까지 점차세밀화되고 있다. 대그룹들이 계열사내 유사업종을 통폐합한 뒤 소그룹제도를 도입한다든지 소그룹제도를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소그룹내 계열사의 통합을 시도하는 것도 생산성제고를 위한 조직슬림화의 일환이다.대기업들은 외형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내부조직 슬림화를 위한 「팀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팀제는 조직을 단순화해 의사결정단계를 축소하기 위함이다. 빠른 외부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대응하려면 사원-대리-과장-부장-임원으로 이어지는 기존조직의 의사결정단계 대신 팀원-팀장-본부장으로 축소되는 팀제가 절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팀제, 기획 영업 관리 생산부서로 확산팀제는 기획 영업등 관리부서는 물론 생산현장에 이르기까지 전부문에 걸쳐 도입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1월초 9백7개 부·과단위를 4백15개팀으로 축소 개편했다. 코오롱정보통신은 회사내 여러조직을 영업실무팀 위주로 개편했다. 대우전자는 전부서의 과·부제를 전면 폐지하고 팀제로 조직에 일대 수술을 단행했다. 팀제를 부분 시행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역시 이 제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기존 1백70부 6백50과를 4백여팀으로 전면개편, 운영하고 있다. 포항제철 역시 지난해부터 전면적으로 도입된 팀제를 더욱 확대, 9본부 31부를 29부로 슬림화했다. 자동차 철강 전자등 국내를 대표하는 제조업에서도 군살빼기가 본격화되고있는 셈이다.이미 팀제를 도입한 종합상사들은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신규사업을 위해, 또는 기존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 잇따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건설과의 합병을 계기로 의류사업과유통사업조직을 묶어 생활문화부문으로 바꿨다. 최근에는 지원부서인력 7백명중 절반을 영업수출 부서로 전근시켰다. 현대종합상사는PC유통사업에 신규 참여하기 위해 전자 유통사업부를 신설했다.(주)대우는 대우전자에서 넘겨받은 영상사업부를 통합해 영상미디어사업부와 유통사업본부를 신설했으며 LG상사 역시 신규사업실을신설,유통 정보통신등 새로운 사업분야를 집중 발굴하는 조직으로활용하고 있다. 종합상사들의 이같은 조직개편은 기존조직의 전진배치에 역점을 둔 것이다. 인원의 낭비와 조직의 군살을 빼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그룹의 두뇌집단인 비서실도 슬림화 바람을 타고 있다. 삼성그룹비서실은 이미 지난해부터 기획 재무 인사 전략홍보 등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실장 보좌역제도 일부 폐지해 실장-팀장으로 연결되는 의사결정 단계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포철도 연초 회장 사장비서실을 폐지하는 등 비서실의 조직슬림화를 단행했다.기업들이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펼치고 있는 또다른 조치는 직접 경비를 줄이는 구체적인 절감대책들이다. 경비절감대책도 각기업마다천태만상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3·30운동」을 채택한 삼성그룹은 연말까지 광고비를 동결한다는방침 아래 이미 1개월 전부터 신문­방송 등의 신규 광고계약을중단하고 각종 문화행사의 대외협찬비를 줄이고 있다.삼성전자의 경우 간부들의 접대비를 10% 줄이고 비행기좌석 등급도비즈니스에서 이코노미로 낮추었다. 삼성중공업은 택시안타기, 시외전화통화 자제하기 등을 벌이고 있다. 삼성자동차도 2개월 전부터 술자리 2차 안가기, 룸살롱 안가기운동을 벌이고 있다.LG그룹의 LG건설은 출퇴근 점심시간 준수 및 습관적 연장근무 지양, 사적 전화통화 및 외출자제를 결의한 상태다. 또 임직원 출장시 과도한 영접을 자제하고 해외출장시 직원들이 몰려나가는 동반출장도 축소하기로 했다.◆ 거품사례 제거등 직접 경비줄이기 대책 속출미원그룹은 12개 계열사의 경비예산을 10%씩 일방적으로 절감했다.지난 4월부터 8월까지 20%의 인력을 감원한 (주)미원의 경우 부장급의 비행기좌석 등급을 이코노미석으로 낮추고, 국내출장에는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비로 인정해주던 자가용사용도 이제는 경비인정을 하지않고 있다. 또 1개월 이상 해외출장시 호텔 대신 하숙을 하고, 1일 출장경비도 1백20달러에서 60달러로 50% 줄였다.현대전자는 최근 56개 거품사례를 선정해 집중 제거에 나섰다. 업무와 무관한 인터넷 사용, 불필요한 야근·특근 없애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공기업들도 불황타개를 위해 내핍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중공업은 원가 경비 물자를 각각 20% 줄인다는 「컷(CUT)20」운동을벌이고 있고 한국전력은 예산 10% 절감을 위한 각종 사내캠페인을강화하고 있다. 포항제철은 「긴축경영을 위한 비용절감 및 비효율업무 개선안」을 마련, 간부개인명의의 업무용카드를 폐지하고 부서공용카드로 일원화하는 한편 불요불급한 투자 및 기부출연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신입사원 채용규모도 축소하고, 연월차사용을 적극 권장해 인건비부담도 줄일 방침이다. 또 주중에는 접대성골프를일절 금지하고, 유흥업소 출입을 자제하는 등 근무기강 확립에도나설 계획이다.생산성향상을 위해 외형적인 조직개편 뿐아니라 사원 개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비절감대책을 세우는 등 기업들이 할수있는 온갖 방안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기업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