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를 잡아라」.신혼부부들이 부동산시장의 주요한 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부동산가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결혼후 살아갈 둥지를 마련하려는 신혼부부들의 주택수요가 부동산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있는 것이다.이들은 소유보다는 임대주택을 선호하고 건설사의 획일적인 내부구조나 인테리어를 거부하면서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린 주택을 선호한다. 돈에 맞춰 집을 선택하기보다는 서울 외곽이라도 보다 나은환경이라면 주저없이 「탈서울」을 실행하기도 한다. 서울과 가까워 신촌 여의도권에 직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고양시행신동 미래공인중개사무소의 손창현사장은 『신도시의 경우 신혼부부들이 바로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이라며 『특히 전세의경우 신혼부부들이 주된 수요층이며 일부 소형아파트의 경우 매매동향에도 신혼부부들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부동산시장에서 무시못할 수요층인 신혼부부들의 영향력이 가장 큰것은 임대차 부문. 신혼부부의 주거형태는 대개가 전월세다. 대한주택공사가 최근 전국 6개 도시에 거주하는 1천8백명의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에 따르면 전세가 41.3%로 가장 많고 월세29.3%, 자가 23.5% 순으로 나타났다. 도시 신혼부부들의 70%가 전세나 월세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는 말이다.◆ 도시 신혼부부 70% 전세·월세로 시작업계에서 예상하는 신혼부부만도 매년 약 50만쌍. 올가을만도 10만여쌍이 결혼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택공사의 자료를 근거로한다면 매년 약 28만7천여쌍이, 올 가을만도 약 7만여쌍이 잠재적인 주택수요자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대규모 소형아파트가 밀집해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강남구개포동의 동아공인중개사사무소 오순영사장은 『전세수요자로는 신혼부부가 가장 많으며 이들이 결혼철만되면 아파트전세경기를 좌우한다』며 『요즘도 하루에 2∼3건씩 전세수요가 들어오고 있으며13평형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신혼부부들의 입맛에 맞춰 건설사나 부동산중개업 등 부동산시장도영향을 받고 있다.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단지가 건축되는가 하면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한 전세아파트중개업소도 생겨났다.송파구 풍납동 올림픽공원 근처에 자투리땅개발 전문업체인 한국예건에서 건축한 「칼라하우스」가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다가구임대주택단지다. 15평형 64가구로 지금 40여가구가 임대됐다. 지난 9월초에 결혼해 칼라하우스에 입주한 이모씨는 『깔끔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반해 입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칼라하우스는 신세대 신혼부부들의 특성을 고려해 원룸형 투룸형외에 필요에 따라 방을 두 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변형 벽을 설치했으며 각 동마다 색상 등 외형을 달리해 일반적인 다가구주택의 단조로움을 없앴다. 한국예건의 최문섭사장은 『전세값 상승으로 신혼부부들의 집구하기가 어려워진 점에 착안해 신혼부부촌을 짓게됐다』며 『가격만으로 주택을 선택하던 것과 달리 신혼부부촌이라는 일반 주거단지와 차별화된 특성으로 1천여명의 입주 문의가 오는가 하면 임대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예건은 지금도 지하철 2호선을 중심으로 서울시내 22개 지역에서모두 4백여가구에 이르는 신혼부부촌을 건축중이다.필부동산은 신혼부부들의 집문제에 대한 고민을 감지하고 신혼부부들의 전세아파트만을 전문으로 중개 알선해주는 업소. 서울 강남구개포동에서 4개월전에 문을 연 필부동산은 결혼을 앞둔 전세수요자들로부터 원하는 평형, 입주시기, 가격대를 예약받아 그에 맞는 아파트를 알선해 주고 있다.이종수사장은 『신혼부부들의 전세수요가 워낙 큰데다 임대차에 따른 제반 법률적인 문제를 잘 파악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신혼부부들이 많아 사업을 시작했다』며 『현재 30여쌍정도의 예약분이 쌓여 있으며 대개 4천만∼4천5백만원선의 아파트를 많이 찾는다』고말했다. 현재 강남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필부동산은 예비신혼부부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 서울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신혼부부 학생 전문직업인 등에게 인기가 높아 건축붐을 이뤘던 원룸주택과 오피스텔도 주거기능을 강화하거나 호텔식으로 고급화하는 등 신혼부부들의 주택수요를 끌어 들이기에 애쓰고 있다.역세권 오피스텔·원룸 인기현재 업계에서 추산하는 신혼부부용 원룸주택시장은 약 20만가구.서울만 해도 약 10만가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지난해 갑을엔지니어링은 종로구 평창동에서 1층에 호텔식 로비와연회장 근린생활시설을 넣고 세탁 청소 우편수취 및 발송대행은 물론 모닝콜서비스까지 해주는 원룸아파트를 성공리에 분양했다.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신혼부부 대상의 오피스텔이 유망한 부동산상품으로 떠오르며 건설사들의 오피스텔 참여도 늘고 있다. 특히지난 7월부터 오피스텔에 대한 온돌 및 주방설치가 가능해지면서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분당 수서역 부근에 나산에서 나산트루빌이란 이름으로 오피스텔을 건축중이며 성동구 도선동 신한넥스텔등 15개의 대형 오피스텔이 서울시내에서 신축중이다.집을 소유하기보다는 임대해 사는 것을 선호하는 신세대 신혼부부들의 주거관에 따라 임대아파트도 신혼부부들의 바람을 타고 있다.대우건설은 당산동에서 임대분양중인 호텔식 원룸아파트를 임대분양중이다. 메종리브르라고 이름붙여진 이 원룸아파트는 1층에 호텔식 현관로비와 비즈니스센터를 설치했으며 차음진동방지재 중앙정수 및 자연환기시스템을 갖췄다. 거평건설도 논현동에 13∼26평형원룸아파트 1백13가구를 지어 성공리에 임대를 마무리지었다.아파트의 차별화바람도 신혼부부들이 주도하고 있다. 실내인테리어나 내부구조에 민감한 신혼부부들의 입맛에 맞춰 평면설계에서는가변형 벽체를 이용한 변형평면이, 인테리어의 경우 선택형 인테리어가 유행하고 있다. 또 가구를 최소화한 주택부착형 시스템가구를설치하는 아파트나 가사노동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내부구조가 신혼주부들로부터 호응이 높아 건설사들은 이들의 니즈에 맞춘 틈새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건설사뿐만이 아니다. 『신혼부부들을겨냥해 내부구조를 조금씩 바꾸는 집주인도 있을 정도』라는 것은일산 신도시에 있는 한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주택개보수 전문업체인 금경기획의 이윤정씨는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붙박이장 등에 대한 신혼주부들의 공사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부동산관련 종합컨설팅업체와 보험회사가 손을 잡고 신혼부부들의집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한 금융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내집마련정보사는 네덜란드생명과 제휴해 「내집마련보장계획」이라는 패키지상품을 선보였다. 현재 본인의 재산과 소득 및 이미 가입한 청약통장 등을 갖고 2∼5년의 중장기계획을 세워 내집을 마련할 때까지모든 정보와 금융 세제 및 제도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털금융상품형이다.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사장은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상품으로 당장 내집을 장만할 여력이 없는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집을장만할 때까지 모든 부동산관련 컨설팅과 최대문제인 자금을 동시에 해결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