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권 사장은 지금 두 개의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대산익스프레스의 사장과 지난 7월 전국 70여개 중소 포장이사업체들과 공동으로 설립한 「고려골든박스」의 대리점 사장을 겸하고 있는 것이다.그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의 대리점 경영에 나선 것은 더 이상 「홀로서기」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포장이사에 대한 수요는 늘지만 독자적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여력이 없었다. 자금이나 조직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중소이삿짐 업체들과 함께 공동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현재 대리점 가맹업체중 70%가 기존 상호를 포기한 상태다. 그도 『고려골든박스가 활성화되면 대산익스프레스를 정리할계획』이라고 밝혔다.박사장의 경우는 국내 포장이삿짐업체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장규모가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업체의 난립으로 분배되는 몫이 늘지 않아 애로를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체 이삿짐시장 규모는 4천억원에서 7천억원 사이로 추산한다. 이중 포장이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20% 정도라고 한다. 주로 서울 부산대구 등 6대도시에서 증가하는 편이다.◆ “공동화·대형화로 파이 키우자”6월말 현재 전국에서 영업중인 이삿짐업체는 2천8백여업체다. 서울에만 1천여개의 업체가 영업중이다. 이들중에서 포장이사를 취급하는 업체가 전국적으로는 1천2백여업체, 서울에는 6백여업체가 성업중이다.업체가 난립하게 된 것은 지난 93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됐기때문. 또한 기존 업체에서 몇년간 근무하면 누구나 사무실을 개설할만큼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업종의 특성도 한몫한다.노용현 전국자동차운송알선사업조합연합회 지도부장은 『매년 5%정도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중 대부분이 사무실에 전화한대, 여직원 한명만 두고 영업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그렇다고 단순히 숫자가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수준에 도달한 포장업체가 없는 것이 더 심각하다. 포장이사를취급하는 업체중에서 전문업체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통인익스프레스 삼호익스프레스 삼익익스프레스 고려골든박스 등이 그나마제대로 장비와 인원을 갖춘 업체라고 평가받을 정도다. 나머지는일반이삿짐을 취급하면서 부수적으로 다룬다.이같은 현실은 곧바로 서비스 질의 저하로 나타난다. 약속시간을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물건을 함부로 옮기며 추가요금을 요구하는등 소비자와 이삿짐업체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또한 가격질서가 문란해지면서 가격덤핑이 성행하고 있다. 93년초에 형성된 가격보다 더 올려받기 힘들다고 업계관계자는 하소연한다. 심지어 계약성사직전의 고객에게 경쟁업체가 싼 가격을 제시하여 물건을 따 가기 일쑤다.이같은 「제살 깎아먹기 경쟁」은 결국 서비스수준의 저하로 나타났다. 포장과 운송 정돈을 이틀에 걸쳐 하다가 인건비 부담으로 하루만에 끝내는 추세다. 그만큼 서비스가 부실하게 됐다. 삼익익스프레스 김선향 이사는 『소비자들이 일반이사와 포장이사의 차이가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서비스가 악화됐다』고인정한후 『이는 업체의 난립으로 가격덤핑이 성행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형화와 공동화가 필요하다고 업계종사자들은 주장한다. 품질과 서비스경쟁을 통해 영세업체를 자연스럽게 정리한후 전국적인 서비스업체가 나와야 한다는 방향으로의견이 모아지고 있다.이같은 추세를 반영해서 대형화에 앞서고 있는 업체로는 고려골든박스를 비롯한 통인익스프레스 삼호익스프레스 등이다. 이들 업체는 단일브랜드를 사용하는 가맹점을 모집해서 전국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지난 87년 업계최초로 포장이사를 시작한 통인익스프레스는 지난해1백8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백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9월말 현재 37개의 대리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 23개가 서울 경기에서 영업중이다.대리점들은 통인익스프레스란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신 일정한 금액을 본사에 납부해야 한다. 본사는 직원교육과 광고선전 그리고 영업수주 등을 담당한다. 특히 소비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현장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한번씩 서비스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경자 기획과장은 『업무 자체가 3D업종이라 직영점을 확보하기가 힘들어가맹점체제로 가고 있다』며 『정식직원으로 채용한 1백여명의 현장직원을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87년 하반기부터 포장이사를 전문적으로 취급해 온 삼호익스프레스도 내년초 전국적인 브랜드를 발족할 계획이다. 현재 확보한 30여개의 가맹점을 70여개 정도로 확대할 방침. 가입비는 3백만원으로본사에서는 광고 홍보활동에 치중할 예정이다. 영업망 확보와 함께「고가의 고품격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40평 이상의 아파트 이사물량 수주에 치중할 계획이다.◆ 큰업체들 가맹점모집 전국영업망 확보나서그러나 이같은 대리점 운영방식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업체도 있다. 대리점을 통해 전국영업망을 확보하는 전략은 독립채산제인 가맹점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방은이사물량이 적어 물량확보를 위한 가격덤핑이나 서비스악화는 불가피하며 공동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고주장한다.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삼익익스프레스는 직영체제를 고수한다.90년부터 포장이사를 전문적으로 취급해 온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40여억원. 서울시내에만 5곳의 영업점을 확보하고 있다. 김철호 사장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서 직영점을 운영한다』며 『당분간 직영체제를 고수하면서 영업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영세업자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는 공동브랜드를 통한 대형화 못지않게 현행 허가제의 등록요건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일고 있다. 현행 이사화물운송주선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등록요건으로 △30㎡이상의 사무실 면적과 △상근인부 2인이상 △피해보상이행보증금 5백만원 △1억원 이상의 예치증빙서류 등만 구비하면 된다. 삼호의 정환창 사장은 『화물차나 고가사다리 등 장비구입을 명시하거나 자본금을 일정기간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문제점이 개선된다면 향후 포장이사업의 발전전망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삼익의 김사장은 『법정전세계약기간이 2년으로 늘고 최근 이사갈때 부피가 많이 나가는 가구나 가전제품 등을 버리고 가는 경우도점증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가계소득과 맞벌이 부부의 증가그리고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포장이사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적 견해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