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퍼뜩 미국의 CIA와 함께 세계를 뒤흔들며 정보전쟁을 벌였던구 소련의 국가안보위원회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도KGB가 있다. 한국의 KGB는 소련의 KGB처럼 정보기관은 아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고 친근하다.한국의 KGB를 자처하고 나선 장본인은 포장이사업체인 고려골든박스(대표이사 박해돈). KGB는 고려골든박스가 중소 포장이사업체70여사와 함께 출범시킨 포장이사 서비스 브랜드다. 요즘 유행하는중소업체들의 공동 브랜드인 셈이다. KGB는 고려골든박스의 영어첫문자에서 따온 것이다.고려골든박스는 올초 독자적으로 KGB란 브랜드를 개발하고 70여개의 중소 포장이사업체를 끌여들였다. 공동 브랜드를 통해 중소업체끼리 각 지역의 대리점 형식으로 협력한다면 큰 자본 없이도 전국지점망을 갖출 수 있고 서비스와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삼육익스프레스(서울) 국민익스프레스(인천) 대영화물(진해)중앙익스프레스(광주) 등 전국의 70여개사가 고려골든박스의 생각에 동의, 올 7월초에 공식적으로 KGB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KGB에는 현재도 중소업체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어 고려골든박스는 올해안에 KGB 참여업체가 1백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KGB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증보험료로 5백만원을 내고 공동광고비와 투자비로 매월 20만원 내외의 회비를 내면 된다. 매출액에 따른 별도의 로열티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나 KGB에 가입할 수있는 것은 아니다. 고려골든박스는 KGB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으로세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포장이사차량 2대와 사다리차량 1대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작업인원이 10명 이상이어야 하며 그 지역에서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 공동전화번호 사용 광고효과 증폭일단 KGB에 가입하면 KGB 로고를 넣어 차량을 도색하고 직원들도모두 KGB 유니폼을 입게된다. 또 KGB의공동전화번호(080-2424-114, 080- 4242-114)도 사용할 수있게 된다. 전국적으로 같은 전화번호를 사용해 소비자들이 번호를 외우기도 쉽고 광고시 효과도 전국적으로 증폭된다는게 골든박스의 설명이다.KGB는 기업이나 단체와의 전속계약 추진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현대해상 삼성전관 한국증권예탁원 삼성카드 LG카드 공군 등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전속계약이란 계약 기업이 직원을 기존에 살던 지역과 다른 곳으로 발령내 직원이 이사를 가야할 경우 KGB를 이용하게 하고 KGB는 이 기업 직원들에게 통상 요금의 20% 할인혜택을 주는 계약이다. KGB는 포장이사 서비스도 3가지로 차별화하고 있다.로열골든서비스는 이사 전후의 집안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 이를바탕으로 포장에서 운반 정리까지 거의 완벽하게 처리해주는 최고급 서비스다. 또 짐을 정리한후 새로 이사간 집을 청소해주고 가구와 가전제품 등도 닦아준다. 딜럭스골든서비스의 경우 주부사원2명의 집안 청소 서비스가 포함돼 있고 골든박스서비스는 경제적인가격이 장점이다.포장이사업계에서 최초로 중소업체의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는데 주역 노릇을 한 고려골든박스는 83년에 이사공사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가구업체의 가구 운송을 대행하는 업체로 출발했다가 86년에고려통운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이삿짐 운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92년에는 고려골든박스로 다시 회사명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포장이사사업을 전개했다. 올초에 KGB로 CI(Corporate Identity)작업을완료하고 중소 포장이삿짐센터와 연계, 전국적인 포장이사 전문업체로 도약을 시작했다. 초기에 자본금 2백만원에 인원 5명으로 출발했던 회사가 KGB란 전국적인 상호를 갖게된 현재에는 자본금 5억원에 전국적으로 직원 6백30명을 거느린 회사로 커진 것이다. 박해돈 고려골든박스 사장은 『KGB가 중소업체들의 도움으로 전국적인 지점망을 형성하게 된만큼 포장이삿짐에만 목표를 두지 않고택배사업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히려 한다』며 『포장이사사업에서쌓은 노하우와 KGB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다면 98년쯤에는 성공적으로 택배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