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그룹. 매출액규모로 재계 22위, 자산규모로 25위로 식품사업을주력기업으로 하고 있는 그룹이다. 그러나 재계 순위와 상관없이「해태=1등」으로 못이 박혀 있다. 프로야구에 한해서다. 83년 팀창단이후 올해까지 모두 8번이나 코리안시리즈에서 우승을 했다.해태그룹 종합조정실 정운봉대리는 『해태 타이거즈는 대외적으로는 소비자에 대해 프로야구란 오락서비스 제공으로 회사와 제품의이미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구단운영이란 사회활동으로 『(해태의)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음료부문의 매출액도 늘어난다』는 것이 정대리의 덧붙인 말이다.「역시 현대」. 비록 코리안시리즈에서 해태에 분루를 삼켰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경기가 치러질 때마다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탄성이었다. 현대증권에 다니는 박민수(32)씨는 『현대 유니콘스가 시즌 초반부터 의외의 성적을 올리면서 회사내부를 결속하는 역할을 했으며 현대그룹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도 높아졌다』고 말한다.해태나 현대 모두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면서 올해 가장 짜릿한 재미를 본 경우다. 그 재미에는 승패라는 면과 함께 스포츠를 통한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 제고 등 유무형의 수입 등이 포함된다.해태나 현대처럼 스포츠단 운영이란 대사회활동을 통해 회사 기업이미지를 제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 상품의 이미지제고라는홍보 마케팅차원에서, 미래의 잠재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전략차원에서 「가장 재미있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스포츠마케팅이주목받으면서 기업들이 이미지제고의 전위부대로 스포츠팀을 활용하는 것이다.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억지춘향」격으로 스포츠팀을 운영하던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나래이동통신에서 농구단을 창단하기도 했으며 진로에서는 씨름단을 창단했다.현재 국내 주요그룹들의 스포츠팀운영을 보면 1사 1개 스포츠팀설립을 추진하는 현대가 야구 축구 씨름 농구 등 가장 많은 17개 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는 스포츠단 운영과 함께 월드컵유치를 적극 지원하면서 「축구=현대」라는 이미지메이킹도 성공했다.현대와 함께 재계의 양대산맥인 삼성도 뒤질세라 축구 야구 농구탁구 레슬링 등 13개 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애틀랜타올림픽때 현지에 삼성엑스포관을 운영하면서 세계적인 기업, 첨단 혁신기업, 사회친화적 기업이란 이미지를 얻는데 큰 효과를 봤다.LG그룹의 경우 7개 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중에 농구단을창단할 예정이다. 이밖에 대우가 축구 농구 탁구 등 5개, 선경이농구 배구 축구 등 3개, 쌍용이 유도 1개, 한진이 배구 탁구 테니스 등 3개, 롯데가 야구 양궁 등 3개, 기아가 농구 등 2개, 한화가야구, 두산이 야구 핸드볼 등 2개, 코오롱이 육상과 농구 등 2개의스포츠팀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그러나 기업들의 열기와 달리 스포츠팀운영이 긍정적인 효과만을만드는 것은 아니다. 타이거즈라는 막강한 야구팀을 가졌음에도 『「해태 타이거즈=호남」이라는 인식때문에 영남권에서의 식음료매출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사원공채 때마다 응시자들로부터 「호남기업이라 다른 지역출신자들에게 불이익이 없느냐」는 우문에 시달린다』는 것이 정대리의 말이다. 지역감정과 프로야구의 지역연고제 때문에 생기는 웃지못할 현상이다. 물론 대외적인기업과 상품의 이미지제고, 내외적인 통합의 구심점형성, 대고객서비스제공과 잠재고객확보란 차원의 대승적인 효과는 지역연고제로인한 불이익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그룹측의 판단이다. 게다가 기업들의 스포츠팀운영이 축구 야구 농구 등 일부 인기종목에국한되거나 스카우트 등 경기에서의 과열경쟁으로 진정한 스포츠발전과 이미지제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스포츠팀운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포츠에서 최고인 그룹이 재계에서도1등인 시대가 곧 다가온다』라는 모그룹회장의 말처럼 이제 스포츠가 단순히 운동 그 자체를 벗어나 기업활동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아 가면서 기업경쟁의 마당을 마련해놓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