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대 「효율적인 자원재배분」. M&A에 대한 엇갈리는 시각이다. 어떤 시각이 옳은지는 시간이 지나면 판가름날 것이지만 세계경제는 지금 M&A열병을 앓고 있다.「질레트-듀라셀, 울트라마-다이아몬드 샴로크, 월성공업(月星工業)-신성강업(新星鋼業), 오하이오 에디슨-센테리어 에너지, 페카오은행-뱅크데포지토보-크리데토비SA(BDK)은행」등등. 이외에도 최근 성사된 기업인수·합병건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미국의 시장조사전문기관인 시큐리티스 데이터는 올 상반기중 기업M&A규모가 전세계적으로 4천9백20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기간의3천9백30억달러에 비해 25%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미국은 사상최고의 M&A바람이 불었던 지난해 상반기 1천9백20억달러규모의 M&A가 성사됐지만 올 상반기에는 2천8백억달러로 46%나증가했다.지난해 2천5백20건의 합병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일본도 올해 이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야마이치(山一)증권은 추정하고 있다.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합병으로 몸집키우기에 나서자 금융 미디어 제약 전자 식품등 업종을 불문하고 이합집산이 계속되고 있다.◆ M&A 전세계를 무대로 무제한적 시도특히 독일과 스위스기업들은 자국통화의 가치상승을 무기로 해외기업의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에만 독일의 훽스트사가 미 의약품업체 매리온 메릴 다우를 71억달러에 매수했으며 스위스의 취리히보험이 미 금융관련지주회사인 캠퍼를 20억달러에,스위스은행이 영국의 SG워벅을 13억5천달러에 매수키로 합의하는등유럽기업들은 해외업체인수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이처럼 최근 M&A시장의 주요 특징은 업종과 국경을 뛰어넘어 전세계를 무대로 무제한적으로 시도된다는 점이다. 세계 두번째의 고용알선업체인 에코사(佛)는 최근 업계 라이벌인 스위스 아디아사와국경을 넘어 합병, 세계최대의 고용알선업체로 부상했다. 세계최대의 호텔업체인 HFS(미)도 지난 7월 렌터카업체인 아비스를 8억달러에 인수했다. 호텔과 렌터카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복합관광업체로 재탄생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최근 M&A의 또 다른 특징은 정보통신 제약 오락사업 에너지등 이른바 미래산업군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해까지만해도 M&A의 주요업종은 금융업체였다. 미 체이스맨해턴은행과 케미컬은행이 1백억달러 규모의 합병을 단행했다. 라이벌인 웰스파고 은행으로부터 적대적 M&A공격을 받아온 로스앤젤레스의 퍼스트 인터스테이트은행은 퍼스트 뱅크시스템으로부터 1백억달러규모의 우호적인수 제의를 전격수락하기도 했다.금융업체간 M&A는 요즘 일본에서 한창이지만 미국에서는 넷스케이프사가 콜래브라 소프트웨어사를 1억8천5백만달러에 인수하는등 정보통신업체가 M&A시장의 주요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넷스케이프는 지난해 기업공개로 엄청난 자금을 확보, 콜래브라를간단히 인수했다. 하이테크부문의 M&A가 붐을 이루는 이유가 주식시장 호황으로 매수자금(Killer Currency)이 풍부한데 따른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소프트웨어 회사인 시스코사가 올해중 6~8개의 라이벌 기업을 매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큰소리치는 것도 지속적인 주가급상승이 이어져 자금조달이 용이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또 첨단업종의합병은 기업들마다 독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던 시절엔 어려웠지만 최근 컴퓨터와 통신관련기술이 개방되면서 용이해졌다.제약업종등 생명공학산업계도 M&A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최고액(3백억달러)의 기업합병사례로 꼽히는 스위스 제약회사인 시바 가이기-산도스의 합병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또 영국 최대제약업체인 글락소도 지난해 동종업체인 웰컴사(영)를 1백50억달러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글락소는 이 합병으로 연매출액이 1백20억달러에 달해 미국의 머크를 제치고 세계최대의 제약회사로 부상했다.제약업체가 M&A의 타깃이 되는 이유는 업종특성상 신약개발이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신약개발능력이 없는 회사들은 합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오락미디어업계도 부상하는 M&A 대상업종. 디즈니와 ABC캐피털시티스, 타임워너와 터너 브로드캐스팅의 합병이 대표적 사례다.M&A의 본고장은 미국이다. 180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M&A는 곧세계 M&A의 역사이다. M&A가 있었기에 미국 대기업의 출현이 가능했다고 단정해도 무리는 아니다.미국에는 5차례의 M&A물결이 몰아쳤다.첫째 시기는 1893~1904년으로 수평적결합을 통해 거대독점기업이탄생했다. 듀퐁 US스틸 등이 이 시기에 태동했다.2차는 1920년대로 수평적결합을 금지한 클레이튼법의 영향으로 수직적결합을 통한 과점기업이 탄생했다. 제너널 모터스, 포드등이이 시기에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대표적 기업들이다. 2차물결은29년 뉴욕증시의 대폭락으로 마감됐다.60년대후반에 시작돼 7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3차시기는 「큰것이아름답다」는 논리로 무장, 수십차례에 걸친 거듭된 합병을 통해공룡처럼 거대한 복합기업(Conglomerate)의 출현을 불러왔다.ITT, 옥시덴탈석유 등이 이때의 작품이다.M&A의 황금시대였던 80년대의 제4차시기는 새로운 재무기법으로 무장한 「기업사냥꾼집단」의 출현으로 고도로 계산된 M&A가 출현한시기였다.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사의 RJR나비스코사 인수, 필립모리스사의 크래프트사 인수 등이 이 시기에 있었다.레이건정부가 강한 미국을 목표로 반트러스트법에 대해 역대 정권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이같은 황금시대의 개막이 가능했다.◆ 정보통신·생명공학·오락미디어 등 급부상9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돼 현재 진행중인 제5차시기는 사업구조재조정 전략적제휴가 M&A의 주요목적이 되고 있다. 이 시기의 M&A는「무국경화 대형화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적대적M&A도 증가하는것이 특징이다. 적대적 M&A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6월 IBM이소프트웨어업체인 로터스를 컴퓨터업계 최대규모인 35억달러에 사들인 것이 꼽힌다.일본은 80년대 중반이후 M&A시장이 급팽창해 지난해에는2천5백20건의 합병이 성사돼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기준으로 세계최대은행인 도쿄·미쓰비시은행의 합병도 지난해 성사됐다. 일본 정부가 주식회사의 최저자본금을 5백만엔에서 1천만엔으로 높임에 따라 M&A 열기는 식을줄 모르고 있다. M&A는 끝없이 사업확장을 꿈꾸는 기업인들에게는 벗어나기 어려운유혹이다. 창업의 번거로움과 위험을 회피하고 기존사업을 강화하는 유력한 수단인 것이다.코카콜라가 동구권에서 펩시콜라에 뒤처진 상황을 수년간에 걸친M&A로 간단히 뒤집은 것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기존의 공병업체들을 인수하고 여러 유통업체를 연결함으로써 제조-유통-판매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형성, 순식간에 위치를 반전시킨 것이다.그러나 장미빛전망과는 달리 합병이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 AT&T의NCR인수는 컴퓨터와 통신을 통합운영한다는 전략을 실현하지 못했고 마쓰시타전기도 MCA를 매수했지만 매출 및 순이익의 감소로포기하고 말았다.이같은 실패는 통합에 따른 M&A비용을 너무 많이 사용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너지효과를 과신해 지나친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이다.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지 않고 경영자의 직관에 의해M&A가 추진되는 점도 실패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어쩌면 인수하고 나면 주가가 상승하니 너도나도 M&A에 뛰어드는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의 합병붐이 4~5년내에분할(SPIN-OFF)붐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단순한 몸집키우기가 아닌 사업구조재편이나 시너지효과라는 본래목적에 충실해야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