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에서 인기곡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당연히 작곡, 작사가 뛰어나다든가 곡에 장식을 입히는 과정인 편곡이나 음향이 우수해서일 것이다. 물론 곡의 최종 해석자인 가수가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점을빼놓을 수는 없다.가수에게 요구되는 기본 덕목은 예나 지금이나 가창력이다. 조용필 김건모 그리고 머라이언 캐리를 보라. 그러나 이런 사고를 가지고 요즘 우리음악시장에 뛰어든 제작자가 있다면 순진하다는 놀림을 받기 딱 알맞다.위에 나열한 요소만으로는 안된다. 상식이지만 그것은 순수음악 요소들이다.지금은 가수만을 놓고 볼 때 가창력보다는 가수 자체가 보유한 매력이우대받는 시대다. 말하자면 얼굴이 잘 생겼다거나 매력적인 분위기 또는행위를 갖춰야 한다.이 가운데 최근 각광받고 있는 요소는 가수의 춤솜씨라 할 것이다. 얼굴따지는 것도 한물 갔다. 요즘 우리 음악계는 완전 춤판이다. 사람들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인기가요 50 designtimesp=29241>이 「인기춤 50」이라는 사실을 안다.현란한 춤을 구사하는 가수가 노래 잘하는 가수를 내몰고 있다. 음악 외적인 요소가 음악요소를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나 할까.그래서 인기가수들을 어찌 가수라 이름할 수 있으랴. 댄서요 춤꾼일 뿐이다. 춤이 음악을 망친다면 어른들은 분노하고 가요관계자들도 댄스음악 파시즘에 치를 떤다.하지만 냉정을 되찾고 곰곰이 따져보자. 음악이 예술인지는 몰라도 제작자들에게는 엄연히 사업이다. 가수가 히트곡이 없으면, 음반이 팔리지 않으면 우리 음악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조건 떠야 한다.이 점에서 현재 우리 음반제작자들은 대단히 경제학적이다. 그들은 가수를 픽업할 때 가창력과 춤실력을 놓고 충분히 그 결과를 저울질한다. 이두가지는 인기가수가 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그런데 천부적인 노래솜씨를 지닌 가수를 만난다면 몰라도 대부분은 가창력을 키워줘야 한다. 거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막대하다. 노래 잘하는 가수를 키워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춤 잘추는 아이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조금만 지원해주면 즉각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 만큼신세대들은 춤에 능하다. 우리 음악시장을 고려할 때 가치의 측면에서안무력은 노래실력을 압도한다. 녹음테이프를 틀어놓고 입만 벙긋하는이른바 립싱크가 범람하고 있는 것이 그 하나의 증거다. 제작자와 가수들은 좋은 노래를 들려주려는 생각보다는 어떤 율동과 제스처를 보여주느냐에 골몰하고 있다.◆ 대중음악 발전 걸림돌은 춤음악의 독점제작자들 입장에서는 가창력 증진에 투자하는 것보다 춤실력 배양에 돈을 쓰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코스트도 낮고 리스크도 적다. 기회비용을떠올리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요제작자들은 흐릿하게나마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을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춤이란 것을 무조건 경박하다고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40년대의 스윙,50년대의 로큰롤, 그 이후의 트위스트, 고고, 디스코, 그리고 지금의 레게, 랩, 테크노 등 주류의 대중음악은 언제나 젊음과 그 춤과 더불어 성장해왔다. 댄스가 대중음악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춤이 곧 인기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어떠했으며 또 요즘 한창잘나가는 인기 댄스그룹 클론은 어떠한가.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주류 대중음악의 질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제작자의 사고에 변화가 있어야 하며 10대와 20대 초반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수요층 편중이 와해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가요의 댄스음악의 독점현상은 제작자와 매스컴이 철저히 신세대 감각에 봉사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문제는 춤이 아니라 춤음악의 독점에 있다. 다른 음악은 수요층의 외면으로 고사될 위험에 처해 있다. 성인음악이 그렇고 민족음악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획일화야말로 대중음악의 발전을 가로막는 첫번째 걸림돌이다. 깊은 잠에 빠진 장르의 다양화를 깨우려면 대중음악의 혼돈에 대한일반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우선 우리 대중음악의 건강이 지극히 불량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토론이 활성화되어야하고 다시 이를 위해서는 위험한 발상일지는 모르지만 관계 당국의 선의의 개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