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7일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앞 특설무대. 다소 쌀쌀한 날씨속에서 포크페스티벌이 펼쳐졌다. 무대의 열기는 뜨거웠고 무희들의 몸동작은 시간이 흐를수록 격렬해졌다. 주변에 몰려든 관객들은 무대에 이목을집중시킨채 자리를 뜰줄 몰랐다. 특히 요즘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마카레나 춤이 무대를 수놓을 때는 모두 하나가 되어 흥겨워 했다. 이번페스티벌은 백화점측이 세일기간을 맞아 고객유치 차원에서 마련한 행사의 하나였다. 최근 전국적으로 댄스붐이 일고 있음을 감안, 걸쭉한 춤판을 마련해 고객들의 발길을 잡아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이면에는 매출증대를 노린 판촉전략이 숨겨져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적어도백화점측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오랜만에 맛보는 흥겨운 춤판에 박수가 쏟아졌고 이는 일정 부분 판매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우리 주변에 춤을 이용한 마케팅이 크게 번지고 있다. 이름하여 댄스마케팅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춤을 잘 활용해야 돈을 벌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판촉에 춤을 동원하는 회사들이 크게 늘고 있고 이들에게 춤을 공급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춤이 중요한 판매수단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얼마전 패션계에서는 비닐패션이 큰 붐을 이루었다. <날 떠나지마 designtimesp=29241>의가수 박진영이 댄스의상으로 비닐을 재료로 해서 만든 옷을 입고 나오자신세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다. 특히 이 의상은 박진영의 독특한 춤과 조화를 이뤄 주목을 끌었다. 기회를 놓칠세라 유행에 민감한 유명 의류 회사들이 대거 비닐을 소재로 한 옷을 내놓았다. 남대문이나 동대문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재래시장에도 비닐옷이 쏟아져 나왔다.인기에 편승해 한목보겠다는 의류계 사람들의 상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예상대로 신세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마침 배꼽티의 유행과 더불어 아랫배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비닐옷이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갔다.박진영식 춤의 인기가 패션계에까지 몰아닥쳤던 셈이다.◆ 인기 가수 의상 ‘유행패션의 날개’이것 뿐만 아니다. 이제 춤은 유행을 창조하는 하나의 중요한 도구다. 어떤 춤이 유행하면 업자들이 앞을 다투어 관련 상품을 내놓는다. 2~3년전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재즈댄스의 영향으로 재즈풍의 넉넉하게보이는 의상이 젊은 층으로부터 폭넓게 사랑받는 것도 한 예다. 문화방송 무용단의 서은하 단장은 『한가지 춤이 유행하면 곧바로 유행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서단장은 『독특한 무대의상을 선보일경우 약 1개월 후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각 업체에서 빨리 도입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때론 춤을 가르치면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얘기한다.춤은 광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이전에도 광고에 춤은등장했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곁가지였지 핵심이 되는 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엔 이러한 흐름에 큰 변화의 모습이 엿보인다. 춤이CF의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OB맥주는 자사 CF에 박중훈의 일명 랄라라춤을 등장시켰다. 잘나가는 인기배우 박중훈과 독특한 춤을 결합시켜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보자는 포석이다. 광고내용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시종일관 랄라라춤을 추는 장면이 계속된다. 특별히 다른 문구가 들어가지도 않는다. 춤 하나로 승부를 걸고 있는 셈이다. 제작사인 (주)오리콤 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보기에재미있고 즐거운 광고를 만든다는 의도에서 춤을 활용했다고 설명한다.특히 최근 춤이 붐을 이루고 있음을 감안, 쉽고 편안한 춤을 보여주자는생각에서 박중훈이 가장 잘 추는 랄라라춤을 도입했다는 것. 요즘 이 광고는 예상대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업계에서 성공작이라는 평가를받고 있다.그런가 하면 춤은 연예인, 특히 가수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문화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춤을 못추는 가수는 아예 인기대열에서 탈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까닭에 발라드나 트로트 가수들이 춤곡을 들고 나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트로트가수 설운도는 대표적인사교춤인 차차차와 삼바 리듬을 활용한 <다함께 차차차 designtimesp=29248> <삼바의 여인 designtimesp=29249>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라이벌들을 따돌리고 정상에 우뚝 섰다. 또긴 공백기를 가졌던 최백호는 탱고리듬의 <낭만에 대하여 designtimesp=29250>로 화려하게부활했다. 최고의 발라드 가수 신승훈도 요즘엔 무대에서 다양한 춤을선보이고 있다. 춤을 가미하지 않고는 팬들을 끄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가수들이 하나같이 춤을 도입하는 데에는 신세대들의 의식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팝칼럼니스트 임진모씨는 기성세대와달리 신세대들에게 춤은 생활의 일부라고 못박는다.방송국의 오락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세대들이 즐겨보는 쇼프로그램의 경우 방송 때마다 가수들의 노래 경쟁과 아울러 백댄서들의 춤경연이 펼쳐진다. 톡톡 튀는 새로운 춤을 선보이지 않으면 채널이 확확돌아간다는 것이 방송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세대 팬들의 반응도 만만치 않다. 어설픈 춤을 들고나가면 곧바로 방송국 무용단에 항의전화가빗발친다. 춤 좀 제대로 추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 가운데 유명가수들이 데리고 다니는 댄서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무대 전면에서는 가수 못지않은 팬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꿍따리샤바라 designtimesp=29253>의 주인공인 클론의 강원래나 구준엽도 전문 백댄서로 인기를 모았던 춤꾼 출신이다. 그래서 방송가에서는 전문 춤꾼을잡기 위한 스카우트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정도다. 실력이 뛰어날 경우스카우트비만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후문이다.프로스포츠에서도 춤은 중요한 판촉수단이다. 물론 운동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스타플레이어들의 뛰어난 경기모습이다. 스타가 있어야 관중이 모인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다. 관중에 대한서비스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특히 최근에는 야구나 축구 등 프로화된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대그룹들이 하나같이 흥겹게 춤을 추어대는 치어걸을 동원하고 있다. 관중을 하나로 모으는데 더없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앞에서 율동을 보여주며 전체를 통솔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팬이 몰려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관리라 할 수 있다. 매스컴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커다란 선전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1년에 수억~수십억원씩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것도 따지고보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춤에 대한 수요는 업종과 회사를 가리지 않는다. 웬만한 회사는 거의 예외없이 신제품 발표회나 연례 행사에 춤을 동원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4월말 티뷰론 발표회를 개최하면서 이벤트회사인 연하나로기획에 의뢰,참석자들에게 춤을 선사했다. 발표회를 진행하는 중간중간 무용단을 등장시켜 신차의 이미지에 맞는 내용으로 구성된 색다른 맛의 춤을 선사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 외로 좋았다. 분위기도 시종일관 흥겨웠다. 관객들은 신차를 보는 틈틈이 공연을 관람하는 기분으로 춤을 즐겼다. 회사입장에서는 신차의 이미지를 한층 돋보이게 하면서 관객들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행사였다.◆ 신제품발표회 등 기업행사에도 춤 등장암웨이코리아 역시 지난 10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인증식을 거행하면서 춤을 활용했다. 특히 암웨이는 환경을 강조하는 기업답게 전체적인 내용을 환경보호로 설정, 기업이미지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밖에 아그파필름은 최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자기 회사 색깔을 강조한 춤을 공연했다. 각 기업체에 춤을 공급하는 연하나로기획의 박지선팀장은 요사이 춤을 기업활동에 이용하는 기업들이 크게 느는 추세라며춤산업의 성장가능성은 무한하다고 강조한다.비즈니스맨 개인에게 있어서도 춤은 무시못할 영업의 무기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춤을 잘 추면 일이 잘 풀리는 경우가 적잖다.해외 특히 미국이나 유럽쪽에 나갔다온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국내 굴지의 종합상사인 S물산에 근무하는 김모 부장 역시 영국에서춤의 위력을 실감했다. 5년전 해외주재원으로 선발돼 런던지사에 부임했던 김부장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야말로 춤의 문외한이었다. 이따금씩 친구들과 어울려 나이트클럽에 가 고작 몸을 흔드는 정도였다. 그러다가현지에서 근무하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 사교춤을 배웠다. 춤을 모르고서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기본부터 착실히 배웠다. 바이어들은 조그만 모임을 갖더라도 스스럼없이 춤을 즐겼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김부장은 영국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올해 초 귀국, 샐러리맨의 꽃인 이사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비즈니스맨들이 각 문화센터나 YMCA 등의 사회단체가 마련하는 댄스강좌에 몰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건강을 유지하거나 레저활동차원에서 찾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러나 역시 주류를 이루는 것은 사업적인 포석이다. 한국무도강사협회 신길자 회장은 『춤을 배우려는 비즈니스맨이 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교춤은 현대인이 갖춰야 할기본매너의 하나』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