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석유보다 물이 더 비싸다면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물은 흔하디 흔한 반면 석유는 우리 국토에 단 한 방울도 없기 때문이다.희소한 자원이 더 비싼거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석유가물보다 더 비싸고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현재 1ℓ를 기준할 때 수돗물 가격은 0.238원(1톤에 2백38원). 휘발유는7백30원. 휘발유가 수돗물보다 3천배 이상 비싸다. 휘발유값과 물값을 비교한다는게 말이 안된다. 그러나 모든 물이 다 그렇지는 않다. 생수 1ℓ는 대략 1천원(5백㎖ 5백원). 휘발유보다 오히려 2백70원 비싸다. 생수는휘발유보다 비싼 「물」인 것이다. 휘발유보다 물이 비싸다는게 이제 우리에게 전혀 낯선 중동의 얘기는 아니다. 공익광고에 나오듯 「물을 물쓰듯 쓰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앞으로 물은 생수뿐만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전체적으로 가격이 높아질수밖에 없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물사정은 암담하기조차 하다. 물 수요량은 매년 늘어나는데 물 공급량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오히려 줄어들지도 모른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공업용수가매년 늘어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생활용수도 급증하게 된다. 그러나 물 공급량은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게 되는 것도 아니고 매년 비슷비슷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06년이 되면 물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06년에는 5억톤, 2011년에는 20억톤이 부족하게 되리라는예상이다. 이런 물 부족 사태를 막기위해서는 2011년까지 28개의 댐을추가로 건설, 댐공급량을 92억톤에서 1백58억톤으로 72% 늘려야 한다고말한다. 광역상수도도 2011년까지 추가로 29개를 더 건설, 광역상수도 공급비율을 현재의 35%에서 65%로 높여야 한다. 이 물수급대책을 위해필요한 자원은 모두 26조원. 물을 부족함없이 쓰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드는 셈이다.◆ 물 물쓰듯 하던 시대 지났다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자원기구(WRI)가 세계은행 및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작성한 통계에따르면 한국의 사용가능한 수자원은 95년에 약6백61억톤이었다. 전체 인구수로 나누면 한 사람당 1천1백49톤꼴이다. 일인당 사용가능한 수자원량이 2천톤 미만인 국가는 물부족국가로 간주되는 점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는 이미 물부족국가다. 더욱 문제는 이 기구의 2050년 전망이다. 한국은 2050년이 되면 일인당 수자원이 9백64톤으로 물기근국가가 된다는것이다. 레바논(7백68톤)이나 가나(8백16톤)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우울한 예상이다.우리나라 일인당 물사용량은 지난 20년간 하루 1백83ℓ에서 4백8ℓ로2.2배가 늘었다. 물공급량은 댐건설 등을 통한 지속적인 상수원 관리로같은 기간동안 6.3배가 늘었다. 문제는 그래서 좋다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물의 공급총량이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댐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댐건설을늘려 물의 총공급량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인지도 의심스럽다.얼마전까지만해도 물은 무한자원이라 여겨졌다. 석유나 석탄 등과 같은지하자원과 달리 물은 비가 오는한 끊임없이 재생되는 무한정에 가까운자원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물이 무한정한 천연재가 아니라 관리하는데 엄청한 비용이 들어가는 고가의 경제재로 전환됐다고강조한다. 물도 시장원리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하는 상품으로 변했다는 말이다. 이른바 「워터 마케팅(Water Marketing)」이 필요한 시대다. 총공급량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으니 수요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식수원 오염을 막고 물 낭비를 막는게 물부족을 예방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워터 마케팅 시대 물도 시장원리에 맡겨야수요조절책의 핵심은 가격통제로 모아진다. 세계은행은 이제 물에도 제대로 가격을 매겨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국가가 상수도 시설을 엉성하게 지어 싼값에 공급, 물을 낭비하게 하는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사기업이 상수도 시설에큰 돈을 투자하게 만들어 제값을 받고 팔게 만들자는 것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이런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칠레에서는 80에이커를 경작하는 농부가 물 사용량을 3분의 1로 줄이고 나머지를 팔면 1만달러의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와 비슷한 제도를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도 도입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주정부끼리 물을 거래하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농부에게 농부의 수자원 권리를 주정부에 판매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기도 한다.지난해에 생수 시판이 허용되면서 여러 종류의 외국산 생수들이 국내에들어왔다. 그 때 대부분의 반응은 「물마저 수입해야 하다니」라는 식의통탄이었다. 아직까지는 물마저 수입해야 하다니 하고 통분해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언제까지 가능한 일일까.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여러 가지 생활상의 차별은 있지만 하늘은 공평해서 생존에 꼭 필요한 공기와 물만은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그러나 이제는 비싸고 좋은 물과 싸고 덜 좋은 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물 사용에도 빈부격차가 생기고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상품화된 것이다.우울한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 문제 해결은 결국 물도 상품의 일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워터 마케팅」을 통해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