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스타의 뒤를 따른다. 스타가 공연하는 도중 무대 뒤에서 주변을 지키며 안전을 책임진다. 화려한행사가 끝나면 다시 스타의 그림가가 되어 몸을 밀착시킨다.여성경호원 정미화씨(24)는 늘 엑스트라다.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서는 꿈은 애당초 꾸지도 않는다. 오로지 자신을 믿고 몸을 맡겨오는 사람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한몸 기꺼이 내던진다. 때론 심각한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생명에 위협을 느낄 때도 있다.언제 어디서 어떤 돌발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항상 긴장감을늦출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짜증내지 않는다. 늘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스마일퀸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씨는 경호의 세계에서는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일을 시작한지1년이 채 안됐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5월 발족된 국내 최초의 여성경호팀인 블랙로즈에 들어간지 불과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력만으로 그녀를 평가하면 큰 오산이다. 그녀는 이미 들어올 때부터 큰 일을 해낼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1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었대서가 아니라 합기도 3단의 뛰어난 무술실력과 배우 뺨치는 수려한 외모는 단연 돋보였다. 여기에다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통솔력과 국제화 시대에 필수적인 외국어 구사 능력까지 두루갖추고 있었다. 이런 장점을 감안, 블랙로즈를 만든 충용경호기획에서는 그녀에게 초대 팀장 자리를 맡겼다. 그녀 또한 이런 주위의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불과 6개월만에 업계에서 알아주는 파워우먼으로 급성장했다.◆ <빅쇼 designtimesp=4338> 김건모편 개인경호 맡기도정씨는 당초 스튜어디스를 꿈꾸던 평범한 아가씨였다. 대학(서원대체육교육학과) 시절 합기도를 배우는 등 전공에 맞춰 운동을 즐겨했지만 경호원을 희망하지는 않았다. 신체적인 이점(그녀는 키가1백71cm로 아주 늘씬한 몸매를 자랑한다)을 살려 하늘을 날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에는 한때 스튜어디스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운명은 바로 거기서 바뀌었다.지난 5월 충용경호기획이 제1기 여성경호원 모집 공고를 냈고 그것이 학원을 마치고 나오던 정씨의 눈에 띄었던 것. 그날로 새로운분야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그녀는 곧바로 원서를 냈다. 예상외로 부모님도 그리 반대하지는 않았다.정씨는 전문경호원이 된 이후 굵직굵직한 업무를 무리없이 소화해오고 있다. KBS-TV <빅쇼 designtimesp=4341> 김건모편에서 개인경호를 맡았고 지난번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렸던 누드모델협회 회원들의 누드쇼 때도현장을 지켰다. 또 최근 국내 공연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졌던 마이클잭슨 내한공연에서도 무대경호를 맡았었다. 그렇다고 그녀가꼭 유명 스타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때론 평범한 이웃을 보호하기 위해 그림자처럼 따라붙기도 한다. 요즘엔 이혼소송중인 중년여성들이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의뢰해 오는 경우가 많다. 또 때로는 돈문제로 고민하는 기업인들이 정씨를 찾기도 한다.경호 업무라는 것이 겉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떤 이들은 그냥 서있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을 뛰는 정씨 입장에서는 항상 등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긴박감의 연속이다. 자칫 한눈을 팔다가 자신이 보호해야 할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번 마이클잭슨공연 도중 관객이 무대로 뛰어올라왔던 사건은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수많은 경호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 다행히 큰 일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대형사고로 연결됐더라면 국제적인 망신을당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정씨는 항상 경호하러 나가기 하루 전 현장에 나가본다. 비상구는어디에 있는지, 또 위험한 시설물은 없는지 등 다각도로 살핀다.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탈출구를 찾아두는 것이다. 당일에는 경호대상자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데 주력한다. 신변은 걱정하지 말고하는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믿음을 준다. 이를 위해 만나는 순간부터 이런저런 것을 화제삼아 말을 자주 건넨다. 또 상대방이 불안해소 차원에서 건네오는 말에도 최대한 귀를 기울인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진정한 경호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그러나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여성으로서 한계를 절감하기도 한다.체력이나 기술적인 어려움보다는 의뢰하는 사람들의 불신감에서 비롯된다. 또 가끔 현장에 나가서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한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얼마전 모 인기가수로부터 경호업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공개방송 현장에 나갔을 때의 일이다. 무대 뒤에서한창 경호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방송 진행요원들이 다가와 누군데 여기 있느냐며 당장 내려가라고 호통을 쳤다. 팬의 한사람으로생각하고 쫓아낼 태세였다. 나중에 오해가 풀려 별 일은 없었지만기분은 영 찜찜했다. 다행히 요즘은 웬만한 일쯤은 웃으면서 넘길정도로 이력이 붙었다.정씨는 경호를 하면서 자신이 경호원이라기보다는 의뢰인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한 분신임을 자임하는 경호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은 피해를 입더라도 의뢰인만큼은 끝까지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녀는 또약속시간을 철저히 지키려 최대한 노력한다. 시간준수야말로 경호원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 믿는 까닭이다.정씨는 보통 일주일에 두세번 현장에 나간다. 옷은 가급적 바지와재킷 등 간편한 복장을 고수하지만 때론 말쑥한 정장을 입기도 한다. 호텔 등 격식을 차려야 할 장소에 나갈 때는 그곳 분위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일은 보통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계속된다. 때론 새벽 2~3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하는 수없이 한데에서 밤을 새우다시피한다. 편안한 곳에 들어가 쉴 수도없다. 비상시를 대비해 경호용 장비는 반드시 휴대한다. 주로 가스총이나 전기충격기를 남들이 안보이게 차고 다닌다. 현장에 나가지않는 날에는 주로 체육관에 나가 몸을 단련한다. 웨이트트레이닝과경호무술을 섞어 한 2시간쯤 운동을 한다. 또 틈틈이 영어와 일어등 외국어를 공부한다. 요즘은 외국인을 경호하는 일이 잦아 말이통하지 않으면 일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없다. 그 덕분에 영어와일어는 막힘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많이 늘었다.정씨는 경호원으로서 자신의 직업에 크게 만족한다. 스튜어디스 대신 택한 일이지만 이젠 누가 뭐래도 자랑스럽다. 특히 외국 스타들이 내한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면서 성심껏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올 때는 말할 수 없이 뿌듯하다. 외교사절로서 세계각국에 국위를 선양한 듯한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도 시간을 비교적 넉넉히 활용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나름대로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영화감상으로 쌓인 스트레스 풀고 재무장정씨는 근무시간 중에는 항상 신경이 곤두선채로 일하기 때문에 쉬는 날에는 확실하게 논다. 긴장감을 풀어주지 않으면 다음 일할 때몸이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주 동안 쌓인 스트레스는 반드시그 주에 풀도록 노력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감상은 정씨가 가장 즐기는 취미활동이다. 푹신한 의자에 파묻혀 괜찮은 영화를 한편 보고나면 무거웠던 머리가 일시에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친구들과어울려 한잔씩 기울이는 술맛도 괜찮다. 많이는 못마시지만 호젓한저녁시간에 가끔 들이켜는 술맛은 하루의 피로를 잊기에 충분한 청량제가 된다. 정씨는 진짜 프로가 되기 위해 오늘도 체육관을 찾아 찬 마룻바닥에 몸을 내던진다. 남자 경호원들과의 대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론 실수로 잘못 떨어져 몸에 시퍼런 피멍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몸은 괴롭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