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영의 의미는 무엇인가. 뭘 어떻게 하며 어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인가.대우는 「경영전략의 세계화, 경영활동의 현지화」가 세계경영의의미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생각은 범세계적으로 하고 만들어 파는 일은 해외 현지서 하겠다는 뜻이겠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세계경영에 착수하게 된 동기부터 살펴보자.◆ 자의반타의반 ‘세계경영은 운명’ 해석도대우가 세계경영을 추진하게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한두마디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다. 대우측이 준비하고 있는 공식 입장은 무역장벽, 즉 블록 돌파의 수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대우측의 설명에따르면 「대외적으로는 WTO 출범에 따른 무국경화 내지 급속한 개방화 추세, 그리고 NAFTA, EU, MERCOSUR 등 경제블록화가 가속화하면서 블록내 비즈니스 거점을 세워나가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는게 첫째 이유다. 아울러 「대내적으로는 국내시장 규모의 한계및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로 인해 대외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된데다 그룹 차원에서도 경영 재도약을 위한 강력한 모티브가 필요했다」고 한다.교과서적이기는 하지만 분명 맞는 설명이다. 세계경영을 보는 외부의 시각들도 이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으며 대우의발빠른 선택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다만 지극히 현실적인 동기 한가지는 보충설명할 필요가 있다. 즉 「만년 2인자」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코스가 아니냐는 분석이다.대우측에서도 이 점은 크게 부인하지 않는다. 대우전자의 한 임원은 이와 관련, 대우가 한발이라도 먼저 해외에 나가게 된 것은 일본의 경우와 흡사하다고 말하고 있다. 도요타와의 경쟁에서 안되니까 혼다가 먼저 미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듯 국내 시장제패가 잘안되는 회사가 먼저 해외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계경영은 자의반 타의반식의 「운명적인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이밖에 △대우라는 회사의 성격상 원래 해외지향적 △「장사꾼」으로서 김우중 회장이 갖고 있는 「동물적 감각」의 발동 자동차의경우 2백만대 생산이 적정규모이나 국내에서는 더 이상 확장이 불가능한 점 등도 세계경영을 낳은 동기들로 거론된다. 이같은 동기에서 출발한 세계경영은 그럼 과연 핵심을 제대로 짚어가고 있는가. 중간평가라고도 할 수 있는 이에 대한 대답은 세계경영이 지금까지 어떤 효과를 낳고 있는지로 대신할 수 있을 것같다.해외에서 사업하기가 국내보다 낫다는 것은 이제 상식적인 얘기.그런데 실제 사업 착수 결과 당초 예상보다 좋은 점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그 뒤 대우 해외 주재원들의 의욕을더욱 북돋우는 계기로 작용한다. 몇가지 대표적인 예를 보자.우선 공장 하나를 짓더라도 국내에서 투자할 돈이면 외국에서는 차고 넘쳤다. 서유럽의 경우 도로와 전기, 상하수도 시설 등 모든게 잘 정비된 상태에서 다만 지역민만 고용해달라는 조건으로 투자의 손짓을 하는 곳이 널려 있었다.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프랑스의대우 DOSA 공장만 해도 완벽한 시설을 갖춰 놓은 상태에서 평당1만 5천원으로 입주했다. 재무담당 윤돈원 과장은 『한국같았으면수십만원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윤과장은 『유럽에서는 고용 문제를 가장 중요시한다. 실업 상태에있으면 실업 수당을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들어와 고용을 늘려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사실 대우가 DOSA를 지으면서프랑스 정부로부터 무상 지원을 받은 것도 따지고 보면 어차피 프랑스 정부에서 실업수당으로 나갈 돈을 지원해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기업이 지역만 잘 설정하면 얼마든지「혜택」을 볼 기회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해외에 진출한 효과가 다대하기는 동유럽도 마찬가지다. 폴란드와루마니아의 대우 자동차 공장이 EU, 즉 서유럽 시장을 염두에 둔포석이라는 점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들 나라가 EU에 가입하게되면 이 곳에서 만든 자동차들은 자연스럽게 블록내 부품 생산비율(국산화비율)인 이른바 「로컬 컨텐트(local contents)」요건을 충족시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서유럽의 관세 장벽을 피해갈 수 있기때문이다(EU는 현재 60%의 의무 비율을 지켜야 역내 무관세로 인정).◆ 동유럽 진출, EU시장 겨냥한 포석일부에서는 폴란드의 제품이 서유럽에서 통하겠느냐는 우려도 나타내지만 대우측의 생각은 다르다. 영국 자판법인의 법인장 이동원전무는 『서유럽의 정서가 폴란드는 EU 회원국으로서의 자격에 손색없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라면서 『원적지를 얼마나 따지느냐는문제는 남아있지만 유럽에서 「메이드 인 폴란드」는 인정한다』고말했다.다른 한편으로 이들 국가의 EU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대우가 이곳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옛 동구권 국가간의블록 형성 움직임이다. 동구권 국가간 교역이라도 지금은 30% 가량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나 『EU 가입전 우선 동구만이라도 관세를낮추자』는 의견이 오가고 있다. 현재 체코와 루마니아간만 9%의관세를 매기고 있는데 아예 동구권끼리는 상대국에서 생산한 부품이라도 이를 역내 생산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가칭 「중유럽자유무역지대(CEFTZ, Central Europe Free Trade Zone)」로 불리는 이논의의 참여국은 체코 폴란드 슬로베니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5∼6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구가 형성되면 동구 관세장벽도 사라질 것임은 물론이다. 아울러 기회를 선점한 대우의입지 또한 훨씬 탄탄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세계경영의 중간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루마니아 같은 경우 지역적으로 터키 우크라이나 유고 헝가리 등과 인접해 서아시아쪽으로의 원활한 진출도 바라볼 수 있다. 본사와 해외 4백여개에이르는 거대한 사업장을 연결함으로써 글로벌 경영 정보망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동구 국가들 가운데에는 한국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한 곳이 있는데이들을 수용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대우는 체코의 항공기 기술자 5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국내대로 『세계경영의 확장에 따라 경륜이 많은 인사들을 해외로 파견하다보니 그룹 전체가 젊어지고 자리가 많이 생기는 부수효과도 발생하고 있다』((주) 대우 무역부문 김재용 이사)는 것이다.이처럼 여러 가지 효과에 힘입은 때문인지 대우측은 세계경영의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서도 일단 「파란불」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우가 설정한 청사진은 주력업체만을 놓고 볼 때 ?자동차2백25만대 생산(내수 70만대, 수출 1백60여개국 35만대, 현지1백20만대), 세계 10대 메이커 부상 ?전자 세계시장 점유율 10%이상, 자가 브랜드 80% 이상, 해외생산 비중 50% 이상 ?은행 보험투신 등 기능 다각화를 통한 국제적 종합 금융업체 부상 ?국제적호텔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2000년 매출 목표는 1백38조원.대우측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목표 달성에는 별 다른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성숙 시장에서 신규수요 창출에 일단 성공했고 그럼으로써 경쟁우위 및 미래우위를 어느 정도확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 톰슨사 인수 및 5개의 신차종을 개발한 것도 세계경영호의 항로에 더욱 힘을 실어주리라고기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