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를 생산하는 (주)태우의 권태승사장은 신상품을 개발해놓고도판매가 시원치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 기술과 제품력만 있으면 팔리리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과 잘 파는 것은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사내에 유능한 마케팅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형편도 안됐다.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시장개척에 도움을 받을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신문기사에 났던 원로봉사단에 관한 내용을 다시 찾아보고 마침내 중소기업청의 문을 두드렸다. 신상품에 대한 판로개척과 시장확보방안에 대한 지도를 신청한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마케팅전문가인 안영일씨를 소개해줬다.안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경험과 노하우를 이 회사에 쏟아 부었다. 우선공장옥상과 사무실창에 써있던 기업이름을 상품광고로 전환토록 했다.대리점제를 도입해 체계적인 유통망을 갖추도록 했다. 영업사원을 소수정예화한뒤 시장개척방안을 집중 지도했다.◆ 중앙및 11개지방사무소서 5백90명 활동요즘들어 원로봉사단을 찾는 중소기업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원로봉사단은 각분야에서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축적하고 퇴직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대이다. 중소기업및 창업기업을 위해 발로 뛰는 도우미인 셈이다. 지난 8월말에 발대식을 갖고 출범했다. 발대식은 이우영 중기청장, 박상희 기협중앙회장, 채재억 중진공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본청에서 열렸다. 같은 시각에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11개소에서도 발대식이 거행됐다. 5백90명이 봉사단원으로 임명돼 발대식에서 임명장을 받았다.「원로」봉사단이라고 해서 별볼일 없는 구시대의 퇴물로 생각하면 큰오산이다. 이들중엔 대학교수 기업체사장 금융기관간부 변호사 외무부대사 공인회계사 출신 등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망라돼 있다. 이중에는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해당분야에선 전문가로 충분한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는 중기청이 애당초 봉사단원을 모집할때 자격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영이나 기술에 별도움이 안되는 사람은 오히려 기업을 거추장스럽게 만들수 있어서이다.봉사단원은 기업체부장 이상, 대학교수, 금융기관차장, 연구기관의 책임연구원 사무관급이상, 공무원, 공인회계사, 세무사, 노무사, 경영지도사,기술지도사 등으로 자격을 정했다.봉사단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단장을 맡은 손진관씨는 성균관대와 서울대대학원을 나와 유공부사장 범양상선사장을 지냈다. 공인회계사와 경영지도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나신명씨는 해스팅스로스쿨을 나온 법학박사이면서 변호사이고 이상진씨는 특허청사무관을 거친 현직 변리사이기도 하다. 유영진씨는 이학박사로 지방국립공업기술원장 요업기술원장을 지냈고 조민제씨는 LG전자부장과 성광정밀대표를 거쳐 기술지도사와 ISO심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밖에도 쟁쟁한 사람들이 많다. 장명하씨는 서울대 행정학과를 나와 외무부본부대사를 지냈고 노연후씨는 국방과학연구소와 대검찰청에서 전산실장을 역임했다. 또 김규현씨는 중앙대교수를 거쳐 공인회계사와 세무사자격증을 갖고 있다.이들이 원로봉사단원이 된 것은 오로지 중소기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자는 충정에서다. 「중소기업이 경제의 뿌리고 21세기를 짊어질 주춧돌」이라는데 공감하고 이들을 제대로 성장시키는데 한몫을 하자는 뜻에서 중소기업청과 지방사무소로 몰려든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나 아직 뿌리가 약한 창업기업은 이들의 도움을 최대한 받을 필요가있다.이들을 활용해야할 또하나의 이유는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무료로 중소기업을 위해 상담과 지도에 응해준다.피아노 자동연주기를 만드는 시그마산전의 박세영사장은 원로봉사단원으로부터 현장지도를 받은뒤 회사경영에 큰 도움이 돼 귀가시 고마움의 표시로 사례를 하려고 했으나 극구 사양, 오히려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중소기업청 관계자에게 밝히기도 했다.원로봉사단은 중소제조업체및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금융 세무 기술 무역통역 환경 창업 입지 투자분석 등 모든 경영분야에 대한 애로사항을 상담해준다. 필요한 경우 현장을 방문해 직접 경영및 기술을 지도해 준다.뿐만아니라 자금 인력 판로자문과 설비자동화 기술력향상 경영혁신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공한다. 기술의 경우 기계 전기 전자 화공 생산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하루 20여 업체 상담·지도 요청 들어와봉사단원은 과천에 있는 중기청 본청(중앙)과 지방청및 사무소에 소속돼 활동을 하는데 중앙에 3백15명 지방에 2백75명이 있다. 각 지방청과사무소에는 10~50명이 활동한다.자격증별로는 경영지도사가 1백31명으로 가장 많고 기술지도사 품질관리세무사 회계사 무역사 노무사 법무사및 변호사순이다.원로봉사단 발족이후 중소기업청에는 하루 평균 20여개 업체로부터 상담및 지도요청이 들어오고 있으며 이용문의도 늘고 있다.활용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배낭류를 생산하는 아웃도어디자인의 최영규사장은 세무 회계에 대한 전문가 지도를 요청, 강문하씨로부터 컴퓨터회계프로그램을 이용한 회계처리에 관한 지도를 받았고 한발짝 더 나아가 회계를 이용한 경영분석자료 활용방법도 교육받았다. 이 회사는 이제공인회계사에게 업무를 맡길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K사는 거래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기로 하고 설비확장에 나섰으나막상 자금을 써야 할때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자 원로봉사단에 도움을요청했다. 원로봉사단은 금융전문가를 파견해 K사의 사업내용과 전망재무구조 등을 상세히 설명한뒤 자금을 대출받을수 있도록 해줄 것을 은행에 요청했고 해당은행은 원로전문가의 자상한 설명을 들은뒤 대출을해주기도 했다.원로전문가의 자문을 받으려면 전화상으로 신청하거나 방문해 상담을 요청하면 된다. 봉사단의 일일 상담자가 신청을 접수하며 마침 상담자가전문가이면 직접 상담에 나서고 아닐 경우엔 다른 단원에게 연락해 상담에 응하도록 조치한다. 필요한 경우 현장지도에 나서는데 이때는 교통비정도의 실비를 중기청이 해당전문가에게 지급한다.상담내용에 대해선 비밀이 보장되며 상담 지도 등 봉사활동은 신청 당일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손진관 원로봉사단장은 『중소기업에 미력이나마 도움을 줄수 있지 않을까해서 자원했다』며 『원로봉사단이 상징적인 단체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단체로 자리잡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이를위해 우선 봉사단원에 대한 교육및 세미나를 통해 중소기업의 현장감각을 익히도록 하고 중소기업정책 설명 등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중기청은 더 많은 중소기업이 원로봉사단을 활용할수 있도록 기업종합진단팀을 구성하고 일부단원을 특정업체의 후견인으로 지정하는등 다양한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또 봉사단원간의 팀워크를 제고하기 위해 건강관리에 대한 소양교육과 취미활동에 대한 지원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