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세계경영이 궤도에 진입하면서 금융업의 해외진출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뭉칫돈을 조달하기위한 파이낸싱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손을 뻗쳐 세계경영을 다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대우증권 김창희사장은 지난 10월 프랑스정부로부터 국영 상업은행인 SMC인수제의를 받고 인수의향서 등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당장은 현지의 반대여론 때문에 톰슨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수에어려움을 겪고있지만 대우측의 관심은 여전하다. 프랑스의 지정학적 위치에 비춰볼 때 유럽연합과 아프리카진출의 탄탄한 교두보를확보할 수 있어서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은행에서 증권업무 등을 겸업할 수 있어 진출의미가 크다.대우그룹이 금융업진출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지역은후발 이머징마켓이다. 제도미비와 불안한 물가 환율로 리스크가 큰게 사실이지만 반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능력만 있으면 금융업을 통해 돈도 벌고 대우의 세계진출도 직간접으로도울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MC인수는 EU와 아프리카진출 교두보실제로 대우는 지난 89년 헝가리에 은행을 설립해 톡톡히 재미를봤다. 매년 배당을 실시, 투자금의 절반이상을 회수했으며 자회사인 대우리스를 통해 자동차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대우증권이 내년초 루마니아와 우즈베크공화국에 잇따라 은행을 설립키로 한 것은이같은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다. 자본금 2천5백만달러 규모로 설립되는 루마니아의 경우 대우증권이 89.99%를 출자하고 나머지는 한미은행(10%)과 현지인 4명(0.01%)이 지분 참여한다. 자본금 2천만달러로 출범하는 우즈베키스탄은행도 대우증권(55%)이 대주주가되고 나머지 지분을 EBRD(25%) 한미은행(10%) 튜론뱅크등(10%)이나눠갖게된다.루마니아와 우즈베키스탄의 공통점은 대우그룹이자동차생산기지(로대, 우즈대우모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시장잠재력도 크고 시장경제체제도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더욱이 현지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면서 터득한 정보와 노하우를 금융쪽에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또 음양으로 그룹의 생산활동을 도울수 있다. 유사시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고 자동차관련 부품업체에는 팩토링을 제공할 수 있다. 신용장(LC)을 개설하거나 신속한 결제를 돕는 것은 물론이다. 대우그룹의 이미지를 심는데도 긍정적인역할을 할 수 있다.사실 「파이낸싱의 귀재」로 통하는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수완은금융업분야에서 가장 빨리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헝가리 대우은행의 예가 그렇다.대우가 헝가리에 은행(헝가리대우은행)을 설립한 것은 지난 89년12월. 88년 합작계약을 맺고 2년여만인 90년 7월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은행들도 버거워하는 신흥시장진출에 본업이 증권인 대우증권이 과감하게 진출한 것은 순전히 김우중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그것도 마치 기동작전을 펼치듯 짧은 기간에 해치웠다. 동유럽붕괴를 목격한 김회장은 시장경제가 도입되면 현지 경제규모가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증권에 이 지역 은행진출검토를 지시했다. 처음에는 증권 내부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시장경제가 태동하는 이른바 오지나 다름없는 동구권에 진출한다는 부담이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행업에 대한 노하우도 없었다. 리스크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사업에 관한한 직관력이 뛰어난 김회장은 진출을 고집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회장만은 수년내 동유럽에 「대우바람」이세차게 불 것을 확신한 까닭이다. 그래서 진입이 수월한 헝가리를타깃으로 정하고 합작파트너를 찾았다. 처음에는 헝가리신용은행과50대50으로 자본금 5천만달러(31억5천4백만포린트)규모의 은행을설립했다.대우증권의 박종구부장은 실무적으로 뚫기 어려울 때는 그룹차원의지원사격이 뒤따랐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철두철미하게 준비해 나간게 아니었다. 일단 진출키로 의견을 모으고 벽에 부딪치면 해결하는 식이었다. 대우증권의 강창희상무는 실무자들 사이에 김우중회장의 탁월한 경영감각과 직관에 대한 믿음이 쌓여 오히려 일사불란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헝가리 대우은행의 경영은 성공적이었다. 영업 첫해부터 수지를 맞췄다. 지난해말 헝가리대우은행의 자산총액은 1억8천만달러규모.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자본수익률 ( 26%)이 업계 평균을훨씬 웃돌아 알짜배기은행으로 소문나 있다. 현재는 주고객이 3백여 우량기업이지만 대우에 대한 현지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지점개설 등을 통해 소매영업분야로도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다.그룹차원의 시너지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헝가리 대우은행은 지난 94년 리스회사를 설립해 그룹의 판매활동을 돕고 있다. 자본금1억포린트규모의 대우리싱은 일반시설재리스와 자동차할부금융업무를 수행한다. 올 상반기에 대우자동차가 헝가리 수입차판매 1위를차지한 것도 금융업진출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있는 사례로 꼽힌다.이밖에 대우은행은 대우전자제품의 현지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소비자금융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증권분야의 해외진출도 활발하다. 홍콩 런던 뉴욕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도쿄 상해 싱가포르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물론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도 헝가리등 이머징마켓에도 진출해 있다. 현재는남미 러시아 등의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우증권 신일인차장은 헝가리와 인도의 현지투자법인은 로컬비즈니스에 주력, 현지화하는데 일단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신차장은 증권업의 경우 진출하는 것보다 생존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머징마켓의 특징상 잠재수익기회는 많지만 수익변동사이클이 워낙 커서 어느정도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국내 제1의 증권사이자 자기자본규모(1조9백47억원)가 세계 18위인 대우증권의 이머징마켓진출은 상대적으로 성공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인도의 CRB대우증권의 경우 현지 증시침체로 다소 어려움이 따르지만 헝가리 대우증권은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국내증시침체로 국내돈벌이가 시원치않은만큼 해외진출로 돌파구를찾아가고 있다.◆ 현지화 통한 수익올리기가 진출목적그러나 대우증권은 금융분야 해외진출이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위한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그룹차원에서 진행되는 각종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도움을 주고 원활한 상품판매를 위해 소비금융을 제공하는건 사실이지만 그것은어디까지나 보조업무라는 입장이다. 진출목적은 현지화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어차피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헝가리등 이머징마켓에도 동일인 여신한도나 관련회사지원제한 등 엄격한 규정이 있다. 따라서 직접적인 자금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해외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은 증권이나서지 않아도 그룹차원에서 무난히 해결된다.물론 걱정도 없지않다. 아직까지는 국내기업간 경쟁없이 순조로운항해를 할 수 있었지만 조만간 국내업체간 이전투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돈이 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 뛰어드는 풍토에서 동유럽등이머징마켓에서 대우의 발목을 잡는 국내기업이 나오지말라는 법이없다. 대우가 금융업해외진출을 서둘러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도이런 배경에서다. 이왕 나갈바에야 하루라도 먼저 나가 뿌리를 내리겠다는 세계경영의 이념이 금융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것이다.또 호텔등 서비스분야진출도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올들어서 연변대우호텔과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을 개관, 대우이미지를 전파하고 있다. 호텔업진출도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할 경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게 그룹관계자의 설명이다.이밖에 대우통신은 지난해 우즈베크공화국 우르겐치시에 연산 15만회선 규모의 교환기 합작법인인 알로카대우를 설립, 수출교두보를확보했으며 추가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시에 교환기합작공장을 세워 내년초부터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