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뛰어넘어 종합적인 연구개발(R&D)기능을 갖춘 싱크탱크를 거느린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노무라증권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성장했고 IBM연구소는 지금까지 5명의 노벨상수상자를 배출하는 명문민간연구소가 됐다. 이들 연구소의 위상과 활동상황을 바라보면 국내의 R&D실상은 왜소해지게 된다.초기부터 국책연구 수임NRI는 지난 65년 일본최초의 민간 싱크탱크를 기치로 설립됐다. 주식회사형태로 시작된 NRI는 출발부터 크게 두 개의 연구부문으로갈라졌다. 노무라증권의 조사부가 주축이 된 도쿄조사본부와 학계등에서 스카우트한 인력으로만 구성된 가마쿠라연구본부가 그것이다. 도쿄에서는 증권에서 요구하는 연구 조사업무를 주로 담당해주고 가마쿠라에서는 리서치와 컨설팅 프로젝트의 수행에 전념하기위한 것이었다.NRI 서울지점의 시이노 켄지 지점장은 『당시 노무라의 사장단은사세를 엄청나게 키우는 등 능력이 출중했다. 가마쿠라연구본부를별도로 독립시켜 「자금은 지원하지만 입은 열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킬 수 있었다. 싱크탱크로서 필수적이라고 해야 할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주식회사형태로 출범한 것도 NRI가 목표로 하는 연구활동 원칙의 일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기금을 설치해서 재단법인으로 하느냐 주식회사형태로 할 것이냐하는 논란이 있었으나 실용적이며 충실한 내용의 연구를 위해서는주식회사의 형태를 띠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NRI의 명성은 당연히 도쿄보다는 가마쿠라의 활동에 의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졌다. 가마쿠라에는 주로 정부의 정책프로젝트와 지역개발프로젝트가 주어졌다. 국책연구소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던 일본에서는 민간연구소에 많은 정부 프로젝트의 수행기회를주게 되었고 지방자치단체의 용역업무도 많아 가마쿠라연구본부는초기부터 활발한 연구활동을 할 수 있었다. 2년후인 67년에는 뉴욕사무소를 설치, 일본의 연구기관으로는 최초로 해외로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물론 지금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 10여개의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두고 있다. 서울지점을 개설한 것은 95년이다.오늘날 NRI의 또 한축을 이루는 분야는 컴퓨터시스템이다. 그 역사도 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시 노무라증권의 전산부가 독립,회사를 차린 것이다. 독자적으로 발전하던 이 회사가 지난 88년NRI와 합쳐짐으로써 새로운 NRI가 생겨났다. 당시 정보화란 시대적흐름을 정확히 읽어 NRI는 「합병에 의한 시너지효과」를 노림으로써 시스템컨설팅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재정지원자로부터의 자유가 핵심”지난 3월말 현재 NRI는 1천2백54억엔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천7백명의 직원중 2천2백명이 전문직이다. 컴퓨터시스템관련인원이1천5백명을 넘고 연구조사직과 컨설팅직이 각각 1백66명과 1백15명이다.NRI가 일본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로 뽑힐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사회를 향해 활발한 정책제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규제완화나 시장개방 등 글로벌한 관점에서 일본의 우선과제를 제시하고 아시아등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전략과 관련된 대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리서치에서 컨설팅 시스템분야까지를 포괄하다보니 사회나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부가가치 높은 지적자산을 창출해낼 수 있었다. 시이노 지점장은 『그룹의 연구소라도 재정지원자로부터 연구자들이 자유로울 수 있느냐 없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룹을 의식하다보면 그룹의 사람이 되고 그룹내 연구소로 스스로를 한정시켜버리게 된다. 아무리 객관적인 연구를 한다해도 거기에는 어느정도한계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미국의 IBM연구소는 지난 45년 콜럼비아대학의 한 구석에서 시작해뉴욕인근의 요크타운 하이츠에 정착했다. 토마스 왓슨연구소로도불린다. 연구원들 사이에는 『노벨상을 탈만한 연구가 아니면 아예연구를 하지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기초적이고 전문적인 연구풍토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알마단연구소,스위스의 취리히연구소, 일본의 도쿄연구소 등 5개의 대형연구소가IBM연구소의 주축을 이룬다. 5개 연구소의 연구원은 2천6백명, 이중 3분의 1이 박사급이다. 이곳에서는 86년 게르트빈니히와 하인리히 로러가 주사형 전자투과현미경을 발명한 공로로, 87년에는 알렉스 뭘러와 게오르그 베트느르츠가 고온 초전도체를 발명한 것으로,연속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그만큼 기초과학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IBM연구소는 시스템기술 통신기술 등의 분야에 전문성을 키워 이 분야에서만큼은 학계의 지식체계와 연구방향 등을 리드해 나가는 유력한 싱크탱크로 자리잡았다.역시 미국적의 벨연구소는 무려 20여개의 연구소와 2만5천여명에이르는 연구원을 거느리고 있다. 또 1년 예산만도 30억달러가 넘고있으며 제품이 아닌 기초연구와 첨단연구에만도 이중 8∼10%를 투자하고 있다.미전신전화(AT&T)사 기술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이 연구소는 하루평균 1건의 특허와 연간 1만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보통신분야는 물론 물리 화학 수학 재료 등 기초분야에서도 세계과학기술의 연구동향 등을 주도하는 연구소다. 특정기업 차원을 뛰어넘는 미국과학계의 싱크탱크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싱크탱크란 지위의 연구소들은 그 전공분야에 따라 사회를 향해 발전전략이나 정책대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관련학계나 지식사회에서학문의 발달을 주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