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 각 분야에 로봇이 물밀듯 밀려들면서 하나의 거대한 독자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것이다. 또 생산현장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주변에도 로봇이 속속 등장, 로봇만능시대를 예고하고 있다.현재 국내에서 이용되는 로봇의 용도는 무척 다양하다. 어디든 가리지 않고 뛰어 다니는 전천후 산업역군처럼 하는 일이 많다. 특히3D업종 관계자들은 이제 로봇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입을모은다. 로봇이 3D업종에 두루 활용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제품 조립이다. 자동차나 전자, 조선소등에서 사람 대신 조립라인에 서서 부품들을 하나하나 끼워맞춘다.사람이 하는 것 이상으로 정교해 한치의 오차도 없음은 물론이다.사람들이 하기를 꺼리는 용접도 거뜬히 한다. 특히 불똥이 심하게튄다든지 용접물량이 많아 인건비가 많이 드는 대규모 공장의 경우에는 용접용 로봇이 필수다. 로봇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도저히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다. 용접공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도장작업에서도 로봇의 진가가 발휘된다. 특히 배나 자동차의 표면을 칠할 때는 반드시 로봇이 등장한다. 페인트칠 자체의 작업환경이 몹시 열악해 사람이 하기가 힘든데다 일의 능률면에서도로봇이 사람을 압도한다. 또 로봇은 수백kg을 가볍게 들 수 있을정도로 힘이 장사여서 물건을 들거나 옮기는 데도 많이 이용된다.이밖에 굴뚝이나 하수구 등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을 쓸고 닦는 청소용 로봇과 농약을 뿌리는 로봇도 등장, 로봇대중화 시대를열고 있다.◆ 3D업종 능률 면에서 로봇이 사람 압도국내에 로봇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80년대 초반이다. 국내 자동차 3사들이 생산라인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용접 등 일부 특수분야에 로봇을 투입, 로봇군단이 본격 상륙했다. 물론 이들 로봇은수입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수요를 충당할 만한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했던 까닭이다. 그러나수요가 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각 기업들이 자체개발에 착수했다. 대우중공업이 짐운반용 플레이백로봇을 내놓았고이에 질세라 삼성항공도 TV벌브 운반용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도 원통좌표형 로롯을 개발했다. 80년대후반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수평다관절 로봇 컨트롤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으며 이후 90년대 초반까지업체별로 다양한 용도의 로봇개발이 이루어졌다.◆ 로봇연구에 대한 지원 부족등 과제 산적각 업체들이 로봇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로봇이 사람들을 밀어내고 생산현장에 대거 등장하고 있다. 80년대 초반 수십대에 불과하던 국내 로봇보유대수가 85년 2백33대로 늘었고 90년에는 1천5백여대로 크게 증가했다. 로봇의 열기는 90년대를 지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자동차 전자 조선 등의 대형 업체들이 자동화를 추진하거나 새로 공장을 지으면서 대거 로봇을 현장에 배치, 중흥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국내 전체의 로봇 보유대수가 93년 4천4백대,94년 8천9백대, 95년 1만3천여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90년대들어서는 해마다 거의 50%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94년에는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시설 확충과 자동화 바람을 등에 업고 무려 100% 이상이나 증가했다. 시장규모 역시 빠른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2년 1천억원이었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1천5백억원대에 이르렀고 올해는 2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국내 로봇시장의 빠른 성장속도는 업체들의 움직임에서도 그대로나타난다. 시장 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들을 중심으로 로봇시장에 속속 참여, 왕성한 활동을 펼쳐보이고있는 것. 로봇 생산업체의 경우 초창기의 금성기전(LG산전 전신),대우중공업, 삼성항공 등에서 점차 확대돼 현재는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기아중공업, 두산기계 등에서도 만들어내고 있다. 재계 빅4를 포함해 국내 굴지의 재벌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이들 로봇업체들은 주로 그룹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생산을 시작했으나 요즘은 수요가 밀려들면서 대외적인 판매에도 열을 올리고있다. 여기에다 로봇전문 업체들의 활동도 만만치 않다. 업계 전체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음을 반영하듯 전에 없이 활발한 모습이다. 특히 전문업체들은 로봇업계가 지금은 물론이고 2천년대 이후에도 계속해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투자에 적극나서는 모습이다. 전문업체로는 (주)한국화낙을 비롯해 40여개의업체가 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로봇산업은 무궁무진하며 2천년대 최대 유망업종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로봇시장은 풀어나가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는 상태다. 십수년이라는 짧은 기간안에급성장을 해온 까닭에 주로 산업용 로봇에만 매달리는 등 저변이크게 미약하다. 또 낮은 국산화율은 업계가 빠른 시간안에 풀어야할 최대의 숙제로 꼽힌다. 몸체를 구성하는 기구부는 80~90%가 국산화됐으나 로봇기술의 핵심인 응용기술이나 설계기술, 제어부 등의 국산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로봇연구에 대한 지원부족도 업계가 안고 있는 현안이다. 정부가보조해주는 로봇관련 연구기관이래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기전부로봇응용 및 유공압연구그룹이 유일하고 민간 기업의 연구도아직은 초보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체연구소 안에 로봇 연구원을 몇 명 두는 수준으로 로봇연구를 하고있는 실정이다. 경북대 장익주 교수는 『로봇을 연구하고 싶어도연구기금이 없어 손을 못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하루 빨리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