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로봇과 함께 사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21세기가 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같은 쓸데없던 얘기가더 이상 쓸데 없지 않게 돼가고 있다. 시시각각 첨단에서 첨단으로치닫는 과학 의학 정보통신기술들이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공태반에서 아이를 기르고 극미세 로봇이 핏줄속을더듬어 다니면서 수술이 이뤄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음성인식컴퓨터 등의 기술이 실용화돼 삶의 패턴에 변화를 줄 날이그리 멀리 않았다.로봇의 역사는 19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코의 극작가인 카렐차펙은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고 힘든 육체노동을 대신해주는 기계를 로봇이라 명명하여 그의 희곡속에 등장시켰다. 결국 로봇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모두 죽인다는 비극적인 줄거리로 끝을 맺지만50여년이 지난 1961년 미국의 제너럴 모터즈(GM)자동차는 공장자동화에 로봇을 처음으로 도입한다. 비록 머리가 없고 걸어다니지도못하는, 팔만 움직이는 기형적인 생김새에 실망했지만 수만대의 산업용 로봇들은 자동차나 반도체 조립라인에 이용되고 있다.일본의 화낙은 공작기계의 핵심부품인 NC(수치제어장치)분야에서세계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72년 후지쓰에서 독립한 이래 세계각국의 현지법인을 통해 로봇을 조립 생산 판매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로봇의 생산설비를 증강하고 있다. 월5백대 정도의 로봇생산능력이 내년이면 7백50대 정도로 강화된다. 올해 주문받는 산업용 로봇대수는 약7천2백대로 전년대비 30% 늘어날 전망이다. 완전히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한 것이다. 나아가 가정에서 청소를 대행하거나 앞 못보는 맹인의 눈이 돼주는 로봇들은 기술적으로는 당장이라도 실생활에 적용이 가능하다.◆ 시각장애인 길안내 로봇 실용화 가능그러나 특수한 용도로 쓰이는 미래의 로봇을 개발하는 일은 그리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우주탐사에 동원되거나 인간의 몸속으로들어가게 되는 특수용도의 로봇은 종합적인 과학기술의 발달을 필요로 한다.개발경쟁이 치열한 곳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의료와 무기분야이다.의료용이나 탐지용으로 쓰이는 로봇의 개발경쟁은 결국 극도로 작은 기계장치인 마이크로로봇의 개발경쟁이다. 반도체 집적회로 제조기술을 결합해 만들어내는 1㎜에서 1㎛(미크론 ; 1천분의 1㎜)까지의 마이크로머신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 일본 독일같은선진국들도 아직까지 부분 부분의 기술개발에만 성공한 상태다.미국의 버클리대학은 지난 88년 세계최초로 지름 1백20㎛에 분당1만5천번 회전하는 초소형모터를 제작, 마이크로머신 연구에 불을댕겼다. 나아가 마이크로로봇을 위해 필수적인 세포크기의 극소형구조물, 육안으로 구조를 알 수 없는 센서, 압력계등 부분기술면에서 개가를 올리고 있다. 미국에선 현재 버클리대학을 비롯해 MIT스탠퍼드 위스콘신 미시간대학등 주로 대학을 중심으로 기초연구가활발히 진행중이며 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등에서도 관련연구를벌이고 있다. MIT의 미디어연구소는 이 대학의 유수연구소중에서도독특한 명성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과제들은일반기업들은 엄두를 못내는 것들이다.우유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주문하는 냉장고, 양손 가득 물건을 들었을 때 저절로 작동되는 현관문손잡이, 주인의 기분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수신을 차단하거나 다음에 걸어줄 것을 요구하는 전화기등 …. 이같은 연구프로젝트를 통해 센서기술이나 인공지능기술이보다 정교해지면 보다 인간에 가까운 로봇의 개발이 가능해진다.연구에 들어가는 연간 2천5백만달러의 예산중 95%정도는 기업체의지원으로 충당된다. 스폰서가 되고 있는 기업에는 삼성전자 LG전자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등도 들어 있다.일본에서도 손가락 끝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의 초소형 작동자동차가 개발됐으며 올림포스사에 의해 1㎝크기의 마이크로로봇이 만들어졌다.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미세한 물질을 운반할 수도 있다.또 도쿄대학과 오카야마대학 의학부에 의해 로봇팔에 의한 원격혈관봉합의 시스템개발도 성공됐다. 로봇팔에 의한 원격혈관봉합은낙도주민이나 전쟁터 우주공간등 전문의가 상주할 수 없는 곳의 긴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의사가 원거리에서 자신의 팔과 손가락에 맞춰 장착된 로봇팔을 움직이면 환자쪽의 로봇팔이 그대로따라 움직이는 구조를 띠고 있다. 핀셋이 환부에 닿으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신호음을 내므로 다른 혈관이나 기관은 건드릴 염려가없다. 의료용로봇이 인간의 혈관내에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부수적인 장비들도 미세화돼야 한다.예를 들면 핀셋이다. 일본도쿄대의 인공공학 연구센터는 최근까지가로 세로 1.4㎜ 1.6㎜의 초소형 핀셋가공에 성공한 상태다. 이 크기로 머리카락크기인 3백㎛에서 20㎛정도의 물질을 집을 수 있다.연구센터에서는 이 핀셋에 지능을 지닌 집적회로를 연결시켜 초소형 인공지능기계로 만들 구상이다. 마이크로로봇들은 의료뿐만이아니라 원자력발전소등 인간이 노출되면 안되는 작업공간에 적용된다. 원자력발전소의 세관은 지름이 1㎝내외로 우라늄찌꺼기가 생겨도 청소할 방법이 없는데 이를 마이크로로봇들이 대신하고 있다.세관은 발전소내에 있는 쇠파이프로 직경이 작을수록 열효율이 높다. 가장 고장이 자주 일어나는 부분으로 보수·유지가 중요하지만사람의 손으로는 전혀 작업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빈대로봇’ 21세기 첨단전쟁 일으킨다?무기분야에서 마이크로로봇은 21세기의 첨단전쟁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장비를 갖춘 벌레만한 크기의 일명 「빈대로봇」이 적진영에서 발각되지 않고 정찰활동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미국방부산하의 선진방어연구프로젝트국은 최근 곤충과 같은 형태와 역할을 하는 소형 로봇개발을 위해 내년의 국방예산중 4천말달러를 우선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항공기 및 정찰위성으로커버할 수 없는 실내나 지하시설 등에 투입, 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될 이 로봇은 지름 5㎜의 타원형으로 시각센서나 테스트센서를 갖추고 통신시설을 내장한다.현재 이 로봇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뉴멕시코주 로봇센터는 시각센서를 갖춘 로봇이 투입된 지역의 내부구조와 위치도를 보내올 수있고 테스트센서로봇은 핵 생물학 화학물질의 반응을 테스트할 수있는 칩이 내장돼 있으며 파괴시에는 인명살상용으로도 사용된다고밝혔다. 나아가 로봇크기는 앞으로 2년내에 현재의 8분의 1크기로줄일 수 있고 가격도 개당 50달러로 상용화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있다.과학자들은 21세기에는 로봇이 생산현장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 널리 쓰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비록 인간과 비슷한 두뇌를갖거나 생김새를 닮은 「인간적인 로봇」은 아직 요원하지만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하거나 인간을 도와주는 서비스형 로봇은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