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는 문민정부의 큰 경제실정중 하나로 꼽힌다.최근들어 외채가 또다시 급증하고 있다. 지난 85년 세계4위의 채무국으로 전락하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외채망국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현재 우리나라의 총외채규모는 지난 11월말을 기점으로 이미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바로 전 해인 92년말 외채규모가 4백28억달러였으니 불과 4년만에 무려 2.4배로 불어난 것이다. 이대로 가면 올해 우리나라는 세계7위의 채무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그럼에도 아직은 우리경제가 이 정도의 외채는 감당할 수 있다는게정부당국자들의 주장이다. 우리 경제규모가 급속히 팽창돼온 것에비하면 현재의 외채규모가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1천억달러가 모두 빚은 아니며 우리가 받을 것이나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빼면 순외채는 얼마 안된다는 설명도 덧붙인다.그렇지만 「외채 1천억달러」의 의미는 축소해석할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예상 GDP(국내총생산)를4천8백30억달러로 잡더라도 무려 20%에 달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우리국민 한사람당 1백95만원을 외국에 빚지는 셈이 됐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가구당 대략 7백80만원이나 되는 거액이다. 1년내에 이를 청산하려면 이자를 제하고도 가구당 매달65만원씩을 꼬박꼬박 갚아야 한다는 계산이다.외채상환능력을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GNP(국민총생산)대비 총외채비율은 90년 12.6%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93년13.3%로 주춤했으나 다시 급등세로 반전돼 95년엔 17.4%까지 치솟았다.물론 브라질이나 멕시코 등에 비해선 이 비율이 낮은 수준이기는하다. 또 수출및 무역외수입에 대한 외채원리금상환액의 비율인DSR(외채원리금상환부담률)로 보더라도 우리는 5.4%(95년)로개도국 평균인 16.3%보다 상당히 낮다.그러나 『정부가 국민소득 1만달러 돌파를 내세우면서도 이런 대목에서는 언제나 우리보다 경제력이 뒤떨어지는 국가들을 비교대상으로 내세우는 것은 아니러니』(전철환 충남대교수)라고 지적했다.더군다나 요즘 추세는 말그대로 「수직상승」국면이기도 하다.우리나라의 외채 급증은 무엇보다 경상수지 적자확대에 기인하는바가 크다. 지난 90년이후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반전된데다 적자폭도 해마다 크게 늘어나 외채를 누적시켰다.경상수지 적자는 대외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므로 이 손실분만큼 밖에서 빌려 메워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외채누적으로 이어진다.◆ 개도국 평균 16.3%보다는 낮아물론 한국은행의 외화보유액, 외국환은행과 민간기업의 외화자산등 대외자산규모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는 하다. 대외자산규모가 95년엔 6백13억달러에 달했다.총외채중 대외자산을 뺀 순외채는 상당히 줄어든다. 하지만 순외채역시 급증일로다.우리나라의 순외채는 지난 90년 49억달러에 불과했으나 92년1백11억달러까지 증가했다가 93년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79억달러로 줄어들었었다.그러나 94년부터 다시 경상수지 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94년 1백4억달러로 치솟았으며 95년엔 1백71억달러, 지난 9월말엔2백69억달러로 폭증했다. 93년을 고비로 정부의 외채관리에 허점을드러낸 대목이다.외채가 특히 문제되는 이유는 94년부터 단기외채가 오히려 중·장기 외채규모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원리금상환부담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95년의 경우 중·장기 외채는 3백31억달러인데 반해 단기외채는 4백53억달러로 총외채의 58%나 됐다.또 우리나라 외채의 95%이상이 미 달러화표시인 것도 정부의 외채관리 실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달러화의 가치변동에 따른 부채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상환부담이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빚은 갚을 능력이 있다고 낙관론을 펴는 사이 빚더미에 올라 앉는다는 점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