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11월말까지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말보다 4.3% 상승했다.12월중 한파와 폭설등으로 무 배추값이 뛰는 경우 물가가 다소 오를 수 있지만 정부가 연초에 목표했던 물가상승억제목표선 4.5%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세무조사 행정지도 등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서 노력한 끝에 한때 물건너간 것처럼 보이던 물가를 억제목표선안으로 다시 집어넣은 것이다.물론 구태의연한 행정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나마 이같은 물가단속을 하지않는다면 각 부문의 경쟁적인 가격인상이 잇따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어쨌든 올해 물가를 연초에 정했던 억제목표선부근에서 잡는다고해도 전년말대비 4.5%의 소비자물가 상승은 김영삼정부가 들어설당시 그렸던 신경제의 모습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신경제 5개년계획에서는 소비자물가를 전년말대비가 아니라 연평균기준으로 전망했는데 96년도의 경우 연간평균 3.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연평균기준으로 할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5~5.0%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신정부는 집권전반기 「신3저」라는 국제적인 여건이 조성된데다경기순환주기상 회복기를 맞은 덕분에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물가만큼은 신정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있다.신경제 5개년계획상에는 93년부터 98년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평균 3.7%에 이를 것으로 나타나 있다.「물가는 계획기간중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총수요가 안정되어 경제성장이 성장잠재능력범위내에서 이루어지고 임금이 노동생산성증가 범위내에서 상승하며 국제수지흑자와 자본시장의 개방으로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가증대됨에 따라 원화가 절상돼 수입물가가 안정될 전망이다」 .이는 신경제5개년계획상에 나타난 물가전망이면서 동시에 물가정책의 목표였다.◆ 물가 전망치 넘어서 관리는 낙제신경제계획이 93년 중반에 나온 관계로 그해의 소비자물가는 목표치에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물가는 신정부출범 2년째인 94년부터빗나가기 시작한뒤 궤도를 벗어난 로켓마냥 좀처럼 원래 전망치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94년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6.2%나 올랐다. 이는 당초 전망 4.3%를 2%포인트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95년의 경우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5%, 전망치는 3.7%로 차이가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목표달성에는 이르지 못했다. 올해까지 포함하면 집권 첫해만을 빼고는 물가를 잡는데 실패한 셈이다.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도의 경우도 이같은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내년도에 경제성장률이 6.4%에 이르고 소비자물가는 올해보다 더 올라 전년말대비 4.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경제계획에는 연평균 3.2%상승해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었다.94년과 95년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크게 높았기 때문에 물가도 전망치를 넘어설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볼수있다.그러나 올해와 내년도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성장률은 신경제계획의 전망치를 밑도는데도 물가는 전망치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물가관리에선 낙제점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물가가 목표치에서 벗어나 있는 이같은 현상은 근본적으로 성장과안정의 조화를 도모하고 산업구조를 전환하면서 산업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신경제계획의 기본방향이 퇴색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볼수 있다.이와함께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방법도 크게 진전되지 못함으로써물가불안 요인은 계속 잠복해 있다. 경쟁체제를 강화하고 유통혁신을 가속화시키는 등 물가를 구조적으로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이 해마다 발표됐지만 결국에는 세무조사를 비롯한 행정력에 의존하는패턴이 반복됐다.정부의 인상억제요구를 개인서비스업소들이 당장은 받아들이더라도언젠가는 인상을 시도할 것이고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편법으로 인상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의료보험료를 비롯한 공공요금의 경우도 일단 올해는 인상을 「못하겠지만」 올해의 부담이 내년으로 이월되는데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