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무선데이터시장 장악「한국 통신장비시장을 선점하라」. 전세계 거대 통신장비기업들이세계 7위권으로 평가될만큼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통신장비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통신에 문외한일지라도 그 이름만큼은 인지하고 있을 미국의 모토로라 AT&T(현재는 루슨트테크놀러지), 스웨덴의 에릭슨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국내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 지오텍, 핀란드 노키아, 캐나다 노던 텔레콤 등도 국내에서 활동에 들어가거나 기회를엿보고 있다.이처럼 외국 통신장비회사들이 국내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것은 신규 통신사업자가 대량으로 탄생, 이들의 장비수요가 엄청난데다 앞으로 예상되는 통신시장의 대외개방에 따른 잠재수요 또한만만치 않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국내통신장비시장은 지난해 6월 개인휴대통신(PCS) 제3국제전화 등신규사업자를 대거 허가해줌에 따라 앞으로 수년간 5조~7조원대의거대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함께 앞으로 등장할플림스 등 새로운 첨단 통신서비스도 지속적으로 큰 시장이 되도록할 전망이다.이들 외국 통신장비업체들은 특정분야에서 서로 경쟁을 벌이거나또는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기도 하고 한국내 기업과의 처절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관련 기술의 이전 등을 통한 국내통신장비업계의 발전을 촉진하고 서비스 향상을 가져오는 긍정적 기여를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국정부를 등에업고 무리하게 시장참여를 요구, 국민적 감정을 자극하거나 특히독점 지위를 활용해 장비의 고가 구매 등 부작용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모토로라 위력 ‘종이호랑이’ 전락현재 한국에 진출한 외국통신장비 업체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기업은 모토로라사. 모토로라는 지난 67년 한국에 진입한이후 80년대 중반 우리나라 무선통신서비스시대의 개막과 더불어무선통신 단말기로 호황을 누렸다. 무선호출기를 비롯, 아날로그휴대폰분야에서 삼성의 「애니콜」이 등장하기 전까지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서있었던 것. 모토로라는 외국통신장비업체중 유일하게 국내 유통망을 갖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그러나 애니콜의 등장과 함께 아날로그 휴대폰시장에서 점차 위력을 잃고 현재는 시장점유율이 40%선을 유지하며 42%의 삼성에 밀렸다. 무선호출기시장에서는 국내 중소기업 등의 강세에 따라 현재는 20%선의 시장점유율로 떨어져 있다.특히 올해초 국내에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 디지털이동전화시대를 맞으면서 지난해 11월 디지털단말기를 내놓기는 했으나국내업체 제품에 턱없이 밀리면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모토로라는 대우통신과 연합해 한국통신PCS자회사인 한국통신프리텔의 CDMA PCS 장비공급권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으며 경부고속철도의 무선열차시스템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모토로라와 함께 과거 AT&T로 잘 알려졌던 루슨트테크놀러지(지난해 9월30일 통신장비부문이 독립해 새로운 이름을 가짐)도 국내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진 회사다. 이 회사는 국설교환기분야를 비롯,전송장비 CDMA방식의 이동전화시스템, CDMA PCS시스템 등에서 활발한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무리한 개방요구로 외국사 부작용 상당지난 79년 국내에 진출한 이래 한국통신 교환기의 20% 공급, 데이콤의 국제 관문교환기 전부와 한국이동통신 아날로그 시스템의85%, 신세기통신의 부산 경남지역 CDMA시스템 공급계약 등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이와함께 CDMA PCS분야에서 한솔PCS에 삼성전자와 함께 초기 장비공급권을 획득했으며 한국통신프리텔에 장비공급을 위한 제안서를제출해 놓고 있다. 최근 동선의 기존 유선전화망을 대체할 고정용무선가입자망제품(WLL)인 에어루프의 국내 시장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함께 광케이블시장에의 진입을 위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스웨덴에 본부를 둔 에릭슨사는 국내에서 표나지 않게 나름대로 실속을 챙기고 있는 기업이다. 에릭슨은 과거 한국통신의 서울 부산국제관문교환기를 납품한 경력을 바탕으로 최근 제3국제전화사업자인 온세통신의 서울 부산 등 국제관문교환기 2대와 지능망을 수주,경쟁했던 루슨트사를 아프게 만들었다.이 회사는 무선분야에서 자사 디지털장비로 지역 TRS 사업권 경쟁에 나섰다가 후에 미국 지오텍사 장비로 돌아선 제주 TRS와대구TRS를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반대로 모토로라장비를 선택했던무선데이터통신 부문의 인테크무선통신이 에릭슨의 장비구매를 원해 정보통신부가 허가해 줄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에릭슨이 국내영업에서 가장 큰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자가TRS시스템 분야가 꼽힌다. 에릭슨은 서울경찰청의 자가 TRS망을 설치한 것을 기반으로 인천경찰청에 설치를 진행중이며 한국전력TRS전국망구축에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고 검찰청자가망에도 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이밖에도 국설교환기는 한화전자정보통신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무전기 조기경보기 레이다시스템 군TRS 등군통신분야와 사설교환기 패킷교환기 아날로그 셀룰러단말기 등에서도 국내업체와 손잡거나 독자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통신시장 개방"열어라" 압력…시장 '꿀꺽' 야심국내 통신장비 시장을 외국업체에 고스란히 내줄 것인가.지난 92년 미국에 이어 올해 유럽연합(EU)과 통신장비시장개방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국내 통신장비산업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민간통신사업자의 통신장비 구매도 협정에 포함시키자는 요구를 들고 나온데다 캐나다가 이미 우리나라에통신장비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기술력에서 세계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일본도 조만간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보여 이같은 불안감이증폭되고 있다.미국은 지난 89년 우리나라 통신장비 시장의 문을 열어달라며 우리나라를 통신분야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가전자통신연구소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LG정보통신(당시 금성반도체) 대우통신 한화(당시 동양전자통신)등 4사가전전자교환기(TDX)를 국산화해 대량 보급하면서 위축된 자국 업체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양국은 그후 3년에 걸친 협상끝에 92년2월 양해각서(ROU)를 체결, 통신장비조달을 둘러싼 분쟁을 종결시켰다. 양해각서의 내용은 통신서비스제한완화, 형식승인간소화, 정부조달 참여허용 등이다. 통신서비스에서는부가통신(VAN)사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제한을 폐지하고 서비스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국제데이터베이스(DB)사업에 대한 등록제폐지, 전용회선의 공동사용범위 확대등 통신기기에 대해서는 기준을통신망에 해를 끼치지 않는 수준으로 완화하고 형식승인 신청시 제출서류를 간소화하고 양국의 시험성적서를 서로 인정, 형식승인을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이 양해각서의 핵심은 우리나라 조달청및 한국통신의 통신기기 조달시 미국기업의 참여를 허용, 국내시장에 미국기업이 들어올 수있는 문을 열어준 것. 물론 미국도 미국내 통신서비스회사의 통신기기조달에 우리나라 기업을 차별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으나 일방적으로 국내시장을 개방하는 내용이었다. 당시에는 국내 기업의미국진출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미국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측은 지난해 3월 기존협정을 수정, 새로운 협정을 맺자는 요구를 내놓았다. 민간통신장비업자도 이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 골자. 올해 새로선정된 LG텔레콤을 비롯한 민간 통신사업자들의 장비시장을 차지하겠다는 뜻에서다. 이들이 향후 5년간 구매할 물량이 5조원으로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다. 미국은 우리측이 민간사업자의 장비구매는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며 신규협정체결을 거부하자 지난해11월 27일 또다시 우리나라를 PFC로 지정했다. 이후 3차례 더 협상을 가졌지만 결론을 못내고 해를 넘기게 됐다.유럽과의 통신장비시장개방협상은 지난 93년 시작됐다. 미국에 개방하자 유럽측이 「우리에게도 열어달라」고 요구, 4년여에 걸친협상끝에 지난해 11월 타결을 봤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은 지난해 5월 우리나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유여곡절을 겪었었다. 한·EU 통신장비 조달협정은 개방대상 기관, 개방대상품목 및 하한선등을 규정하고 있다. 개방대상기관은 우리나라는 정부투자기관인 한국통신 1개사로 하고 유럽은 민간사업자를 포함한15개국 16개사업자로 정했다. 대상품목은 일반전기통신제품과 통신망장비로 하고 양허하한선은 우리측이 WTO 일반제품 양허수준인45만SDR(특별인출권·약 65만달러), EU측은 역내기준인60만SDR(약 87만달러)로 달리 정했다. 그러나 13만SDR(약 19만달러) 이상은 양국 모두 외국인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기로했다.이와함께 협정을 가서명한 후 우리 정부가 한국통신에 유럽의 통신장비업체에 대한 자격심사절차를 즉시 시작하도록 요청키로 했다.올 6월로 예정된 협정발효 이전이라도 한국진출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이다. 한국의 통신장비업체들에는 또하나의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2000년 발효예정인 정보기술협정(ITA)이그것이다. ITA가 발효되면 현재 8%선인 관세가 없어져 외국업체는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정부조달시장을 개방하는 국가가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우리 업체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