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자교환기(TDX) 수출은 궤도에 올랐다. 이제 약속의 땅인이동통신장비시장으로 가자」.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장비제조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세계의 이동통신시스템 등 장비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리나라가 아날로그방식 이동전화교환기 등을 전량수입에 의존하던 처지에서 첨단의 이동통신장비를 개발, 국내수요를 충당하고 이제는 수출하는 위치로 바뀐 상전벽해를 이루어낸 것이다.국내업체가 앞세우고 있는 무기는 CDMA(부호분할다중접속)기술.예상을 뒤엎고 96년초 국내에서 상용화에 성공, 조만간 1백만 가입자를 거뜬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CDMA방식 이동전화서비스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CDMA방식은아날로그(AMPS)방식에 비해 주파수효율이 10배 이상 높고 통화안정성도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CDMA는 이같은 여세를 몰아 국내에서 이미 개인휴대통신(PCS)의 기술표준으로 확정됐으며 세계적인표준으로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그러나 호사다마일까. 국내에서 순항을 거듭하던 CDMA가 해외에서강력한 적을 만나 제동이 걸렸다. 상대는 유럽이 PCS표준으로 채택한 TDMA(시분할다중접속)방식의 GSM. GSM은 CDMA에 비해 주파수효율이 떨어지고 2000년께 등장할 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플림스)으로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유럽 등 방대한 지역에서 이용되고 있어 PCS분야 경쟁에서 CDMA 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CDMA와 GSM간의 경쟁은 과거 VTR방식의 표준을 놓고 빅터사의「VHS방식」과 소니사의 「베타방식」이 한판 승부를 겨루던 때와상황이 비슷하다. 기술에서는 나은 것으로 평가되던 베타방식이 응원군의 부족으로 패퇴, 시장에서 자취를 완전히 감춰버린 점을 고려하면 GSM은 결코 CDMA 의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홍콩 수출, 중국진출 가능성 높여CDMA가 GSM과 PCS분야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국내업체들은CDMA 방식 이동통신장비시장을 확보하기위해 해외에서 모토로라 루슨트테크놀러지 노던텔레콤사 등 외국의 선진업체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지난해 9월 결정된 태국의 CDMA 이동전화장비 공급권을 놓고 선진업체와 경쟁을 벌인 삼성과 LG는 고배를 마셨다. 루슨트테크놀러지가 15만가입자용 장비를 3천4백만달러에 낙찰받았다. 루슨트테크놀러지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약 4천3백만달러의 가격을 제시해 탈락한 삼성과 LG는 기술력이 아닌 가격이 업체선정의 가장 중요한요인이었다고 애써 자위하고 있다.삼성과 LG는 이처럼 선진업체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면서도 미국과러시아 지역에 CDMA 장비를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삼성은 지난해 2월 러시아 이바노프주 통신서비스운영업체인 IV텔레콤사에CDMA 이동전화용 교환기와 기지국등 총 2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연말까지 6백만달러어치의 장비를 추가로 공급키로했다. 특히이 수출건은 국내에서 생산된 CDMA 장비가 처음 해외로 진출한 경우로 기록됐다. 삼성은 현재 이바노프주 주변의 세계적인 관광지로이동통신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골드링지역의 장비시장을 공략하고있다.삼성은 러시아 진출이후 지난해 9월 미국의 PCS사업자인 스프린트사에 CDMA 방식 PCS용 단말기 1백70만대(6억달러규모)를 오는99년까지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규모도 크지만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이동통신장비 수출사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었기 때문이다.이 회사는 또 지난해 12월에 홍콩 허치슨사와 CDMA 방식 이동전화기 4만대(2천만달러규모)를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CDMA 이동전화장비가 수출된 이후 CDMA 이동전화단말기가 해외로 처음 수출된 이번 계약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로 세계최대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시장의 코 밑에 단말기를 수출함으로써중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였고 GSM 등 존재하는 모든 이동통신서비스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격전장인 홍콩에서 국산 CDMA 장비의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국내를 대표하는 업체중 하나인 LG정보통신도 지난해 4월 미국의PCS사업자인 넥스트웨이브사와 CDMA 방식 PCS시스템 및 단말기 2억5천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장비에 대한 상용시험을 완료하고 결과에 따라 수출물량을6억달러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또 베트남러시아 중국 중남미 등의 시장을 공략, 시스템 및 단말기를 수출할계획이다.이같은 성과를 이루어낸 양사와 함께 현대도 CDMA방식 PCS장비를본격적으로 수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는 97년에만 교환장비 5천3백만달러어치와 단말기5천6백만달러어치, 오는 98년에는 교환장비 1억2백만달러어치, 단말기 1억4천8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수출지역으로는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진출이 쉬운 곳을 선정했다.한편 삼성은 CDMA가 아닌 TDMA방식을 채용한위성휴대통신(GMPCS)장비도 생산, 수출키로 했다. 이 회사는 저궤도위성을 이용한 GMPCS사업인 「프로젝트21」을 벌일 영국의ICO사와 GSM방식을 채택한 GMPCS단말기를 98년까지 개발, 99년부터공급키로한 계약을 지난해 11월 체결했다. 또 향후 프로젝트21에CDMA방식이 도입되면 이 방식을 채용한 GMPCS단말기도 생산, ICO에공급키로 했다.이동통신분야의 수출급증과 함께 유선분야의 TDX수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삼성 LG 대우 한화 등 교환기 4사가 대표적인 TDX수출업체. 지난 91년 필리핀에 5백4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면서 시작된TDX교환기 수출은 91년이후 지난해 9월말까지 총 6억3천만달러에이르고 있다. 91년에 1천3백94만달러어치를 수출한 후 95년에는1억6천8백75만달러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건당 TDX수출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대우통신은 최근 우크라이나공화국과 단일수출물량 규모로는 최대인 총 1백30만회선(2억달러규모)의 TDX 수출계약을 체결했다.여기서 주목해볼 점은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의 주요수출무기는CDMA와 TDX로 한정돼 있다는 것. 또 주로 대기업위주로 이루어지고있다는 점.◆ CDMA 사용 규제 풀려야이와관련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TDMA장비 생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지적은 CDMA와 GSM이 당분간각각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세계 이동통신분야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GSM장비시장도 엄연히 존재할 것이라는 분석에근거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CDMA분야의 기술을 중소기업이활용, 무선호출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CDMA방식 PCS단말기 등을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현재 삼성 LG 현대 맥슨 등 4개사만이 CDMA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구조를 정보통신부가 타파하고 자유롭게 CDMA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특허를 보유한 퀄컴측과 협상을 벌여줘야한다고 지적, 이같은 조건이 충족돼야만 중소기업육성이 가능하고국내에서 상용화된 CDMA 기술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하고있다.이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오는 2001년 2천2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전망되고 있는 세계 통신장비시장을 장악, 수출국으로 부상하느냐수입국으로 전락하느냐는 기로에 서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업체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산업지원정책을 마련하고 민간업체가 기술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연구소에 불이 꺼지지 않을 때 1백년이상선진국에 종속당해온 국내통신산업이 등용문을 지나 세계를 호령할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