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민족교육을 받아 민족의식이 강할 뿐 아니라 역사의식 또한 투철하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선진국 국민들의경우 자유주의사상이나 개인주의사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보다도 국가관이나 애국심이 강한 것 같지는 않다.이러한 국민정서로서의 민족의식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과거 식민지배의 경험이 있었던 많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전후 신생국가들의 제3세계논리이기도 하다. 지배와 피지배라고 하는 제국주의논리가 세계질서를 지배했던 불행한 과거사때문에 국제관계를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현재에도 국민정서가선행하는 역사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민족의식이 강한 한민족이지만 한편으로는 서양사상과 서양철학의 사고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대화가 서양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우리교육의 근간이 서양중심의 결정론인 지배자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할 수있다. 즉 서양은 선진국이며 찬란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초등학교때부터 교육을 통하여 고정관념을 인식하고있는 것이다.그러나 최근 「문명권서진운동」이라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여 세계의 중심이 그리스→로마→영국→미국→동북아시아 등 서쪽으로이동하여 바야흐로 21세기는 동북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된다고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대서양 무역량보다 태평양무역량이많아졌으며 세계 2백16개국 중 5%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는나라는 동북아 및 동남아 뿐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일본이 되는 것 우리의 목표는 아니다문학과 예술하면 우리는 교육을 통하여 흔히 서양을 연상하고 있기때문에 우리의 것을 촌스럽게 생각하며 일본과 중국의 문학이나 예술은 저수준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한국경제가 세계에서 11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아직도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며 유럽연합의 총GNP와 비슷한 수준의 일본경제를 우리는 지금도 우습게 알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우리의 인식은 결국 서양중심의 교육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며 여기에 민족의식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얼마전 미국에서는 「일본 두들기기」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우리역시 어쩔 수없이 일본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에 관심이 많은 것은 국민정서일 수 밖에 없다. 다른말로 표현하면 일본을 객관적으로 보고 읽는 것을 친일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며 가능한한 일본을 비판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보다 정의롭게 느끼는 점이 없지 않다.우리는 민족의 자존심을 송두리채 짓밟은 일제 36년간을 잊을 수는없는 것이다. 그러나 해방후 그 36년보다 훨씬 긴 반세기의 긴 세월을 보내면서도 아직도 우리가 지나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21세기의 방향감각을 상실해서는 안될 것이다. 민족의 우월성과 자존심은 새로운 역사의식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일본의 근대화 과정이 서양을 모방했으면서도 경험철학에 의해 보다 빠르게, 보다 우수한 결과를 가져온 것과 같이 우리 역시 일본의 근대화과정보다 보다 빠르게 그리고 보다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자부심 속에서 일본을 극복하여야 할 것이다.따라서 일본을 정확히 보고 정확히 읽는 법은 바로 반일사상이나배일사상보다도 극일사상으로 우리 스스로를 무장하는 것이 중요하며 일본에 대하여 한국이 선진국적인 의식으로 승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곧 우리의 목표가 일본이 되는 것이아니기 때문이다.결국 일본을 정확히 읽는 법은 일본에 대한 종래의 국민적인 정서에서 한차원 높이는 우리 스스로의 눈높임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더욱이 한일관계를 국민정서에 영합시킨다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종래의 태도를 버리고 오늘의 일본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인식하려는 냉철한 판단력을 가짐으로써 일본으로하여금 소인배적인 근성을 스스로 버리게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본보다도 수천년간 선진국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