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속에 사람들이 살고 있네.』대홍기획 인터액티브팀의 강형구팀장. 그가 지난 94년 PC통신을 처음 접하며 내지른 탄성이다.사내 컴퓨터마니아들이 밤낮으로 무엇엔가 빠져있는 것에 호기심을느껴 배우기 시작한 PC통신에서 그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다. 음성 대신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했지만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물건을 사고 판다는 점에서 PC통신은 현실세계와 똑같았다.컴퓨터는 혼자 작동할 때는 고급 게임기나 전자계산기에 불과했지만 전화선을 통해 서로 연결될 때는 상상을 뛰어넘는 위력을 발휘했다.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마음껏 정보의 바다를 헤엄쳐 다녔다.컴퓨터통신은 강팀장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마케팅전문가로서 그가 본 PC통신은 단순히 채팅이나 파일을 주고받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광고매체이자 통신판매(전자상거래)를 펼칠 수 있는마케팅툴이다. 천리안 하이텔 등 국내용 PC통신이 국가와 국가를연결하는 인터넷으로 확대되며 그 가능성은 더욱 커져 보였다.강팀장은 인터넷상에 모그룹인 롯데그룹의 홈페이지를 띄우기로 결심하고 미국 캐나다 등의 전문업체를 방문해 관련자료를 확보해 나갔다. 사내 분위기도 그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갔다. 광고회사로서시장환경의 변화에 유달리 민감했던데다 사업화에 드는 자금이 적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95년10월 그는 사내 컴퓨터마니아들을 모아 인터넷사업팀을 발족시킬 수 있었다.●준비과정인터넷사업을 구상하며 강팀장이 무엇보다 유의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매출이 일어나는 비즈니스(사업)」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전자상거래 즉 인터넷백화점이다.인터넷의 활용은 보통 메시지교환(전자우편)→정보교환(포스시스템등 유통 또는 물류정보의 활용)→판촉프로모션(기업홍보용 홈페이지 등)→전자상거래의 순으로 발달한다. 인터넷백화점이야말로 인터넷기술의 꽃이자 현실적인 이익을 보장해주는 최선의 방안이었다.95년말 인터액티브팀은 경영진에게 사업계획을 보고했다. 주요골자는 △인터넷상에 롯데백화점 호텔롯데 롯데월드 롯데관광 등 그룹내 4개 계열사의 홈페이지를 구축, 가상의 사이버마켓 「롯데타운」을 만들어 호텔예약 항공기티켓 및 상품판매 등의 수익사업을 펼친다. △여기에 타계열사 및 그룹의 홍보용 홈페이지를 추가한다.△인터넷을 해외제휴사나 지사와의 연락망으로 활용함으로써 업무비용을 절감하고 외국의 자료와 정보도 손쉽게 검색한다는 것 등이었다.이밖에 △유명 홈페이지가 타기업에 코너 일부를 빌려주는 사이버몰 임대사업 △홈페이지 및 내용물의 구성이나 진열을 설계하는 전자카달로그제작업 △책이나 영화 음악은 물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주는 클리핑서비스 등 디지털프로덕트사업 △개인 또는집단이 온라인을 통해 전자오락 등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전자게임사업 △네티즌(인터넷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거나 성향을 분석해서 이를 판매하는 데이터베이스사업 등 사업아이디어는 무궁무진했다. 광고회사인만큼 향후 광고영업도 가능하다는것을 고려했음은 물론이다.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홈페이지의 운영은 최소한의 상설요원이 맡되프로그래밍은 외주처를 활용함으로써 관련기술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결론을 내렸다.사업화가 결정되자 마음이 급해졌다. 인터넷은 초기투자비용이 적은 대신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사업의 핵심이다. 이는 곧 누구라도사업에 뛰어들 수 있을만큼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면 하루라도 빨리 뛰어들수록 경쟁업체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선점효과가 큰게 특징이었다.인터액티브팀은 서버(Server)용 컴퓨터 구입비 4천만원 등 2억원을사업자금으로 지원받고 사내 회의실 한켠을 막아 사무실을 장만한뒤 본격적인 홈페이지 구축에 들어갔다.그러나 막상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홈페이지의 디자인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화면을 꾸미자는 디자이너와 접속속도를 줄이기 위해 파일의 크기를 줄이려는 프로그래머가 사사건건 충돌했다.(강팀장은 아직까지는 접속속도를 위해 그래픽이 양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백화점에 진열할 상품을 고르고 이를 다시 일일이 디지털자료로 변환시키는 것도 커다란 숙제였다.●사업개시96년 2월 호텔롯데가, 9월엔 인터넷백화점이 네티즌에게 오픈되며롯데타운은 모습을 차근차근 드러냈다.홈페이지가 구축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네티즌들에게 자신의존재를 홍보하는 일이다. 다음은 한 번 찾은 네티즌이 다시 방문할수 있도록 내용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주는게 필요하다. 인터넷상에는 하루에도 수백개의 홈페이지가 새로 개설된다. 홍보나 리뉴얼에소홀히 할 경우 순식간에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잊혀진 존재가 되기 쉽상이다.기업체의 홈페이지일 경우 정보사냥대회 같은 이벤트를 열거나 퀴즈쇼나 설문조사, 각종 생활정보의 제공, 인근 홈페이지로 손쉽게이동할 수 있는 아이콘의 설치, 동호회개설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동원된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자사를 홍보하는 것은 물론 주요고객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얻는 반대급부를 얻는다.최근엔 코카콜라처럼 화면보호 프로그램 등에 자사의 로고송과 광고를 담아서 무료로 배포하거나 등록된 ID마다 이메일(E-mail)을보내는 자동광고, 기업들이 일반회원의 자격으로 동호회에 들어가여론을 탐색하는 등 다양한 홍보기법이 등장하고 있다.롯데타운 역시 출범과 함께 1등에겐 라스베이가스 컴덱스에 참여할수 있는 상품을 건 퀴즈이벤트를 실시했다. 또 회원들에게 각종 쇼핑정보 등을 제공하고 생일 등 기념일에는 축하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반년만에 8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최근에도 하루 1백여명의 신규회원이 가입하고 있다.판매할 상품의 구성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실물을 보지 않고 물건을 사는 통신판매에서는 가전제품처럼 품질이 일정한 제품이나 일반 매장에서는 쉽사리 찾을 수 없는 이색상품만이 성공한다는게 정설이다.현재 롯데인터넷백화점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품은 꽃배달 소형 가전 상품권 식품 등의 순이다. 의류는 판매가 부진해 점점 빼내고있다.강팀장은 「네티즌에게 어떻게 구매심리를 자극하는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신뢰감을 얼마나 주고 있는가」 「이용자가 오랫동안 홈페이지에 머물 수 있도록 어떤 볼거리들을 제공하는가」 등이 인터넷마케팅의 성공기준이라고 제시한다.인터액티브팀은 또 컴퓨터상으로 돈을 주고 받는만큼 결제수단의보완도 중요했다. 해커들이 종종 신용카드번호 등을 낚아채는 사례가 보고되기 때문이다. 강팀장은 미국의 사이버캐시사의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보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전화선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이 아직까지 문제가 많은만큼 앞으로는 롯데리아 세븐일레븐 롯데백화점 등 계열사의 매장에 인터넷백화점과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전용터미널(플랫폼)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전망롯데 인터넷백화점이 작년 9월 개장된 이래 지금까지 올린 매출액은 1억8천만원. 아직까지 월 2천만~3천만원의 매출이 한계점이다.웹사이트를 개발하며 습득한 기술을 판매하는 등 유무형의 부가수익을 더 올렸다고는 해도 지금까지의 투자액이 20여억원에 달하는점을 고려하면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10여명의 직원에게들어가는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은 연간 40억원 정도의 매출이 일어나야 도달할 수 있다.하지만 인터액티브팀은 실망하지 않는다. 강팀장은 인터넷사업을「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어차피 단기간에 승부가 날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95년 인터넷상의 세계 광고시장 규모는 3억달러, 상품거래액은 5억달러였다. 오는 2000년에는 최소한50억달러와 66억달러 수준으로 각각 성장할 것이 기대되는만큼 지금은 준비운동일 뿐이란 것이다.『인터넷은 기존의 매체와는 다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자마케팅툴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현실세계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법칙이 존재한다. 누가 먼저 여기에 익숙해지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는게 강팀장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