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다시 정보사회로 옮아 간다는 앨빈 토플러의 비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정보통신기술의 홍수속에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로국내에 널리 알려진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교수는 『컴퓨팅은 이제더 이상 컴퓨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삶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업경영도 디지털혁명의 예외가 될 수 없다. 기업내 상명하달식의사소통구조는 무너지고 중복된 업무흐름이 과감하게 재구축된다.무엇보다 각 개인이 소중하게 경쟁력의 밑천으로 삼고 있는 지식과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문화가 자리잡게 된다.삼성경제연구원은 자사의 그룹웨어 사용실태를 분석, 하위직급의사원들이 적극적으로 임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낸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복리후생과 같이 임직원의 피부에 와 닿는 사안의 경우그룹웨어를 통해 빠르게 전달되고 의견표명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견을 들어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임원에게는 전자우편이 수시로 답지해 이들의 의견이 보이지 않게 정책에 반영되기도했다. 이는 정보가 「위에서 아래로」 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도 흐르는 쌍방향식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기업 유기체처럼 시장 변화에 신속 대응 가능업무의 흐름도 대폭 간소화됐다. 본사가 서울이고 지방에 공장을둔 회사의 경우 업무흐름은 대단히 복잡하다. 공장장이 기안지시를하면 담당직원이 품의한다. 품의서는 「대리 - 과장 - 공장장」등의 업무체계를 타고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공장장은 이 품의서를서울본사의 담당직원에게 보낸다. 본사에서는 다시 「담당직원 -대리 - 과장」 등 지방공장에 거쳤던 단계를 다시 반복해 최종결재를 받게 된다. 이는 본사의 권한이 지방공장에 이양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업무의 중복현상이다.그러나 그룹웨어를 도입하면서 모든 업무과정이 크게 줄어 지방공장의 담당자가 기안내용을 사내정보시스템에 입력하면 이를 「기안- 심사 - 결정」의 3단계를 거쳐 집행에 들어간다.굳이 서울본사-지방공장의 형태가 아닌 기업이라 하더라도 사무실안에는 비효율이 가득하다. 하루에도 2시간씩 서류를 작성하고 정리하는데 허비하고 팩시밀리 앞에서 문서를 전송하기 위해 줄서지않은 날이 없다. 필요한 자료를 찾으러 조사부에 가면 이미 다른사람이 사용중이고 회의시간은 아예 업무보고시간이나 마찬가지가된다. 부서를 옮기면 업무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곤 한다. 이런 비효율은 그룹웨어의 전자결재기능 전자우편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해 대부분 없앨 수 있다.사무생산성을 높여주는 그룹웨어를 통해 모든 업무를 수행, 결재서류를 대체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멀지않아 결재받으러 사무실밖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최고경영자부터 이사 중간관리자 말단사원에 이르기까지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컴퓨터를 켜고 전자우편을 확인하는 모습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디지털의 특징은 통합과 융합이다. ERP(전사적자원관리)는 생산,영업, 구매, 물류, 재무 등 기업의 모든 부문을 통합, 기업이 진정한 유기체처럼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으로 개개인의 소비취향과 소득수준 등을 빠르게 파악,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상대로한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가능하게 한다.◆ 2020년께 정보량 72일에 2배씩 증가이외에도 기업들에 불어오는 디지털혁명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두드러진 변화는 사무실 풍경이다. 모든 사람의 책상에 컴퓨터가 한 대씩 놓여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 컴퓨터는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아예 개인용 책상을 없앤 기업도 있다. 노트북컴퓨터와 이동전화의 보급은 업무공간으로서의 사무실에 대한 고정관념도 파괴했다. 회사의 사무실뿐 아니라 집 거리 공원 등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고비용 저효율」의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기업에 정보기술을 이용한 경영혁신은 복음과도 같다. 그러나 미온적인 대증처방이 아닌「혁명적 처방」만이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치유할 수 있다.혁명은 기존의 제도와 관행 뿐 아니라 사고방식마저 뿌리째 뒤흔들어 놓는 변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원감축이나 비용절감과 같은단편적 처방으론 일시적 효과뿐이다. 근본적인 체질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미국에 불어 닥친 리엔지니어링바람으로 감량경영을 감행한 다수의 기업은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중견사원의 퇴직과 함께 그가 지닌 노하우와 인맥이모두 떨어져 나간 것이다.한국기업을 살릴 「혁명」이란 처방의 재료는 디지털정보기술이다.이미 상당수의 기업이 디지털을 이용한 정보기술을 경영혁신의 필수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일부기업에서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대다수의 기업중에는투자비만 날린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기존의 관행과 문화를 그대로 놔둔채 정보시스템만을 구축하려 했기 때문이다. 중복된 업무흐름을 바탕으로 구축한 전산시스템은 잘못된 시스템을 강화할 뿐이다.디지털경영혁명에는 구성원들 「지식의 공유」라는 사고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지식과 노하우를 꽉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폐쇄적 사고로는 비효율을 조금 없앨 수 있을 뿐이다.조직내에서 지식을 공유해야 하는 이유는 지식생산량의 급증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만들어 공급했던 15세기말부터 정보의 양이 2배가 되기까지는 3백년의 세월이 필요했다.이후 정보의 양이 2배로 증가하는 기간은 급속하게 줄어 최근에는15년마다 배증한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께는 72일이면 정보의 양이 2배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정보의 양이 많지 않던 때는 구전으로, 혹은 어깨너머로 선배의 노하우와 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한번 습득한 지식과 노하우는적어도 한세대는 써먹을 수 있다. 그러나 72일마다 정보의 양이 배증하는 시대에서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란게 너무나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기껏 새기술을 익혀봐야 6개월도 안돼 낡은 기술이 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이 확보하고 있는 노하우와 지식을 어떻게 조직하고 관리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식의 공유」가 가치를 발휘하고 힘을 얻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용어 / 디지털바이너리 디짓(Binary Digit)의 약자다. Binary는 「2진법」,Digit은 「수」라는 뜻으로 「2진법으로 된 수」를 의미한다. 디지털의 기본단위는 비트다. 「0」과 「1」자체로는 의미있는 정보를전달할 수 없지만 8개를 모으면 00000000부터 11111111까지 256개의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 256개의 정보로 문자뿐 아니라 소리그림 등 모든 형태의 정보를 나타낼 수 있다. 비트는 「0과 1」외에도 음과 양, 참과 거짓, 흑과 백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주변에서접할 수 있다.디지털이 우리생활을 바꿔놓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동이체」를 활용, 매달 공과금을 납입하거나 적금을 붓기 위해 은행창구에서 순서를 기다리지 않는 것은 이미 일반화된 모습이다. 현금이 없어도 물건을 살수 있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등 다양한 형태의전자카드는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제도적인 뒷받침만 있으면 버스 지하철 공중전화 등 모든 비용을 하나의 카드로도 지불할 수도있다. 심지어 은행대출을 포함한 모든 금융거래마저도 기술적으로는 카드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디지털이 일상생활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