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않는다. 탈냉전시대인데도 정보전쟁이라는 섬뜩한 용어가 거침없이쓰일 정도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21세기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무한경쟁시대를 맞고 있는 기업들의 정보화 작업에는 비장감마저 서려 있다. 시작 단계에서 뒤처지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배어있는 것이다.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각오 아래 정보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 속으로 혁명이 일 듯 밀려드는 정보화의 물결한가운데에 서있는 정보마니아가 한 사람 있다. LG-EDS 기술연구소클라이언트(Client)/서버(Server)팀(이하 C/S팀)에 근무하는 정보시스템 전문가인 김활중 팀장(38)이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몇 명안되는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증도 갖고 있는 김팀장은 지난 92년 팀을 직접 만들어 올해로 5년째 이끌고 있다. C/S팀은 잘나가는LG-EDS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팀으로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정보시스템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고 더 나아가 분석, 설계, 구축까지 일체의 일을 맡아하는 팀이다.◆ 12년간 정보시스템 개발에 몰두김팀장은 최첨단 분야의 프로답게 아주 자신만만하다. 말 한마디한마디에 자신감이 흠뻑 배어있다. 특히 전공분야인 정보시스템에관련된 이야기를 할라치면 눈이 반짝반짝 빛날 정도로 자신의 주관을 분명히 드러낸다. 김팀장은 이와 함께 국내 정보산업의 선도자임도 애써 감추려하지 않는다. 때로는 혼잣말처럼 책임감도 많이느낀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에 정보네트워크 전문가가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제 공인 자격증을 갖고 있는전문가가 전국적으로 1백여명 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직 연륜이 짧은 탓도 있지만 기업들이 인재양성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은까닭도 있다고 꼬집는다.김팀장은 자신을 소개하면서 단순 명쾌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는 「박사급」이지만 다른 쪽은 잘 모른다는 얘기다. 복잡한 것은 체질적으로 싫어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는 특히청춘을 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데 매달려왔고 앞으로도 한눈 팔지않고 한우물만 파겠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대학 졸업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12년간 한 분야만을 고수해왔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따분해하고 기피하는 분야를 말이다. 그의 아내도 아직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그저 정보처리에 관련된 일을 한다는것 정도다.김팀장이 컴퓨터와 정보시스템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고3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과학잡지 읽기를 즐겼던 그는어느 날 한 과학잡지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내용을 읽으면서 내용자체가 이해가 안되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70년대인 당시만 해도컴퓨터는 학교나 일반 가정에 거의 보급되지 않은데다 마땅히 가르치는 곳도 없었다. 그후 점점 컴퓨터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던 그는 결국 대학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학문을 공부하기로 작정하고 숭실대 전자계산학과에 들어갔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인만큼 김팀장의 대학생활은 거칠 것이 없었다. 컴퓨터를 처음 접했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두들겼다. 직접 프로그램을 짜는 일도 신나기만 했다.정보네트워크 분야도 익혔다. 대학은 그에게 정보 관련 학문의 기본이 되는 모든 것을 가르쳤던 셈이다.대학 졸업 후 김팀장은 전공을 살려 범한화재(현 LG화재)에서 프로그래머로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보험 관련 프로그램을 직접짜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이런 생활은 2년 가까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같은 계열회사로서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주)STM(현LG-EDS)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주)STM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그룹에 근무하는 전자공학 관련 전공자를 뽑아가는 과정에서 김팀장을발탁했던 것. 그가 오늘날 정보시스템 분야 전문가로 거듭나는데결정적인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91년 10월부터 92년 3월까지 6개월간 미국 EDS사에서 받았던 테크니컬컨설팅(TC) 교육은그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그는 이때 비즈니스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앞으로는 정보 사용자가 새로운 환경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메인컴퓨터가 정보를 일방적으로 보내주던 단계에서 사용자가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시스템화해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단계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현지에서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자 회사측은 그에게 C/S팀을 만들도록했고 그는 주저없이 자신을 포함해 모두 4명의 직원으로 팀을 만들었다.◆ 조직원에 자율 중시, ‘가족같은 팀’ 운영C/S팀을 만들어 초대 팀장 자리에 앉은 김팀장은 처음에는 크게 고전했다.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조직인데다 업무에 대한 노하우가전혀 없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자문을 구하려고 해도 전문가가 없어 독학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미국 EDS사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있어 그나마 참고가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인재양성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불모지 상태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욕구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팀원들과 함께 관련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기로 하고 팀 전체를 학습조직화했다. 아울러 전문자격증에도 적극 도전하자고 동료들을 독려했다. 팀원 전체가 이론적으로 탄탄하게 무장을 하고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증을따야만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이 같은 김팀장의 의도에 대해 동료들이 적극 협조해줘 현재 55명의 C/S팀원 가운데 절반 가량이 마이크로소프트 공인 기술전문가증(MC/SE)을 비롯 전문자격증을 땄다. 김팀장 자신도 모범을 보인다는 차원에서 시험에 도전,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증을 획득했다.김팀장은 첨단분야에서 일하는만큼 무서울 정도로 자기자신을 단련한다. 그러지 않고는 어지럽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정보시스템에 대한 구상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또 항상 세계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연구하고 새로운 학문을 익힌다. 이를 위해 일년에 3~4차례는 외국에서 개최되는 정보 관련 심포지엄이나 세미나에 참석하고 전문지도 웬만한 것은 거의 정기구독한다. 또 국내에서 열리는 정보나 통신 관련 세미나에도 자신이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싶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팀원들에게 매년초 업무목표와 별도로 1년간 학습목표를 정하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연 2백시간씩 각종 교육에 참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김팀장은 팀을 이끌면서 자율을 중시한다. 직원들 업무에 일일이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또 항상 전자우편을 통해 서신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듣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의 고민을함께 나누기도 하는 등 항상 한가족처럼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것도 잊지 않는다. 이 바람에 지난해에는 회사에서 전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원만족도 조사에서 C/S팀이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누리기도 했다.김팀장은 앞으로 팀을 더욱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기존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이를 사업화하는방안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팀원들에게 외국에서최신 시스템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김팀장 자신도 기회가 닿으면 테크노MBA 과정이나 경영공학을 공부할 생각이다. 김팀장은 올해 정축년을 이런 원대한포부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