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대 마켓, 수입품 홍수

지난해 스키장에 대한 특소세인상을 고려하던 정부는 스키장에 대한 특소세를 종전과 같이 적용하기로 한발 뺐다. 명분은 스키인구가 늘어 대중화된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 이러한 정부의 판단은 스키관련업계는 물론 스키어들로부터 즉각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실제로 스키인구는 지난 80년대 후반 스키붐이 일면서 급증,90년대 들어 말 그대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한국스키장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91년에 전년대비 66% 증가율을보인 것을 시작으로 92년 44%, 93년 33%, 94년 41%, 95년 20%,96년 22% 등 연평균 30%이상의 신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만도 3백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키장을 찾았다. 올 시즌에는 4백만명 고지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0%대에 육박하는 인원이 겨울에 스키장을 찾는다는 말이다.스키장 이용자의 수적인 증가만이 아니다. 스키장 이용행태를 봐도스키가 가족레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스키에 관한 한 여론조사에서 스키장을 「가족과 동행한다」는 응답이 49.2%로 「친구나 애인과 함께 간다」는 응답(51%)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겨울만 되면 일주일에 한번꼴로 스키장을 찾는다는 주부 김경희씨(31)는 『겨울만 되면 가족과 함께 스키장 가는 것이 유일한즐거움』이라며 『주변에도 겨울철 해외여행보다는 스키장을 찾는가족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게다가 가장 큰 스키어집단인 청소년들이 긴 겨울방학을 맞는 철이스키시즌이라는 점도 마땅한 겨울철 야외놀거리가 없는 현실 속에서 스키의 대중화를 부추기고 있다. 스키장 한번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빗댄 「스키맹」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이제 스키는 귀족스포츠가 아니라 마땅한 겨울스포츠가 없는 현실에서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한 가장 유효한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스키의 대중화에 따라 곳곳에 스키장이 세워졌거나 한창 공사중이다. 지난 75년 용평스키장으로 시작한 국내 스키장은 현재 13개가영업중이다. 경기도의 베어스타운 천마산 서울리조트 양지리조트지산리조트, 강원도의 알프스 휘닉스파크 용평 현대성우리조트, 충북의 사조마을, 전북의 무주리조트 등이며 올 연말에 한국콘도 용평스키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이밖에 각 지자체에서도 스키장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의 파로호 율전 횡성리조트 IRC, 충북 물한 ,경북 대마산(또는 백화산) 등이 입에 오르내리는 스키장들이다.지방자치단체의 스키장건설은 스키장이 재원확보에 든든한 돈줄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도로건설, 현지주민의 고용기회 확대, 지가상승 등 많은 이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비록 환경문제로 일부에서주춤거리는 경우도 있지만 스키장증가는 계속돼 오는 2000년대에들어서면 20여개가 더 생길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스키장증가로 스키인구도 8백만∼1천만명으로 증가, 전국민의 20%가스키를 겨울스포츠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스키인구와 스키장의 증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레저욕구의 증대에 힘입어 스키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이양종 (주)대선 기획실실장은 『현재 정확한 국내스키시장규모는 공식적인 통관절차외의유통경로도 있어 정확한 규모파악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마켓리더의 매출액과 30∼35%에 이르는 마켓셰어를 감안하면 『스키시장규모는 약 1천8백억∼2천억원선』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시장규모의 확대에 따라 코오롱(액티브) 삼성(라피도) 한일(프로스펙스) 등 스포츠용품메이커를 가진 대그룹들은 물론 중견그룹들도활발히 스키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견그룹들은 종합스포츠용품사업보다는 스키 골프 등 특화된 스포츠용품의 대형유통업체를세워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다. 쌍방울그룹의 프로하우스,대선주조를 모기업으로 하는 대선그룹의 S&S스포츠마트, 신세계백화점의 스포츠데포, 삼천리그룹의 토레스 등이 그 예다.그러나 스키인구가 늘고 시장규모가 커지고 대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해도 스키시장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외제 일색이다. 스키상품은 크게 스키장비, 스키용품, 스키의류로 구분된다.스키장비는 플레이트, 부츠, 부츠를 플레이트에 고정시켜주는 바인딩, 폴 등 4가지를 말한다. 스키용품은 고글과 모자 헤어밴드 마스크 등을 포함하며 스키의류는 재킷 바지 등으로 이뤄져 있다.스키장비 가운데 현재 국산장비가 나오는 것은 플레이트와 장갑뿐.부츠와 바인딩은 국산이 전무하다. 동대문에 있는 스키판매업체인H사의 한 직원은 『바인딩이나 부츠는 정밀한 인체역학 등 엄청난기술력을 필요로 하지만 국내업체들 가운데 이에 투자를 할만한 의사를 가진 곳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수입품을 들여다 파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이익이 남는 데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수입품을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에서 스키점을운영하는 민기상사의 주현석씨도 『장갑 고글 헤어밴드 스키웨어등은 국산도 많이 있지만 굳이 수입품을 달라는 손님들이 많다』며『전체적으로 로시놀 살로몬 아토믹 노르딕 등의 브랜드가 인기가높다』고 말했다.외제스키장비의 선호로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스키용품(의류 제외)수입현황을 보면 수입액은 모두3천1백47만달러어치에 이른다.이는 전년동기대비 42.3%나 증가한 것으로 12월분까지 합하면3천6백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한 대형유통업체에서 자체조사한 스키시장의 현황을 보면 올 시즌만도 플레이트의 경우 19만7천세트, 부츠는 19만6천켤레, 바인딩은 18만1천개가 각각 수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표 참조). 이밖에 병행수입제허용에 따른 소규모 수입상들을 생각하면 수입장비의 종류와양은 더욱 많아진다는 것이 업자들의 말이다.수입장비를 보면 플레이트의 경우 국제상사(ELAN) 대선(VOLKL,TUA) 동오레저(K2) 삼천리레포츠(KASTLE) 서한레포츠(ATOMIC) 엑심(ROSSIGNOL) 스타코(SALOMON) 유호(HEAD) G.W 코리아(FISCHER)K.S스포츠(DYNASTAR) 금정상사(DYNAMIC) 우균산업(TYROLIA) 등에서약 20여종을 수입·판매하고 있다.부츠는 국제상사(DOLOMITE) 대선(DYNAFIT, DALBELLO, SAN MARCO),삼천리레포츠(NOR- DICA), 엑심(ROSSIGNOL) 서한레포츠(KOF- LACH)G.W코리아(TEC- NICA) K.S스포츠(LANGE) 등에서 약 15종을 수입해판매하고 있다.바인딩은 대선(GEZE) 삼천리레포츠(MARKER) 서한레포츠(ESS)엑심(SALOMON) K.S스포츠(LOOK), 스키폴은 우균산업(BLIZZARD,TYROLIA) 필즈인터내셔널(LINDUR) 인수레포츠(HUGO MINDL) 하이랜드 인터내셔널(KERMA) 등에서 수입·판매하고 있다.수입품이 판치는 스키장비시장. 그러나 국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까다로운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플레이트의 경우 (주)대선에서 지난 94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현재 「스노우비」란 이름의 아동용 플레이트와 「팔코니」와 「로단」이란 상표의 성인용 플레이트를 생산하고 있다.그러나 『아동용을 제외하면 거의 국내스키어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영업부 송재화씨의 말이다. 『국내 스키어들이품질면에서 국산 플레이트를 믿지않고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국내 스키기술력은 노르디카 로시놀 등 외국 유명스키업체에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이양종기획실장은 『현재 국산 플레이트가 스키의 본고장이라는 유럽 미국일본 등으로 자체상표 또는 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수출되고 있다』며 『올해만도 8만세트, 약 45억원 어치를 수출할 것을 목표로하고 있다』고 말했다.스키장갑을 비롯한 용품류도 국산제품이 수입품공세에 맞서 선전하고 있다. 『스키장갑의 경우 90%이상을 국산이 차지하고 있다』는것이 아시아나스포츠 이충기부장의 말이다. 『액세서리나 용품류의경우 브랜드의 영향을 많이 받지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키웨어의 경우도 『국산제품이 값도 싸고 가벼우며 방수도 잘되는 등우수한 품질로 외산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이태원에서 스키의류를 판매하는 김모씨(48)의 말이다.그러나 해외 유명브랜드의 선호로 스키용품·웨어에 있어 국산제품이 점차 밀리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MD사업부 스포츠사업팀의 박영식대리는 『필라 엘레세 등 라이센스브랜드의 스키용품이나 스키의류들이 엄청 성장,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키장비 '폭탄세일' 정체는「90%.」 최근 한 스키판매점에서 대대적인 판매행사를 하면서 내건 할인율이다. 언뜻보면 「스키가격은 권장소비자가의 10%에 지나지 않는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어떻게 이런 싼 값에 스키를 팔수 있을까.스키장비는 『관세(8%) 특소세 (20%) 교육세(특소세의 30%) 부가세(10%)와 함께 약 7%에 이르는 보험·운송·창고비용이 장비가격에포함된다』는 것이 삼천리레포츠 손원현이사의 설명이다. 이런 스키가격은 업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수입원가의 약 3.8∼4.3배가 권장소비자가격으로 정해져 시장에 나온다.일단 외국에서 스키를 들여온 수입상은 소매상에 권장소비자가격의30∼40% 사이에 제품을 공급하며 소매상은 시기·영업전략등에 따라 40∼70%정도 할인한 값에 판매를 한다. 시장에 나온 스키장비중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상품은 『대개 비싸거나 오래돼 팔리지않은 재고, 국내수출품이 다시 재수입된 것, 국내스키어들의 선호도가 높아 가장 많이 들어오고 있는 일본스타일의 스키장비가 아니라 유럽 등의 인터내셔널모델로 색상자체가 흐린 상품들』이라는것이 프로하우스 판매영업부 최치일과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90%할인상품이라도 판매상에게는 일정의 이익이 보장되는 상품이라는말이다. 실제로 S&S스포츠마트의 한 관계자도 『90%세일이라지만기업으로서 이익이 없는 장사를 하겠느냐』고 말하고 있다.하지만 저가 스키장비를 구입할 경우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스키장비는 한번 구입하면 최소 3년정도 쓸수 있는데 잘못 구입하면 「싼게 비지떡」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가 스키장비를 구입할 경우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품질과 사후보증여부를 확인할 것을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