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육질은 사료도 중요하지만 온도가 더 중요하다.』「국내 축산업의 현대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성장세를 타는 기업도 있다. 지난 91년 설립된 유경축산은 농가에서 소 닭 돼지 등을 기르는데 필요한 첨단 축산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이다. 쉽게말하면 도계시설 계란가공 선별시설 등을 외국에서 들여와 농가에설치해주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일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얼핏 생각하면 오퍼상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이 회사는 축산업분야의 첨단기술을 축적한 하이테크업체이다. 사후관리를 위해 10명의 A/S인력을 확보할 정도이다. 지금까지 양계장자동화설비 도계설비 계란선별 및 포장설비를 1백여 농가에 공급했다. 개별농가의 특성과 자금동원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최적의 시스템을 제공해왔다. 올해부터는 일부아이템을 국산화해 수출할 계획이다. 단열자재 철강 등 국내자재로 창고 등을 설계해 턴키로 수출하기 위해 현재 외국업체와 활발하게 상담을 벌이고 있다.또 아시아지역에 첨단기계를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내인력을 수출할 방침이다. 이는 네덜란드의 축산설비생산업체인 MOBA사 등이 유경축산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점을 보여주는대목이다.◆ 축산농가출신 3형제 경영 맡아지난 91년 창업한 유경축산이 단기간내 국제경쟁력을 갖춘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회사를 설립한 유재흥사장이 바로 축산농가출신이다. 유사장은 경기도 포천면 가산면에 20만마리를 사육하는 양계농장(가산농장)과 젖소 2백50두를 기르는 가산목장을 부친때부터운영하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에서 MBA를마치고 귀국한 유사장이 첫 번째로 추진한 프로젝트가 8동의 낡은양계장을 현대화시키는 것이었다. 선진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1년동안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다. 국내 축산시설이 얼마나 낙후돼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르과이라운드가 타결되기 전에 축산분야의경쟁력을 갖추는게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물론 당시에도해외설비를 들여와 판매하는 수입상들이 없지않았다. 그러나 A/S를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회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래선 곤란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창업했다. 자신의 농장만을 현대화시키기 위해투자하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고민도 창업을 재촉했다.이 회사의 또다른 강점이자 특징은 축산농가의 3형제가 회사경영을책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재흥사장의 친동생인 유재건씨가 상무로, 유재국씨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연세대를 졸업했고 미국에서 MBA를 취득했다. 국제적인 감각과 경영안목이 탁월하다. 중소기업들이 흔히 겪는 고급인력난은 없다. 집안이 축산농가이고 3형제가 축산설비 공급을 주업으로 하고있으니 사업이 탄탄하게 성장하기 마련이다. 『지난 12월 31일 밤에도 A/S문의를 받자마자 뛰어가 새해를 맞았습니다.』(유재국 이사) 부지런하고 젊다는게 그들의 또다른 강점이다. 또 직원들의 어학능력을 향상시키기위해 사내에 영어강사를 채용할 정도로 인력에 대한 투자가 남다르다.그렇다고 유경축산이 높은 수익을 거두고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매출규모가 45억원이고 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알짜배기 중소기업치곤 회사명세서가 약하다고 할 수 있으나 눈에 보이지않는 부가가치를 포함할 경우 어디에 내놔도 처지지않는 초우량기업이다.『장사속으로 이렇게 어렵고 힘든 사업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금난에 시달리는 농가를 찾아가 설비의 효용성을 설명하고 자금을조달하는 방법에 대한 컨설팅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하는만큼 독특한영업노하우가 필요하다는게 유사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무한경쟁시대에 내몰려있는 국내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기초경제학과 경쟁의노하우를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곳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유사장3형제의 피와 땀이 일그러진 축산농가의 자화상을 교정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