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상품 / 해외브랜드 의류시장 초토화화장품 의류 신발 등 외모를 가꾸는데 쓰이는 패션상품은 수입품의공격에 유난히 민감하다. 특별한 기술이나 품질보다도 브랜드나 디자인 유행성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해 구매가 쉽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좋은 품질의 상품이 생산됨에도 불구하고브랜드 파워나 이미지, 디자인 등이 뒤진다는 이유로 국산 패션상품은 수입품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의류의 경우 90년대 들어 매년 50%이상씩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85년에 국내에 수입된 의류는 8백50만달러어치. 이 수치가 95년에는 10억1천4백10만달러로 증가했다. 10년새 1백20배 가까이 늘어난것이다. 14조원으로 추정되는 의류시장의 6%에 해당되는 금액이다.그러나 정작 문제점은 수입액수에 있지 않다. 국내 개발 브랜드가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 더 큰 심각성이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해외 업체에 브랜드 사용료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수입 브랜드가 전체 브랜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2∼3년 동안에는 매년 1백개 이상의 외국브랜드가 쏟아져 나왔다. 95년에 1백36개의 수입 브랜드가 국내에선보인데 이어 지난해에는 1백60개의 수입 브랜드가 국내 의류시장에 상륙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 브랜드는 5백87개(직수입 3백59개, 라이선스 2백28개). 전체 의류 브랜드1천3백57개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자체 개발 브랜드로 승부를걸던 업체들까지도 브랜드 수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국내업체는 중국의 15배에 달하는 비싼인건비와 높은 땅값, 고금리 등으로 원가부담에 시달리는 한편 수입 브랜드에 유난스레 열광하는 소비자들의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며 의류업체들이 수입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물론 국내 의류시장에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이나오브제 데코 쥴리앙 닉스 등 국내 최고의 인기 브랜드들은 모두 국내에서 개발됐다. 세련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독특한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면 국내 브랜드도 얼마든지 살아나갈 틈이 있다는사실을 증명해보인 브랜드들이다. 그러나 자체 개발 브랜드에만 매달리기엔 위험부담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동남아시아에 비해서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선진국에 비해서는 자본력이나 마케팅력, 세계적인 인지도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어 국내 의류업체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구매행태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의류에서만은 브랜드와 브랜드가 속한 국가 이미지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의류업체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인줄 알면서도 미국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으로부터 브랜드 수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의류뿐이 아니다. 화장품은 더 문제다. 화장품의 경우 외국 업체들의 국내 직접 진출이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시장에 자본을 투자해도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을 만큼 수입화장품이 잘 팔린다는 얘기다. 한국화장품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하던 랑콤이나 태평양에 독점판매권을 줬던 크리스티앙 디오르나이제는 모두 국내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직접 활동하고 있다. 국내화장품업체는 죽는 소리를 하는데 수입 화장품은 불황을 모른다.95년에 국내에 수입된 화장품은 1천8백62억원어치. 2조4천억원에달하는 전체 화장품시장의 7.8%에 달한다. 수입원가 기준으로7.8%지만 판매가로 계산한다면 20%는 충분히 넘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추측이다. 86년부터 95년까지 10년간 국내 화장품시장은 5배 성장했지만 화장품 수입은 35배이상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장품 수입업체만 4백70여개다. 신상수 태평양화장품 시장조사팀 대리는 『현재와 같은 속도로 수입화장품이 늘어난다면우리도 대만처럼 수입화장품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국내 화장품은 대부분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신대리는 또 『국내업체가 과당경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잘못을 저지르긴했지만 외제라면 무분별하게 수입하는 수입업체나 객관적인 품질보다는 브랜드에 현혹돼 수입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신발도 수입액 증가 속도에 있어서 의류나 화장품에 결코 뒤지지않는다. 지난해에는 95년에 비해 수입액수가 2배 이상 늘어났다.국내 인건비 상승으로 신발업체가 경쟁력을 잃으면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의 중저가 제품 수입이 계속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가격경쟁력이 없는 저가제품 뿐만 아니라 고가 제품에서도 국내 브랜드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리복이니 나이키니 하는 해외 고급 스포츠화가 고가 스포츠화 시장을 평정한데 이어 구두에서도 발리니 사스니 하는 수입 브랜드가 빠르게 시장을 정복해 들어가고있다. 국내 신발업체는 이래저래 중저가시장에서도 고가시장에서도경쟁력을 얻지 못한채 부유하고 있다.◆ 완구 및 문구류 / 점유율 50% 육박…중국이 선두수입품 비중이 가장 높은 시장을 꼽으라면 아마도 완구시장이 꼽힐것이다. 10년전만 해도 국내 완구시장에서 수입 완구가 차지하는점유율은 5%에 불과했다. 이 5%가 10년이 지난 현재에는 50%에 육박하고 있다. 95년에 국내에 수입된 완구류는 약 9백50억원어치.3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완구시장의 32%를 수입품이 차지했다.시장에 팔리는 판매가격으로 따졌을 경우 수입완구의 시장점유율은40%이상이 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해 11월까지는 1억4천96만달러어치의 완구류가 수입돼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36.5%가 증가했다. 95년의 수입증가율 23.8%보다 높은 수치다. 완구조합의 김문식씨는 『수입 완구류가 이미 국내 완구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우리나라 최대의 완구 수입국은 중국. 전체 수입액의 45%가 중국으로부터 수입된다. 중국 완구는 주로 플라스틱 제품이나 봉제인형등으로 국산 완구보다 30∼50% 가량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급속히 점령해 들어오고 있다. 고가시장도 안전하지 않다. 95년 국내에 수입된 유럽과 미국 일본의 완구류는 3백44억원에 달해 고가완구 수입도 상당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현재 적극적으로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해외 유명 완구업체로는 리틀타익스와교육용 조립완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레고를 꼽을 수 있다. 이두 업체는 국내에 자본을 투자, 현지법인까지 설립하여 활동하고있다. 이외에 독일의 플레이모빌과 덴마크의 하마 등 외국 브랜드를 수입, 판매하는 토이피아와 이스라엘의 오르다, 미국 최대의 완구업체인 마텔 등도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백화점의 완구매장은 국내 완구업체가 직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립형 장난감의 경우 덴마크의 「레고」와 영국의 「메가블록스」가 진열대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소방차와 앰뷸런스 등바퀴달린 자동차에는 「리틀타익스」라는 미국 브랜드가 찍혀 있다. 인형은 덴마크의 「엠비 토이스」, 소꿉놀이기구는 독일제다.미키마우스니 하는 봉제인형에는 거의 어김없이 메이드 인 차이나나 또는 메이드 인 타이랜드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백화점의완구용품 매장은 수입품에 거의 점령됐다」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수입 문구류도 꾸준히 늘고 있다. 95년에 국내에 수입된 문구류는1억6천8백만달러(한화로 약 1천3백44억원)어치. 95년에 8천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문구시장의 17%를 수입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완구류와는 달리 문구류의 경우 전체 수입품의 80%이상을 일본 미국독일 등 선진국 제품들이 점하고 있다. 튼튼하고 편리하며 세련된디자인의 문구류가 인기를 끌면서 고가 수입 문구류의 시장점유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특히 볼펜과 샤프펜슬 연필 등 필기구 부문에서 수입품의 인기가높다. 교보문고 문구매장의 한 직원은 『수첩이나 볼펜 등 문구류를 살 때는 어느 나라 제품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사는 사람이 거의없다』며 『모양이 예쁘고 쓰기 편리한 것을 손에 집히는 대로 구입하다 보니 수입 제품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결국 앞서가는 디자인의 고급 제품 개발만이 국내 문구업체의유일한 생존전략이라는 지적이다.◆ 외제자동차 / 1억원대 차 여전히 도로질주할듯벤츠 600-L, BMW 740IAL, 아우디 A8 4.2Q …. 중동의 왕족이나 부호들이 즐겨타는 고급차종들로 차값만도 1억5천만원을 넘는다. 영화에서나 혹은 모처럼의 해외여행에서 눈요기로 볼 때면 『참 멋있다. 나는 언제 저런 차를 타보나』며 입맛을 다시게 하는 선망의차들이다. 차값만도 웬만한 아파트 한채값과 맞먹으니 입이 벌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서민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이런 고급외제승용차들이 국내시장에서도 지난해 상당수 팔려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벤츠 600-L(판매가1억8천1백50만원)은 16대, BMW 740IAL(1억2천5백만원)은 1백2대,아우디 A8 4.2Q(1억1천만원)는 13대가 팔렸다. 1억원대가 넘는 이들 차종의 판매는 국내자동차시장이 서서히 외제승용차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지난 한해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외제수입차는 모두 1만2천대(비공식수입업체 판매포함). 이같은 판매대수는 95년에 비해 무려 54%가늘어난 것이다. 불황이 극심했음에도 이처럼 외제수입차판매가 증가, 국내소비자들의 외제차 선호도가 어느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국세청이 외제고급승용차 구입자에 대한 세무조사방침을 발표해서 이 정도 판매됐지 그도 없었으면 2만여대는 판매됐을 것이라고 국내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업체별 판매현황을 보면 미국자동차 빅3의 하나인 크라이슬러사가2천1백39대를 팔아 1위를 차지했다. 단일 업체의 연간 판매실적이2천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00cc급인 스트라투스LX(2천7백만원대)가 5백96대가 팔려 효자차종이 됐다. 크라이슬러사는 그동안 유성유통을 공식수입업체로 선정, 국내판매를 해왔다. 그러나지난해에는 한국판매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국내판매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독일 BMW와 벤츠사가 각각 1천4백47대,1천2백27대를 각각 팔아 2, 3위를 차지했다.이처럼 외제차가 국내자동차메이커를 제치고 시장을 잠식할수 있었던 것은 중대형차부문을 집중공략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제차의 배기량별 판매를 보면 2000-3000cc급 판매대수는 모두5천26대로 전체판매대수의 48.7%를 차지했다. 이들 중대형차의 가격은 국산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뿐더러 안전도면에서는 월등,국내시장 공략의 첨병역할을 했다. 외제차수입업체들은 이같은 국내자동차메이커의 취약부문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성공을 거둘수있었다.만성무역적자 주범중의 하나인 외제차수입 판매가 올해는 어떻게될까. 낙관은 금물이라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시각이다. 눈덩이처럼불어난 무역수지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수입제한조치 등을 취할 가능성은 있으나 이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입차판매가서울·경기일원에서 부산·광주광역시등 지방으로까지 번지고 있어예사롭지 않다. 이에따라 국내자동차메이커들은 올해 다이너스티리무진(현대), 엔터프라이즈(기아)등을 내세워 외제수입차에 맞설복안이다.그러나 이들 차종이 효과적으로 외제차의 공세를 막아낼지는 의문이다. 외제차는 성능 못지않게 서비스도 좋아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는데 국내자동차업계의 서비스는 아직 이 수준에 이르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구류 / 유럽산 고급가구 '호황'국내 가구업계에 지난 한해는 악몽같았다. 지난해 상반기 가구 수출액과 내수 판매액은 각각 9천7백만달러와 3조1천억원.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각각 3.0%와 12.2%가 줄어들었다. 반면 수입 가구는엄청나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동안 가구 수입액은 전년의 같은기간에 비해 40%가 증가했다. 업계는 지난해 가구 수입액이 95년의2억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3억2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가구시장의 약 8.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가구류 수입이 급증하는 이유는 90년대 이후 고급 가구에 대한 수요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웬만큼 산다하는 집에 딸 혼수가구는 무엇으로 했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침대는 청담동 어느 수입매장에서 사고 장롱은 논현동 무슨 수입매장에서 구입했다는 대답을 들을 것이다. 보루네오니 리바트니 하는 국내 브랜드를 말하는 사람은 거의 만나기가 힘들다. 압구정동과 청담동 논현동 일대에 몰려있는 수입가구점에서는 침대 하나가 대략 4백만∼5백만원에 팔린다. 장롱을 세트로 구입하려하면 1천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식탁 의자 하나가 1백만원을 호가하는게 보통이다. 수입가구로 집안 전체를 꾸미려면 1억원은 든다. 그런데도 수입가구 매장은 호황이다.특히 봄 가을 결혼시즌에는 물건을 갖다 놓기가 바쁘게 팔려나간다고 가구 수입업자는 전한다. 문제는 호화 수입가구의 인기가 일부상류층 뿐만이 아니라 중산층에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혼수품의 경우에는 한번 사면 오래 쓸건데 하는 심정으로 비싼 수입가구를 선택하는 예비 신부들이 적지 않다. 국내 가구업체는 이탈리아산을 중심으로한 유럽산 고급 가구에 고가 가구시장을 거의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류 / '외화를 마신다' 6년새 수입 3배소비재 수입 중 주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만만하지 않다. 주류 수입액은 90년에 6천3백10만달러에서 95년 1억9천1백60만달러로 6년새에 3배이상 늘어났다. 매년 50%이상씩 늘어난 꼴이다. 수입 주류의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위스키다. 95년에 위스키 수입액은 1억2천1백66만달러로 전체 주류 수입액의 63.5%를차지했다.위스키의 경우에는 수입액수로 수입품의 시장점유율을 따지는게 무의미하다. 엄밀한 의미에서 수입 위스키가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다. 흔히들 딤플이나 조니워커 시바스리갈 등 해외에서 완제품으로수입돼 들어오는 것만 수입 위스키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임페리얼칼튼힐 등 국산브랜드 위스키도 위스키 수입에 일조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위스키 원액은 모두 영국으로부터 수입된 수입품이다. 완제품으로 외국에서 수입되느냐 원액만 수입, 국내에서 병에 담아 국산브랜드로 파느냐의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위스키를 마시는 것 자체가 외화를 마셔 없애 버리는 꼴이다. 그럼에도 위스키 수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94년에는 전년대비68.5%가 늘어났으며 95년에도 60.1%가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에는11월말까지 1억6천7백5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50.6%가 늘어나 위스키 음주 인구가 계속 많아지고 있음을 입증했다.위스키보다 못하지만 맥주 수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맥주의 경우95년에 2백55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전년보다 25.6%가 늘어났으며96년에는 11월까지 3백2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34.2%가 증가했다.수입맥주의 유통망도 넓어지고 있다. 밀러(미국) 코로나(멕시코)하이네켄(독일) 포스터스(호주) 기린(일본) 등의 외국 맥주는 호텔뿐만 아니라 일반 카페와 편의점 등 일반소매점에서도 쉽게 만날수 있다.◆ 스포츠용품 / 스키 90%·골프 70% '외제'『정복할 것인가 정복당할 것인가』. 지난 94년 국내굴지의 스포츠용품업체인 국제상사가 자사상품브랜드인 프로스펙스광고에 내보낸광고문구였다. 이 광고는 검정치마에 흰 무명저고리를 입고 서늘한눈빛으로 응시하던 젊은 처녀의 흑백사진과 함께 소비자에게 크게어필했다.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등 「빅 3」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프로스펙스는 광고덕분에 매출이 2백%나 크게 뛰어올랐다. 수입브랜드에 맞서기 위해 충격적인 사진과 카피를 이용해 일본에 대한국민감정을 자극한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그러나 광고효과는 단발성으로 끝났다는 것이 스포츠용품업계의 평가다. 『그만큼 「빅 3」로 대표되는 수입브랜드의 힘이 막강하며국내브랜드 가운데 대표선수격이던 프로스펙스조차 상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동대문에 있는 스포츠도매업체 H상사 김해운과장(35)의 말이다. 종합스포츠용품업체인 K사에서 자체조사한 스포츠용품업체의 시장점유현황(96년말 기준)을 보면 전체 7천억원규모의 고급브랜드시장에서 프로스펙스 라피도 르까프 액티브 등국내 4대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 나머지 55%는 아디다스나이키 리복 아식스 휠라 등 외국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만으로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그러나 매출액증가율을 보면 차이는 더 크게 드러난다. 국내 4대업체가 최저 마이너스 3%에서 최고 20%의 매출신장률을 보인데 반해외국브랜드는 최하 22%에서 최고 50%의 매출액증가율을 기록했다.국산브랜드의 매출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반해 외국브랜드의 약진이 활기차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스포츠용구 가운데 외국산 수입용품의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스키와골프. 『스키시장의 약 90%, 골프시장의 약 70%정도를 수입품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동대문 P스포츠 김정필씨의 말이다. 골프용품시장에서 골프클럽의 경우 약 3천억원대의 시장규모에 이르지만미국제품을 선두로 한 외제가 전체의 약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월부터 일본제 클럽의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국내골퍼들을 잡기위한 클럽경쟁에 불이 붙었다. 명성 데이비드 나이센 반도 등 10여개의 국내 클럽생산업체들도 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앞날이 불투명하다. 클럽시장은 미·일 2파전으로 압축된다는 것이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했던 의류부문도 골프라는말만 들어가면 맥을 못춘다. 6천억원대에 이르는 골프의류시장도수입품이 홍수를 이룬다. 약 40여개에 이르는 브랜드골프의류 가운데 순수 국내브랜드는 10개 안팎. 코오롱상사(엘로드) 국제상사(프로메이트) 삼성물산(아스트라) 슈페리어(슈페리어,임페리얼) LG패션(빅조이) 화승(캐필드) 팬텀사(팬텀) 동오마산업(이동수) 등이다. 그나마 소비자들로부터 커다란 인기를 끌지못하고 있다.일본(블랙앤화이트, 먼싱웨어, 링스 등) 미국(아놀드파머, PGATOUR, 잭니클라우스, 스타일리스트) 이탈리아(휠라클래식,레노마스포츠) 영국(제임스 캐슬러, 바비존스, 다스골프, 울시,라우라비아조티) 등 수입브랜드의류가 백화점매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국산브랜드는 세일이나 이월제품판매 등 행사때만 반짝하고 팔리는 실정』이라는 것이 한 백화점직원의 말이다.겨울철 대중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스키시장도 국산제품은찾아보기 힘들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스키용품(의류 제외)수입현황을 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수입액은 모두 3천1백47만달러어치에 이른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2.3%나 증가한 것으로 12월분까지 합하면 3천6백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한 대형유통업체에서 자체조사한 스키시장의 현황을 보면 올 시즌만도 플레이트의 경우 19만7천세트, 부츠는 19만6천켤레, 바인딩은18만1천개가 각각 수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입품이 판치는스키장비시장이지만 국산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스키장비인 플레이트의 경우 (주)대선이 지난 94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현재 「스노우비」란 이름의 아동용 플레이트와 「팔코니」 「로단」이란 성인용 플레이트를 생산하고 있다. 폴도 국산품이 많이시장에 나오고 있다. 장갑의 경우 90%정도가 국산품이라는 것이 업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국내스키어들에게 거의 먹혀들지 않는 실정이다. 『국내 스키어들이 품질면에서 국산을 믿지않고 외면하기때문』이라는 것이 (주)대선 기획실 이양종실장의 말이다.◆ 가전제품 / 사치품 수요…'덩달아' 외제바람대형백화점이나 용산전자상가에서 국산면도기를 사려면 한참을 찾아야 한다. 아예 국산면도기를 취급하지 않는 매장도 적지 않다.국산품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애국심을 발휘해 우리제품을 사려해도쉽지 않은 것이다. 대신 외제면도기는 홍수를 이룬다. 가전제품을파는 어느 매장을 가든 다양한 브랜드의 외국산 면도기가 손님의발길을 기다린다. 면도기 뿐만이 아니다. 가전시장에서 외국산이 국산을 몰아내고 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소형가전시장은 수입품 천지라고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외국산이 널리 퍼져 있다. 이는 주요품목의 수입침투도를 보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지난해말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면도기의 경우 수입침투도가 무려 98%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팔리는 면도기 전체의 98%는 수입품이라는 의미다. 이는 지난 93년에비해 12%가 늘어난 것이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커피메이커도82%가 외국에서 그대로 들여온 수입품이다. 이밖에 토스터기(77%),다리미(62%), 휴대폰(53%) 등도 최근 몇 년 사이 수입품이 눈덩이불어나듯 늘어나 국내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그 수치는 미미하지만 대형가전 분야에서도 수입품이 점점 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가전제품인 TV의 경우 지난93년 0.9%에 지나지 않던 수입품의 시장점유율이 2년 후인 95년에는 거의 2배에 가까운 1.5%로 불어났다. 아직 구체적인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지난해말 기준으로 치면 거의 2%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수입 냉장고도 93년 2.9%에서지난해에는 6%로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헤어드라이기역시 지난해 기준으로 45%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3년 전의13%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이에 따라 수입품 업체들의 매출도 가전 3사의 가전부문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과 달리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필립스전자의경우 지난 95년 5백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1백억원 가량 늘어 6백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93년부터 국내 영업을 본격 시작한 브라운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2백억원대를 기록, 전년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실적을 보였다. 다른 가전제품 수입업체들도 대부분 지난해 수십%대의 매출신장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듯 가전제품시장에서 외제가 크게 늘어난 데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외제선호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유통시장 개방화 물결을 타고 외국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것이수월해진 점도 수입급증의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다단계 판매가 성행하면서 일부 유통 회사들이 가전제품을 들여와안방을 공략하는 것도 외제가전제품 사용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반면 국산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TV 냉장고 등 대형가전제품은 그런대로 현상유지를 하고 있으나 소형가전제품 쪽은 거의 고사상태다. 특히 대형업체들도 소형가전 분야는 상당 부분 포기한상태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제품생산에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수입업체인 필립스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가전제품 수입업체들이 가격에서 거품을 빼는 등 국산과 비슷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파고들어 효과를 보고 있다』며 『유통개방시대를 맞아 앞으로 외제 가전제품의 국내공략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과 및 음료 / 싼값으로 '입맛바꾸기' 노린다제과의 경우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수입 증가율이 매년 10% 이내로 미미하다가 95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95년에는5천2백35만달러어치의 제과류가 수입돼 전년보다 20.0%가 증가, 처음으로 10%의 벽을 깼다. 수입은 지난해에 더욱 가속화됐다. 지난해 11월까지 수입된 제과류는 5천8백96만달러어치로 9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볼 때 30.8%나 늘어났다.수입제과가 95년을 기점으로 늘기 시작한 이유는 이때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할인점의 영향때문으로 풀이된다. 할인점은 다양한 수입제과를 직수입,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LG상사의 K차장은 『할인점에서 다른 것은 얼마나 싼지 몰라도 수입과자는 많이싼 것 같아 갈 때마다 몇 개씩 집어온다』고 말한다. 할인점에 들렀다가 싼 맛에 수입 과자를 구입하는 소비수요가 꽤 형성돼 있는것이다.수입 제과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종류는 초콜릿류. 전체 제과수입품의 40% 가량을 점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제과는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유행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95년에는 다국적 기업인 나비스코사의 리츠비스켓이 수입 과자 중에서 최고 인기를 누렸으나 지난해에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칩소아쿠키와 포테이토칩의 일종인 프링글레스 등이 많이 팔렸다. 롯데제과의 안성근대리는 『한 제품을 집중적으로수입, 판매하다가 시장에서 철수하는 영세업체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음료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신토불이」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수입 생수가 국내 시장에 거의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과일쥬스 등의 다른 음료 부문에서도 수입량은 미미하다.수입 음료가 전체 음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미만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농심이 수입하고 있는 웰치스 쥬스나 한미약품이 판매하는 미스틱 쥬스, 제일제당의 스내플, 영흥식품의크렌베리 쥬스 등이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런수입 음료는 고급 카페를 중심으로 유통되면서 신세대들의 입맛을공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담배&라이터 / 사은품증정·저가격 총공세비록 애연가들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담배시장에서 수입담배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담배시장의 규모는 약 3조원인데 이 가운데 양담배가 차지하는 규모는 약 6천억∼7천억원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담배인삼공사 홍보실 이상익씨의 말이다.지난 88년 7월 양담배수입허용 당시 정부나 전문가들은 양담배 시장점유율이 10%대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95년에 양담배는 12.5%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만도 1년간 판매된 52억2천3백만갑 가운데 5억7천2백만갑이 양담배였다. 시장점유율이 비록 전년도에 비해 줄기는 했지만 11%를기록했다.이러한 양담배판매증가에 대해 담배인삼공사측은 『양담배수입업체의 교묘한 판촉과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니코틴 타르함유량이나 맛 등을 비교할때 국산담배가 결코 양담배에뒤지지 않지만 젊은이들과 여성흡연자들의 과시적 소비, 수입업체의 담배소매상들에 대한 사은품증정등으로 양담배소비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바늘 가는데 실 가듯」 담배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라이터시장도 수입품이 장악하고 있다. 현재 중국산이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 국내 라이터시장은 일회용 2백50억원, 충전식 2백억원 등약 4백50억원의 규모. 하지만 생산중인 업체는 에이스 한국파이롯드 2개업체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국라이터공업협동조합 이영재 전무의 말이다. 대부분 국내업체가 한때 잘나가던 (주)불티나처럼 부도 또는 채산성악화에 따른 휴폐업을 했거나 수입업체로 전락했다.중국산이 국내시장을 장악한 것은 국내업체가 가격경쟁에서 밀리기때문. 국산 라이터는 가격이 비싸 라이터의 가장 큰 수요자인 판촉물업체들로부터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광고판촉물업체인 하컴의 육경호 부장은 『국산이 중국산에 비해 40∼50원정도 비싸다』며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중국현지 기술지도 등을 통해 수입품 품질을높이면서 중국산이 국내 라이터시장의 80%정도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