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지 인쇄장비업체인 동양반도체장비(대표 김영건)는이 분야에서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90%에 이르며 해외시장은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역사가 짧은 국내 반도체 산업계에서 장비업체가 국산화하는데 급급한 판에 세계시장에서 1위를 하기는 극히 힘든 일이다.지난해말 무역의날에는 1천만달러 수출탑을 받았고 중진공의 올해의 중소기업 대상을 수상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이 회사는마킹장비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뿐아니라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고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마킹 시스템은 패키지위에 소자 제조업체의 이름과 모델명등을 인쇄하는 장비이다. 이장비는 잉크 마킹 방식과 레이저 마킹이 있는데 현재 주력 기종은 잉크 방식이지만 점차 레이저로 옮겨가는 추세이다.이밖에 후공정 장비인 트림/폼 시스템과 인라인시스템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품질면에서 선발업체인 일본 기업들을 물리치고 세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개발장비 수입품보다 품질좋아 영업없이 성장수출하는 업체도 세계 최고의 반도체업체인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부터 모토롤라 AT&T 등을 망라한다. 놀라운 것은 해외시장에서 받는 가격도 다른 업체보다 20% 가량 비싸다. 기술이 월등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마킹만 15년동안 개발한 김사장이해외수출을 처음 시작한 것은 그가 해외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이후였다. 우리가 개발한 제품보다 뒤떨어지는 장비를 보고 수출에 나서게 됐다고 김사장은 설명한다.마킹장비에 관한 특허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수두룩하다. 이런기술력 덕분에 이 회사는 전세계에서 나오고 있는 주요 반도체 패키지 마킹기를 안 만들어본 것이 없고 또 못만들것이 없다고 밝힌다. 이 회사는 오직 기술력으로만 승부한다고 할수있을 만큼 기술중심으로 짜여있다. 전체 종업원 84명중 30명이 개발인력이고 수억원대 장비를 한해에도 몇대씩 신규 개발해 내놓는다.김사장도 매출보다는 세계 최고기술에 더 관심이 많다. 그는 하루종일 작업복 차림으로 현장에서 장비 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사장이라기보다는 연구원에 가깝다. 기술개발에 미쳐서 결혼을 미루다가39세에 결혼했는데 지금의 부인과 선보는 날도 장비를 만지다가 시간이 늦어 작업복 차림에 손에 기름때를 그대로 묻히고 나갔을 정도. 하지만 부인이 첫눈에 김사장의 그런 모습에 반해 결혼에 골인하게됐다고한다. 김영건 사장이 창업한 계기도 기술개발 때문이었다.그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취직시험에서 KBS방속국의 PD, 한전, 그리고 당시 반도체 후공정 조립공장으로 확장 일로였던 시그네틱스등에 합격했는데 주변의 권유로 시스네틱스를 선택하게된다. 시스네틱스에서 생산공장 기술문제를 담당했던 김사장은 설비의 잦은고장으로 골치를 앓았다. 고장은 대부분 소모성 부품이 낡아서 발생했는데 문제는 미국에서 부품을 주문해서 공급받으려면 길게는몇달씩 기다려야했기 때문에 생산 차질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기계에 취미가 있던 김사장은 기다리느니 직접 만드는게 낫겠다고생각, 퇴근후 청계천공구상가 등을 돌아다니면서 개발에 몰두했다.이렇게해서 직접 만든 제품은 미국 수입품보다 더 품질이 좋았고오래 갔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포상이 아니라 상사의 꾸지람이었다. 어떻게 미제를 안쓰고 말도 안되는 제품으로 교체했냐는 것.할수없이 상사 몰래 몰래 교체해 쓰다가 김사장은 회사를 때려치고81년 창업하게 된다.그간 개발한 장비는 외산 수입제품보다 인쇄 품질이 좋아 한번 써본 기업은 계속해서 구매하게 되고 이렇게 해서 별다른 영업없이도성장을 구가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킹장비는 특성상 패키지생산업체와 패키지 모델등에 따라 모두 주문 제작하기 때문에 같은제품이 없고 항상 새로 제작해야한다. 따라서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는 계속해서 시장 수요가 생기는 장점이 있다.이 회사는 반도체 패키지의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이에 부응한 마킹장비를 동시에 개발해낸다. 최근에는 마킹시스템과 싱글레이션 장비를 합친 인라인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적인반도체업체인 미국의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에 수출했다.이 장비는 차세대 패키지로 각광받고있는 BGA(볼 그리드 어레이)패키지에 부응한 장비로 반도체 디바이스 위에 제조업체명 등을 인쇄하는 마킹시스템과 연결된 패키지를 낱개로 분리하는 후처리 공정을 합친 완전 자동화 장비이다. 특히 최초로 첨단 레이저 마킹방식과 잉크 방식을 결합해 레이저를 이용해 잉크마킹과 같은 품질로양측의 장점을 결합한 방식으로 개발한게 특징이다.◆ 은행빚·당좌거래 하나도 없다회사측은 이 장비가 기존의 공정을 축약했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고수율을 높일수 있어 앞으로 시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업체와 수주 경쟁끝에 미국 TI사에 이장비를 수출키로 계약해 다시 한번 기술력을 입증했다. 한대당 가격은 80만달러로 TI사에는 테스트를 거쳐 앞으로 10대가량 수출할계획이다.지난해 수출 1천만달러를 돌파한 이 회사는 이 제품의 수출이 시작되는 올해는 1천5백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당가격이 5억~6억원대인 이들 장비의 수출은 그어느 상품보다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이나 수출기여도 측면에서 앞으로도 성장성이 높은효자 상품이라고 할수 있다.경영면에서도 독특하다고 할만큼 우량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우선 은행빚을 1원 한푼도 안쓴다. 당좌거래도 없다. 은행에는 저축만 있다. 시화공단내에 은행 사람들이 귀찮게 찾아오고 굽신거리는중소기업은 여기뿐이라는 얘기도 있다.김사장 스스로 사장 월급외에는 개인적으로 돈을 가져가는게 없고회사를 위해 자기돈을 쓰고 있다. 그는 재테크 차원에서 괜히 쓸데없이 신경쓸 시간에 세계 최고 제품을 하나라도 더 개발하면 그게바로 성장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이는 자연스럽게 종업원들이 사장에 대해 믿음을 갖게하고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로 이어져 회사 전체가 견실한 분위기를 풍긴다. 회사 경영에서도 사원들에 대한 복지는 잘되어 있지만 창업 초기에쓰던 책상도 쓸만한 것은 낡았어도 그대로 쓰고 있다. 기업을 처음세웠을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밝은 미래를위해 앞만 보고 뛰듯 지금도 꿈을 키우며 신제품개발에 주력하고있다.김사장 역시 스스로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어있다. 시부모를 모시고 아이 둘을 키우는 부인에게 생활비로 한달에 90만원씩을 주고있고 본인은 골프나 유흥은 전혀 모르고 산다. 주변에서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놀린다고 하지만 김사장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올해 매출목표를 2백억원으로 잡고있는 이 회사는 외형에 걸맞게오는 7월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지상 8층규모의 사옥을 신축하고 R&D센터를 설립할 구상이다. 김사장은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마킹장비 업체로 세계시장에서 우뚝서기 위해서는 기술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국내 반도체산업도 살고동양반도체도 뻗어나갈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