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볼트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볼트 너트제조업체인 텍사스볼트사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중소기업이 선진국에 수출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경쟁업체를 M&A한 것이다. 그것도 기술습득이 아닌 기술우위의 입장에서 경쟁사를 흡수했다. 텍사스볼트사는 한국볼트와 마찬가지로 냉간볼트와 열간너트 등을 주생산하고 있다.◆ 금형수명 늘리고 다품종소량생산체제 구축한국볼트 송관섭사장은 인수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텍사스볼트는50년 역사를 지닌 회사로 20년전에는 미국내에서 산업용 볼트 너트톱메이커로 이름나 있었다. 그러나 10여년전 창업자가 별세하면서쇠락의 길을 걸었다. 볼트 너트생산은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업종이다. 그런데 전문경영인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수출경쟁에서 한국볼트등 경쟁업체에 밀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한국볼트의 제품을 들여다 판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텍사스볼트사의 경영진이 바이어의 자격으로 한국볼트안산공장을 둘러볼 기회를 갖게 됐다. 공장을 둘러본 후 첨단설비와 생산효율성에 깜짝 놀란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회사를 정상화시켜달라고 부탁했다.송사장은 엔지니어와 함께 미국공장을 유심히 살펴본후 정상화가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짱좋게 경영권을 달라고 요구했다.단순한 자본참여로는 성이 차지않았다. 그렇게 해서 50%이상의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인수했다.송사장은 미국공장인수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인수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현지정보를 확보하는데 많은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사실 미국회사 인수에 따른 기대효과는 한둘이 아니다. 한가지 예로 한국볼트는 그동안 「메이드인 코리아」제품만 수출해왔다. 그러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면 「메이드인 USA」로 수출할 수도있게 됐다. 미국에서 원재료를 한국에 보내면 이를 용도에 맞게 열처리가공해 다시 미국으로 보내어 제품을 만들면 된다. 대기업부럽지않게 복합생산기지를 갖추고 탄력적인 제품을 생산하게된 셈이다.송사장은 현재 설비팀장과 현장엔지니어 오퍼레이터를 미국현지에보내 공장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필요하다면 설비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점진적으로 투자를 늘릴 생각이다.지난 63년 송주식회장이 설립한 이 회사가 해외에서 기업을 사냥할정도로 성장한데는 나름의 비결이 있다. 먼저 내실경영으로 탄탄한재무구조를 유지해왔다. 창업이후 한국볼트의 부채비율은 항상100%수준을 유지해왔다. 유보율은 500%를 웃돈다. 구로동 산업용품공구상가지분 및 부동산보유등 자산가치도 우량하다. 사업을 확대하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자금을 동원할 여력이 있다. 막대한설비투자가 뒤따라야하는 장치산업인점에 비춰볼 때 업계최고의 재무구조를 갖고있는 셈이다. 매출과 순이익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그렇다고 투자가 부진한게 아니다. 한국볼트의 생산능력은 10년전에 비해 네댓배이상 늘었지만 종업원수는 그때나 지금이나 2백20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1인당매출액이 높은 편이다.이는 인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동화투자가 제때 이뤄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시화 2공장의 경우 생산능력이 안산공장에 비해뒤처지지 않는데도 20명의 근로자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송관섭사장이 현재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자동화가 당장이라도 가능할 것 같은 부분에 인력이 투입되는 일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졸업하고 미국 듀크대에서 MBA를 취득한 송사장은 이제는 열간 냉간 제품의 노하우를 몇시간이고 설명할 정도의 지식을 갖게됐다.중소기업사장은 어쩔수 없이 만물박사가 돼야하는지 모른다.한국볼트의 또다른 자랑은 금형(주로 열간) 및 열처리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송사장은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금형 및 열처리기술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금형수명을 늘리고 다품종소량생산체제를 서둘러 구축한 것도 한국볼트가 업계에서 경쟁력우위를 지키는 요소로 꼽을 수 있다고 송사장은 설명한다. 한국볼트는 현재 3천여종의 볼트와 너트를 생산하고 있는만큼 유연한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1, 2공장을 합칠 경우 열처리 가공능력이 월간 3천t을 웃도는 것도 강점이 되고 있다.산업 및 건설용 볼트 너트 제조업체로 생산 및 판매면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이회사가 자만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90년부터 「이음새 2000」이라는 경영혁신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2000년대 볼트 너트 분야에서 세계최우량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장기 경영목표이기도 하다. 송사장은 경영혁신운동을 펼치는데한국능률협회의 정일구 컨설턴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소개한다.◆ 「이음새 2000」이라는 경영혁신운동 펼쳐볼트 너트부문에서 굵은 뿌리를 내린 한국볼트는 이제 사업확대를모색하고 있다. 『볼트 너트만으로 사업을 키우는데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3,4년내 매출액이 정체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관련분야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송사장)송사장은 그래서 국내 및 해외에서 괜찮은 기업을 M&A하려고 하고있다. 자금력이 있고 산업용부품생산의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만큼 새사업에도 자신있다고 송사장은 강조한다. 물론 사업확대도 내실경영의 기초위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야망은 크게 갖되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는게 송사장의 경영철학이다. 아버지가 무에서 일궈낸 기업을 더 키우고 살찌우는게 자신의 소명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미니 인터뷰 / 송관섭 한국볼트 사장정직한 경영으로 사회공헌해야▶ 텍사스볼트를 인수하는데 실무적인 어려움은 없었는가.친동생인 송명섭상무가 협상에서 계약단계까지 실무를 맡아 처리해수월한 편이었다. 송상무는 미국에서 10년동안 공인회계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 텍사스볼트의 재무구조와 경영평가를 제대로 할 수있었다. 텍사스볼트의 경영은 송상무와 현지의 스티브 베이커가 공동으로 하게된다.▶ 국내 중소기업이 앓고있는 고질적인 병폐가 인력난 고임금 등인데미국현지사정은 어떤가.기술인력은 풍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단순노동력도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건비도 국내보다 꼭 비싸다고 볼수 없다.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저임금제가 지켜지고 있고 퇴직금 연월차 등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재료비나금리 등은 미국이 국내보다 훨씬 유리하다. 미국진출이 한국볼트가국제경쟁력을 갖추는데 큰 도움을 줄것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인수를 결정했다.▶ 최근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적지 않은데.솔직히 말해 한국볼트는 불황을 모르고 지내고 있다. 1월의 생산규모가 3천6백t에 달해, 월간단위로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수출상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서 수출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최근들어 사회간접자본(SOC)에 들어가는 볼트 너트에 대한 중요성이부각된 이후 매출이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선진기술과 비교해 한국볼트의 기술수준은 어떻한가.품질면에서는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 다만 전체 생산공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보완할 점이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경쟁력있는 볼트 너트를 제조하기 위해선 재료 금형등 연관산업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경영철학은.기업가가 돈을 버는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업가와 장사꾼을구별하는 척도는 사회에 공헌하려는 의지가 있느냐에 있다. 사회의변화에 발맞춰 탄력적인 사고로 회사를 꾸려가야한다. 정직한 경영으로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