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등은 일본의 대표적인 그룹. 이들이 세계속에 너무 알려지다보니 일본경제는 재벌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다. 중소기업은 단지 이들과의 하청관계속에서 안주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는 것이다.그러나 실상은 그렇지않다. 실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일본에는 아주 많다. 수직적인 하청관계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자신의 분야에서는 오히려 대기업보다 뛰어난 기술을 자랑하는 경우도 많다.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로 성장한 혼다, 전기전자분야에서 늘 세계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소니, 세계 세라믹시장의 절반이상을 장악하고있는 쿄세라 등이 한결같이 그 출발은 중소기업이었다. 패전의 상처를 딛고 다들 허름한 창고에서 성장했다.다음에 소개하는 중소기업들은 일본의 작지만 강한 회사들이다. 이중에는 제조업체도, 서비스업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서 기업경영에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데서는 공통적이다.◆ 추종 불허하는 제조기술 가져라●유니온툴(초강력드릴): 가전제품이나 컴퓨터의 기판에 집적회로를 끼워넣는 구멍을 뚫는 초강력드릴(PCB드릴)에 관해서는 유니온툴이란 회사가 기술력을 자랑한다. 아무리 반도체가 고집적화 대용량화된다해도 직경 0.1∼1.0㎜에다 길이가 1㎝에도 못미치는 극소드릴이 없으면 가전도 PC도 만들어지지 않는다.PCB드릴시장에서는 스미토모 도시바 미쓰비시의 관련 계열사를 누르고 최고의 시장점유를 보이는 곳이 바로 유니온툴이다. 일본 국내시장의 40%, 세계시장의 25%를 지키고 있다.이 회사는 1960년 이빨치료용 드릴메이커로 출발했으나 71년 하이테크산업의 성장으로 수요가 크게 늘 것이란 예상에 따라 PCB드릴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PCB드릴은 특수한 상품으로 수요기업도한정돼 있다. 생산기술에서 한발 앞서 있으면 판매력이 강한 대기업이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게 창업자 가타야마사장의 지론이다.드릴의 공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우선 드릴의 홈을 긋고 다음은 이를 파내고 끝으로 끝부분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일이다. 회사는 모든 공정을 담당하는 전용가공기계는 물론 원재료의 가공까지도 자동으로 하는 기계, 최종제품을 검사하는 디지털기계까지 독자적으로 내부에서 자체제작, 완비해 놓고 있다. PCB드릴은 미크론단위의 정밀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범용공작기계로는 대응할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다.이 회사만의 가공기술중의 하나는 초경합금(텅스텐카바이트)과 스테인리스의 결합기술이다. 다른 회사에서는 PCB드릴의 전체를 초경합금으로 만들지만 유니온툴에서는 날끝부분에만 이를 사용하고 다른 부분은 스테인리스로 만든다. 스테인리스에 홈을 만들어 초경합금으로 만든 날끝을 끼워넣고 가열한 후 순간냉각으로 결합하는 기술이다.전체를 초경합금으로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초경합금은 가격이 높아 이를 드릴 전체에 사용하면 다른 대기업과의 가격경쟁을 이겨낼 수가 없게 된다. 특히 스미토모 미쓰비시 등은 계열사를 통해 싼값에 조달할 수 있지만 유니온툴의 경우소재업체로부터 사들여야 하는 입장에 있었다. 결국 초경합금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가공기술을 연마함으로써 코스트다운이 가능해졌고 대기업과의 경쟁이란 핸디캡을 기술력으로 극복한 셈이 됐다.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드릴기술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뒤지지 않지만 전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드릴업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바로 레이저기술의 발달에 의한 레이저가공기의 등장이다. 아직까지는 가격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아 그런대로 버티지만정밀도가 높고 저렴한 가격에 레이저가공기가 공급된다면 고객을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 인원삭감만이 능사가 아니다●산리트산업(유니폼전문업체): 일본항공의 파이롯트나 JR니시닛폰의 승무원들의 제복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제복을 70%이상 공급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유니폼전문업체인 산리트산업이다. 이 회사는복지공장으로도 유명하다. 신체장애자 정신장애자 우울증환자 등장애인들이 일반인들과 함께 공장에서 컴퓨터에 의한 재단작업을하는 곳이다. 대다수기업이 의무고용비율(1.6%)도 채우지 못하고있는 가운데 이 회사의 24%에 달하는 장애인고용비율은 눈에 띌 만큼 높은 것이다.산리트산업은 82년 정보화투자10개년계획을 세워 CAD/CAM(컴퓨터에의한 설계 제조)이나 부가가치통신망(VAN)을 일찍부터 도입했다.자동화 정보화투자의 목적은 두가지. 하나는 장애인과 중년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작업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었으며다른 하나는 유니폼제작 특유의 단기집중생산을 실현, 납기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평균 연령이 41세에 달하는 여성종업원들은 같은 기계작업이라도 섬세함과 차분함으로 보다 품격있는 유니폼을 만들 수 있는 이 회사가 자랑하는 인력군단이다.산리트산업에는 「거래 3원칙」이라는 게 있다. 첫째 반품을 받지않는다, 둘째 판매대금은 전액 회수한다, 셋째 덤핑처리는 하지 않는다 가 그것이다. 어패럴업계의 상식을 뛰어넘는 원칙들이다. 어패럴업계에서는 20%의 반품은 당연한 것이고 반품된 것은 덤핑제품으로 대폭 할인 처분하는 게 보통이다.이를 뒤집어보면 이런 원칙이 지켜진다는 것은 뭔가 이 회사만의경영상의 비결이 있다는 얘기다. 우선 반품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납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유니폼은 한벌이라도 모자라면 완납이아니다. 대금을 받을 수도 없다. 자동화 정보화투자는 단기 집중생산을 위해 불가피했던 것이다. 반품이 없음으로해서 같은 규모의유니폼업체에 비해 재고를 2분의 1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된다.88년 JR니시닛폰의 유니폼 10만착을 수주한 적이 있다. 치수를 재는 일에서부터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납품하지 않으면 안되는촉박한 일감이었다. 각 역에서 4만명의 신체사이즈를 일일이 재고,그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한 후 CAD/CAM을 구사해 겨우 납기를 지켰다. 보통 20종류정도를 만들어 대충 큰 치수를 골라 입던 유니폼이아니라 2백86개의 별도 치수를 제공, 맞춤복과 다름없는 정확한 치수의 유니폼을 공급한 것이다.전국 골프장의 캐디복장, 호텔 여종업원들의 기모노유니폼 등은 새롭게 개척한 여성용유니폼시장의 성과다. 95년말 산리트산업은 2단계 정보화의 숙원이었던 온라인에 의한 수·발주시스템을 완성시켰다.새로운 시장을 적극 창조한다●(주)총무부(경리 인사 등 업무대행): 『여보세요. 총무부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전화를 받는 회사가 있다. (주)총무부가 바로그곳이다. 원래 총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경리 인사 서무 경영기획 마케팅 광고 등의 모든 업무를 받아 대행해주는 회사. 사장의직함까지도 대표이사 「부장」이다. 같은 이름의 회사가 95년7월현재 전국에 85개가 존재한다.오사카본부가 아웃소싱(Outsourcing ; 외부조달)회사로는 보기드물게 프랜차이즈 체인으로 확대, 가맹회사가 늘어난 덕분이다. 대리점이나 지사로 불리지만 가맹점들은 각각 독립된 회사이며 총무부라는 이름과 기본적인 서비스메뉴 작업노하우 등을 공유하게 된다.물론 총무부자체에서 고객회사에 필요한 시장조사를 실시하거나 경영계획을 세울 수는 없다. 조사는 조사회사를 통해서 하고 계획작성에는 경영컨설턴트이기도 한 무라오카사장이 상담에 나선다. 대기업이라면 모르지만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은 시장조사 하나도어디에 의뢰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총무부는 이런 회사들을 대상으로 좁혀 놓았다. 가맹점 전체가 다양한 노하우를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고객의 의뢰가 들어오면 오사카본부에서 필요한 지원이 나가게 된다.총무부의 수탁업무는 장기화된 불황으로 간접부문의 효율적 운용에초점을 맞추게 된 일본기업들을 파고들면서 크게 늘어났다. 나아가영수증과 전표의 분류 경리전표기입 컴퓨터입력 등의 업무를 분업화하고 매뉴얼화함으로써 시간제근로자라도 처리할 수 있을 만큼단순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총무업무의 대행을 가능하게 했다.회계사무소같은 곳에 의뢰하면 1∼2개월 걸리는 월차결산이나 재무제표의 작성 등도 총무부에 맡기면 한두주안에 끝마친다. 자연 회계사무소에서 총무부로 「말을 갈아타는 고객」들도 늘어나게 됐다. 앞으로의 과제는 각 지사가 경영이나 영업면에서 노하우를 확립하는 일이다.●토털서비스(건물외벽관리): 『잠재시장은 3천억엔을 넘는다』며토털서비스의 야마구치사장은 열심히 설명한다. 토털서비스는 그전까지 청소대행업을 해왔으나 94년 건물의 금속외벽이나 내장등을보전관리하는 업무를 새롭게 시작했다. 일본에는 유사한 서비스가없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없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메탈메인터넌스는 건물의 외벽이나 내장에 사용되는 금속패널을 재생해가면서 건축초기 소재가 갖고 있던 성질을 오래 보전시키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널리 보급돼 있어 시장규모가 2천억엔에 달한다.당시 일본에는 건물외장으로 금속패널을 사용하는 건축물이 크게증가했다. 금속패널이 20년이상 특유의 멋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해도쿄의 고층빌딩이나 신축건물에서 이를 사용했던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산성비와 배기가스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열화(劣化)가 일어났다. 이미 도장이나 패널을 교환해야 하는빌딩도 생겨나고 있었다. 회사는 현재 신주쿠의 초고층빌딩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으며 한 개 빌딩을 수주하면 건당 2~3억엔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아직까지 주력으로 하는 사업은 외벽보전사업이다. 빌딩외벽의 소재에 따라 80여종의 약제를 섞어가면서 오물질을 없애고 깨끗해지면 다시 20여가지의 코팅제를 이용해서 더러워지지 않도록 한다.야마구치사장은 과거에는 매일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제야 사업의 컨셉트(Concept)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다. 자연히 마케팅방법도 변했다. 「빌딩을 깨끗하게 유지합시다」란 감정적인 외침에서 「외장재를 보전하게 되면빌딩의 장기사용이 가능합니다」로 경제적인 합리성을 제시하게 된것이다.●도보레오사(정원 꾸미기): 기업이나 병원, 공공시설은 건물의 옥상에 정원을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보다 쾌적한 생활환경 작장환경을 원하는 기운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건축자재메이커로부터탈피하고 싶어하는 도보레오사가 본사건물의 2층계단에 만든 정원도 그중 하나.땅위가 아니라 계단 등에 정원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인공토양의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것이다. 자연토에 비해 중량이 3분의 1정도로 가볍기 때문에 건축관련법에서 요구하는 하중제한을 넘기지 않을 수 있다. 옮기기도 간편하고 수분을 유지하는 시간도 자연토에비해 3배에 달해 정원을 만든 후 관리하는데도 편리하다. 회사는여기서 주력분야를 완전히 전환했다.시공자가 설계사무소에 공중정원의 설계를 의뢰하면 도보레오사는인공토양은 물론 정원에 들어가는 저수 배수시스템 나무버팀목등공중정원에 필요한 시스템을 하나의 세트로 판매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업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나무에 관한 전문가인 「녹색의사」를 세명이나 확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80여명밖에 안되는 자격증의 소지자들이다.공중정원에 필요한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오래도록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 그러나 공사비나 관리비 등이 한정된 예산속에서 보다 시공주를 만족시킬 수 있는 컨설팅에 의한 정원조성이 자신들의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경영은 스피드다●일본사와야카그룹(세탁업): 20여년전 구마모토에 「아침에 내놓고 저녁에 찾아가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건 세탁소가 등장했다. 가게안에 세탁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가게는 세탁물을 모으기만 하고 교외에 있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작업을 마친다. 요금은 선불이다. 종전까지의 가내서비스업적인 세탁소의 상식을 깨트린 것이다.이같은 방식을 전수받은 지역의 18개 세탁소는 77년 「일본사와야카그룹」을 결성했고 86년 이를 법인화해 프랜차이즈체인을 모집했다. 가맹점은 순식간에 1만개소로 늘어났다. 94년 매출액 5백89억엔, 일본최대의 클리닝체인이란 지위가 내려졌다.일본사와야카그룹의 성공비결은 스피드와 저렴함이다. 빨라도2~3일 걸리던 세탁을 그날 마무리짓고 가격도 일반 세탁소보다30∼50% 낮았다. 전국에 산재한 4백개의 공장에서 신속하게 세탁물을 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공장안의 각 공정은 세분화돼 있다. 예를 들어 와이셔츠를 다리는데도 목 팔목 몸통부위를 다림질하는 작업자가 따로 있다. 작업자의 제안을 들어 다림대의 위치나 높이 크기 등은 몇센티의 차이까지 개선시켰다. 공장의 생산성은 작업자 한 사람이 한달동안 몇점의 세탁물을 처리하는가에 있다. 88년 평균 3천7백80점이었던 그수치는 94년 4천6백74점으로 24%가 향상됐다.일본사와야카그룹은 90년 한국에 진출, 30여개의 세탁소(세탁물수거점)를 가맹점으로 확보하고 있다. 나아가 93년에는 대만에 진출했고 95년에는 싱가포르에 아세안본부를 설립했다. 세탁업의 해외진출, 쉽사리 떠올리기 어려운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유고우샤(재난방지용품 제조·판매): 95년 1월 고베에서는 관서지역전체를 뒤흔드는 대지진이 일어났다. 마침 오사카시내의 한 호텔에 숙박하고 있던 유고우샤(優光社)의 야마무라사장은 당초의 계획을 취소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유고우샤는 재난방지용품을 전문적으로 제조, 판매하는 회사다. 현장에 달려간 그는 건물더미에깔려 아무리 소리쳐도 구조대가 알아들을 수 없어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 그는 순간 작은 숨소리도 멀리까지 들리게 만드는피리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닿았다. 그의 생각은 2개월후 「피리펜던트」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됐다.89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지진에서는 운전자가 주행도중고속도로가 무너져 내려 피해를 입었다. 야마무라는 운전자가 지진발생을 미리 알 수 없을까하는 생각을 했고 자동차용 감진(感震)장치를 개발하게 됐다. 개발하기 전에는 「움직이는 자동차의 흔들림과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을 구분하기가 어렵지 않냐」는 비관적인견해가 높았다.그러나 야마무라는 연구를 계속했고 결과적으로 자동차와 지진간에는 흔들림의 가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차이를 이용한상품개발에 성공한 것이다.유고우샤의 제품은 철저한 현장조사의 결과를 통해서 나온다. 유난히 지진이 많은 일본열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야마무라사장과수행사원이 전국을 누빈다.그는 줄곧 안전을 테마로 한 방재용품을 개발하고 있다. 정전이 돼도 자동적으로 보충전원이 흘러 신호등의 작동을 지속하게 만드는교통신호용 비상전원장치는 95년 과학기술청장관상을 받았다.◆ 고객만족(CS)이 최상의 영업●카탈로그하우스(통신판매): 통신판매를 하는 카탈로그하우스를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전 부엌용품 수납장식장 등 일용품이나 의료품 등을 다루는 이 회사의 카탈로그 「통판생활」에 대해서는 누구나 어디서 본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바로 회사매출의 70%이상이 카탈로그의 독특함을 통해서 나오고 있기때문이다. 94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21.1%증가. 일본통신판매협회가발표한 통판전체의 매출액증가률(3.8%)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며 영업이익률도 14.6%로 평균치(3.9%)를 크게 상회한다. 카탈로그하우스는 그전에도 비슷한 분야이긴 했지만 서너차례의 업종변경을 통해 82년 출범했다.사이토사장은 유통의 중간마진을 없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어필해들어가는 기존의 카탈로그판매에 의문을 가졌다. 『취급상품에 차이가 없고 상품의 색깔 사이즈 소재만을 기재한 무미건조한카탈로그만이 유포되고 있었습니다. 뭔가 다른 돌파구를 가지고 승부를 걸고 싶었습니다.』 이같은 생각을 거듭한 결과 나온 것이 「상품이 아니라 상품의 정보를 파는 카탈로그」를 만들어냈다. 그는우선 제3종우편물의 인가를 얻었다. 월간으로 발행하면서 그 가운데 4회는 특대호로 상품을 게재했다. 상품은 기능 제조공정 사용방법 등에 특징이 있는 설명을 붙여야 하는 상품으로만 한정했다.기능설명만이 아니라 대상자나 사용하는 장소를 제안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제 난방도구는 천천히 공기를 데워주기 때문에 피부가 약한 여성이나 침실에서 이용하면 좋다는 제안을하는 식이다. 나아가 결함이나 약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용자들의 평가를 실었다. 물론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상품이라면 애초에게재하지 않지만 웬만한 것은 그것 자체가 중요한 상품정보가 된다고 생각했다. 사이토사장이 상정한 소비자는 어떤 상품이 있는가가아니라 그 상품을 사용하면 어떻게 생활이 변하는가하는 소프트한정보를 원하고 있었다.◆ 코스트다운에 끝이 없다●치후레화장품(1/5 가격의 화장품): 「버블붕괴가 우리회사에만큼은 순풍이 되고 있다」. 치후레화장품의 시마다사장은 최근 2, 3년동안의 실적향상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62년 1백엔화장품을 판매한 이래 「싸고 안전한 화장품」을 모토로사업을 펼쳐 아직까지도 가격의 저렴함에는 어느 업체와 경쟁해도절대 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 대형제조업체의 5분의 1수준에서얼굴크림 립스틱 등을 공급하고 있다.회사는 저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다 동원하고 있다. 즉 화장품을 실용성 중시의 화장도구로 인식, 불필요한비용을 철저하게 억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화장품은 패션성이 강해 대형업체는 매년 봄 가을로 제품모델변경을 계속하면서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낸다. 화장품의 광고는 일반소비재중 가장 비싸기 때문에 매출액의1%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를 하지 않는 분만큼제품가격을 낮출 수 있다. 회사는 또 일부 백화점을 제외하면 소비자와 얼굴을 맞대고 파는 대면판매를 전혀 하지 않으며 체인점도보유하고 있지 않다. 판매처는 오로지 전국적으로 2천개소에 달하는 슈퍼마켓이다.상품의 포장에서도 타사제품과 차이가 난다. 즉 일부 고가제품을제외하면 원칙적으로 화장품을 곽(상자)에 넣지도 않는다. 상품의모델체인지도 그 횟수를 최저한으로 유지, 상품사이클은 3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이같은 시마다사장의 철저한 코스트다운의 경영철학은 버블붕괴를계기로 소비자들간에 크게 주목을 받게 됐으며 최근의 판매실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고를 내지 않기 때문에 판매촉진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평가와 여성지의 화장품코너에 나오는 평가를통하는 길밖에 없다.한결같이 「줄이고 깎는 전략」이지만 치후레화장품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곳이 있다. 바로 전국적으로 6백만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는 소비자단체, 전국지역부인단체연락협의회가 그곳이다. 약25년간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단체다. 회사는 신제품의 발매나 가격을 고칠 때는 사전에 반드시 협의회에 성분구성표나 원가계산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는다. 그리고 협의회는 판매면에서 조직적인협력을 한다. 회원들의 구입을 장려하기도 하고 각 지부단위로 단체구입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치후레화장품은 3대째 이어가고 있는 전문업체다. 원래는 고가의화장품을 방문판매위주로 영업하는 메이커였다. 그러나 60년대 「화장품이 지나치게 비싼 것이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영업전략을 완전히 전환했다.현재 모든 화장품업체가 안고 있는 문제는 가격을 낮추면서도 환경안전에 대한 배려가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치후레화장품에도그것은 제2의 창업과 같은 얘기다.